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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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0 개 2,123 피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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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선진한국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회학자들도 있지만 반면에 놓치고 잃어버린 것 또한 많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고도성장을 위해 치른 우리의 대가는 아직도 고스란히 사회적 아픔과 상처로 남아있다.

 

1748년 산업시대의 여명에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윤과 속도의 관계를 ‘시간은 돈이다’ 라는 금언으로 단언했다. 그리하여 인간은 시간을 재고, 시간은 다시 인간을 재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돈이다 보니 다급하게 서두르는 태도는 우리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침투했다. 특히 젊은 시절엔 누구나 더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일하고 더 빨리 말하고 더 빨리 읽고 더 빨리 쓰고 더 빨리 먹고 더 빨리 움직이라는 사회의 요구를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속도 강박 증, 속도 제일주의에 빠진 지 500년 만에 빠른 것의 폐해에 대해 고민에 빠져있다.  

 

영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칼 오너리(Carl Honore)가 그의 저서에서 주장하는 ‘슬로우 라이프(Slow Life)’의 키워드는 실천하기에 절대 어렵지 않다. 첫째, 걷기와 산책을 즐겨라. 걸어본 사람은 이미 깨달았겠지만 산책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어떤 목적만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고 그저 거기에 존재함으로 써도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둘째, 슬로우 푸드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다. ‘효율’과 ‘생산성’ 이란 이름으로 순간적으로 미각을 자극하고 순식간에 먹어 치워야 하는 패스트 푸드를 경계해야 한다. 슬로우 푸드가 단지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랜 세월 지역의 풍토와 문화를 통해 길러진 전통적인 식재료로 만든 ‘신토불이’ 음식을 즐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를 길러내는 생산지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테루아르, Terroir)까지 포함된다. 거창하게 말한다면 슬로우 푸드란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천천히 되묻는 시간이다. 그러니 행복하고 천천히 식사해야 한다. 

 

셋째는 슬로우 러브다. 사랑은 조심스레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는 것처럼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 인내심을 통해서 이루어져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서로에게 필요한 것만을 확인하고 나면 가슴 설렘은 곧 잊혀지는 세태가 되었다. 현대인의 사랑은 얼마나 효율적이고 빨라야 하는가? 

 

넷째, 적절한 노동이다. 노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귀중한 결과물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언 플러그(Un-plug)다. 텔레비전과 스마트 폰 앞에서 보내는 우리의 인생을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15년이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 폰 자체도 건강에 문제가 되지만 기기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광고를 통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갖고 싶고 필요로 하는 욕망들이 생겨난다. 그 필요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더 바쁘게 일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특히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를 움직이는 기적의 단어, ‘가성 비(가격대비 성능 비)’를 따져 소비하는 트렌드가 보편화되면서 검색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투자하게 되었다. 언 플러그는 그 시간을 자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역동적인 생활방식에 투자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속도 중독의 시대를 역행하듯이 느리게 살기 위해서는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음주문화도 마찬가지다. 단지 취한다는 목적으로만 보자면 다른 술에 비해 도수가 낮은 와인은 비경제적인 술이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자, 일단 돌리지’ 하고 시작되는 술 문화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소주나 위스키 대신 와인을 마시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와인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 보자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화끈함’ 이라는 음주정서에 와인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폭탄주의 주법 자체가 가진 재미와 스릴 그리고 긴장감이 주당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말이다. 

 

와인은 결코 ‘세련된 서구문화’와 ‘부유한 신분의 상징’도 아니고 무슨 ‘현학적이고 고상한 취미의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와인을 술이라기보다는 음식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오랫동안 숙성되는 과정을 통해 더욱 훌륭한 맛을 내는 와인은 무엇보다 ‘원샷’과 ‘폭탄주’로 대표되는 우리의 술 문화를 반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현대에 와서 와인은 일상의 필수품이며 식생활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속도 제일주의를 거부하는 새로운 운동, 슬로우 무브먼트(Slow Movement)가 사회각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빠른 것이 우리 인류에게 공헌한 바는 매우 크다. 하지만 돈이나 효율성, 경제성장을 우선시 하는 사회에 살면서 인류는 작지만 소중한 우리 삶의 행복들과 얼마나 점점 멀어져 왔던가. 뒷마당에 봄의 꽃들이 만발했지만 꽃 향기를 맡을 여유가 없다면 빠른 속도를 통해 얻어지는 행복의 가치를 중시하는 똑똑한 사회를 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과연 우린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가 반문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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