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0 개 2,294 한 얼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조카의 어마어마한 장난감들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산지사방이 장난감 투성이였다. 온갖 동물 인형, 모양에 맞게 끼워 맞추는 블럭, 심지어 버튼을 누르면 알파벳을 읊어주는 어설픈 모형 컴퓨터까지. 특히 마지막 장난감은 제법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확실히 기술이 발전하면 삶의 온갖 부분들이 소소하게 개선되는구나, 하고 놀랐다.

 

어렸을 적에는 지금의 내 조카처럼 가짓수가 많진 않아도 장난감을 꽤 가지고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바비 인형에서부터 로봇, 그리고 레고까지. 그것들은 모두 내 방의 선반 혹은 상자 안에 자리가 있었고, 다 놀고 난 뒤엔 반드시 제자리에 순서대로 차곡차곡 들어가야 했다. 엄마나 다른 어른들이 가르친 게 아니었다. 아직 어린 나의 비좁은 세상 속에서 모든 만물에는 정해진 자리가 있었고, 그러니 모든 만물은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레고는 레고 박스 안에, 바비 인형은 선반 위에, 로봇은 그 옆에, 그리고 동물 인형들은 침대의 내 자리 옆에.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질서를 지키는 성향은 어릴 적부터 유별났다.

 

바비 인형은 처음엔 두 개였는데, 공주님 바비는 어쩌다가 내 실수로 참수시켜버려서(!) 곧 버려야 했다. 홀로 남은 바비는 가슴 길이의 금발에 코랄 핑크 입술로 환하게 웃는 낯이었다. 발레리나 옷을 입고 있었다. 하늘색의 투투(tutu)와 민소매 발레복을 입고 발은 항상 엉 포인트(en pointe) 자세로 고정된 채여서 목 잘린 바비가 남긴 하이힐 구두를 신겨 보려 해도 맞질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발레복과 발레 슈즈만을 신어야 했지만, 대신 로봇을 상대로 하는 격투 놀이에는 최적이었다. 액션 영화에서 본 발차기를 연출하기에 그만큼 고증 충실한 자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비 인형과의 결투에서 항상 숙적 역할을 하는 로봇은 고무와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당시 방영하던 만화영화 ‘영혼기병 라젠카’에 나왔던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 로봇이었는데, 바비보다 머리가 하나 정도 더 컸다. 원래는 남동생 것이었는데 내가 가져온 뒤로 찾지 않아 그대로 내 방에 머물게 된 객식구였다. 바비 인형과는 달리 얼굴이 없다 보니 내 마음대로 감정을 정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그래서 항상 용감한 발레 전사 바비가 무찌르게 되는 악역 역할의 단골이었다.

 

바비도, 라젠카 로봇도 뉴질랜드로 오면서는 다 잃어버렸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뉴질랜드로 이민 오고 나선 유독 테디 베어를 많이 선물 받았었다. 특히 12~13살 때가 절정이었는데, 한 번에 일곱 개를 선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두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주고 잘 때도 모조리 옆에 두어야 했다. 곰들에게 팔베개를 해주다 보니 정작 나는 고개만 돌리고 뒤척이질 못해 몸이 뻐근할 때도 왕왕 있었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돌봐주었단 생각에 뿌듯해 했다.

 

지금은, 그 테디 베어들 중 남은 건 하나도 없다. 모두 차차 잊혀지면서 주변의 나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거나 기증했기 때문이다. 또 어딘가에서 잘 사랑 받고 있으리라 믿는다.

 

어른이 된 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은 물론 아이였을 때 갖고 노는 장난감보단 훨씬 비싸다. 가령 주문 제작된 조립식 PC라던지. 혹은 전세계에 500개만 한정 생산된 구체 관절 인형이라던지, 개당 5만원을 호가하는 네일 폴리쉬라던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노는 것’을 멈출 수 없으리란 것이다. 아, 물론 장난감을 모으는 것도.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488 | 3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75 | 4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1 | 5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71 | 5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28 | 5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478 | 5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29 | 5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20 | 5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61 | 5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48 | 6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488 | 6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299 | 6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145 | 6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6 | 6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12 | 6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2 | 6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00 | 6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298 | 8일전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2 | 9일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1 | 9일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9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33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1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2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4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