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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대하여

0 개 2,665 오소영

선영. 세영. 은영. 한결같이 고운 여자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주인들은 모두 남자들. 내 남자 형제들의 이름이다.

 

그 중에 진영이 있다. 남자 이름같은데 여자다. 그게 바로 내 이름이다. 뭔가 한참 잘못되어 뒤바뀐것 같다. 왜 남자들에게 여자 이름을 지어주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 투정을 참 많이했다. 나는 왜 오빠처럼 예쁜이름 안 붙여주고 남자 이름이냐고. 오빠 이름하고 바꾸면 안돼냐고 떼를 쓰기도했다.  

 

“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란다”

 

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 안 계셨다. 이미 돌아가신 후였다.

 

뱃속 애기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생전에 지어놓으신 이름을 그냥 배당받았던 것이다. 오빠도 나처럼 불평을 했을까? 왜 여자 이름이냐고.

 

“고얀것들, 너들이 이 할비의 뜻을 거역하고 바껴나온 것도 모르고....” 할아버지의 노한 말씀이 어디선가 들려오지 않을까?

 

학교다닐 때. 일본식 이름이 싱에이였다. 그 이름이 너무 싫어서 어린 마음에도 학교다니기 싫기도 했다. 싱에이가 뭐야? 해방이 되었을 때 광복의 기쁨보다 싱에이란 이름을 떨쳐버린게 더 마음이 가벼웠다. 진영이 맘에 안들었지만 싱에이는 더더욱 싫었다. 옥자 애자 순자. 그런 이름들이 부르기 쉽고 부러웠다.

 

자짜 들어가는 이름이 전부 일본식 이름이라는걸 커서야 알았다. 바꼈거나 말았거나 우리 할아버지는 그게 싫었던것 같다. 할아버지가 대단한 애국자였는지 그건 듣지 못했다. 그러나 대단한 분이었다는걸 어렴풋이 짐작을 했다. 그것도 아주 나중에. 뒤늦게 이해를 하게되었다.

 

처녀때. 영화 춘향전에 나온 조미령 이란 배우가 있었다. 아름다울미(美)자에 방울령(鈴)을 쓰는 이름이었다. 난 그 이름에 요즘말로 뿅 갔었다. 이름만큼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조미령 춘향이. 수차례 춘향전이 더 나왔지만 그이만큼 단아한 춘향이는 다시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생김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 이름만이라도 닮고 싶었다. 똑같이는 할 수 없고 뒤집어서 령미라고 스스로 고쳤다. 친구들한테 편지를 써서 령미라는 이름으로 보냈다. 새 이름 다지기 작업이었다. 누구는 전봇대에 새 이름을 크게 써서 여기저기 붙여놓으라고도 했다. 그래야 세상에 내 이름으로 알려진다나. 이름을 더렵혀도 불효라는데 아예 버리려는 불효를 했던 철부지였다. 

 

그 시절 윤달드는 해에 이 고치면 탈이 없다고 생이를 뽑고 금이를 해 박던게 유행이었다. 오늘날 성형이 유행이듯 아가씨들이 누렇게 금이를 박고 해맑게 웃던 때였다.

 

나같은 겁보는 그런건 죽어도 할 수 없었다. 겁 안나고 돈 안드는 이름 뒤집는게 고작이었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던가. 웃기는 옛날 이야기다.

 

아이들을 낳고부터 내 이름은 잊어버리고 살았다. 누구엄마라는게 내 이름이었다. 그 엄마라는 이름같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호칭이 어디 또 있을까? 그 때는 내 이름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해 낼 일이 없었다. 그냥 엄마면 만족했다.

 

뉴질랜드에 와서 나는 두개의 이름을 더 얻었다. 하느님의 귀한 자녀가 되면서 대모님이 지어준 영세명 안젤라가 있다. 어차피 영어 이름이 필요한 이 나라에서 자연스럽게 잘 쓰고 있다.

 

이제 또 하나 소영의 사연을  말해야 할 차례다. 필명이겠지. 쉽게들 말한다. 맞기는 맞는 말인데 많이 쑥스럽다. 대가도 아닌 주제에 무슨 필명까지...

 

십년 전 쯤 이웃 지인을 따라 그 분의 친구집에 간적이 있었다. 마침 그 집 주인의 친구가 한국에서 여행을 와 계셨다. 그 분은 정년퇴직을 하고 쉬는 중이었다. 소일거리를 찾아 배운게 작명법이었다. 새로익힌 기술을 연습하고 싶어 사람들 이름을 차례로 물어갔다. 그 분에 의해서 소영이란 내 이름이 탄생된 것이다. 해설은 이랬다. 뒤늦은 나이에 인생살이 특별할건 없고 글쟁이 글이나 잘 쓰라는 이름이란다. 지금까지 잘 쓰고있으니 이름 덕을 보고 있는것일까?..... 민ㅇ식 선생님. 그 분께 감사를 드려야겠다.

 

이제 이름을 불만하고 고치려는 철없던 시절도 다 지나갔다. 하나의 이름값 하며 살기도 버겁다. 셋의 이름을 가졌으니 남보다 세곱의 책임이 있다.

 

같이 늙어가는 내 피붙이들의 돌림자 진영의 이름을 추하지않게 깔끔한 삶으로 마 무리 해야겠다. 

 

가슴 따뜻하고 진솔한 사랑도 베풀 줄 아는 하느님의 자녀 안젤라로 살고싶다. 하느님 보시기에 밉지않은 삶은 어떤것일까? .. 또한 나무랄데없는 안젤라로 이웃들과도 가까이 교감하는 코리안. 교양미 넘치는 멋쟁이 인격체로 초라하지않은 노후를 살아야 할 것이다.

 

세번째 소영이란 이름이 너무 예쁘고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름만큼 멋진 글을 많이 써야할텐데 어깨가 무겁다. 이름값 하기에 어려움도 많다. 독자들이 사랑해 주시는 보답으로 소영은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랑과 응원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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