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의 음악대 2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브레멘의 음악대 2편

0 개 1,346 송영림

■ 브레멘의 음악대

 

오랜 세월 동안 곡식 자루를 방앗간으로 나르던 당나귀는 이제 세월이 흘러 힘이 달리게 되자 곡식을 나르면서 허덕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당나귀의 주인은 먹이도 아낄 겸 당나귀를 처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눈치 챈 당나귀는 집에서 도망쳐 브레멘을 향해 떠났다. 그는 자신이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나귀는 걸어가다가 심하게 헐떡거리고 있는 사냥개 한 마리를 만났는데, 그 개 역시 늙고 기운이 없어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자 주인이 죽이려고 해서 도망을 치는 중이었다. 그렇게 둘은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되어 류트와 드럼을 연주하자며 합류하게 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맥이 빠진 채 슬픈 얼굴로 앉아 있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는 늙고 이빨이 무디어져 더 이상 쥐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여주인이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망쳐 나온 고양이는 밤의 세레나데를 많이 알고 있었으므로 그 역시 브레멘의 전속음악가가 되기로 하고 셋이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이윽고 세 도망자들이 어느 농가 곁을 지나게 되었는데 수탉 한 마리가 대문 위에 올라앉아 죽을힘을 다해 울고 있었다. 당나귀가 왜 그렇게 악을 쓰냐고 묻자, 다음날 여주인의 명령으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요리사가 자기의 목을 칠 예정이므로 그 동안 실컷 악이나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나귀가 좋은 목청을 가졌으니 함께 연주를 하면 근사한 음악이 나올 거라며 함께 브레멘으로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같이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나 브레멘은 꽤 먼 곳이라 해가 지기 전에 당도할 수가 없었고 밤이 찾아올 무렵 그들은 어느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문득 불빛이 보여 그것을 따라 가니 도둑들의 소굴에 당도하게 되었다. 그들은 도둑들을 몰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 끝에 마침내 좋은 생각이 났다. 당나귀가 몸을 곧추세워 창턱에 두 앞발을 대자 개가 당나귀의 등 위에 올라타고, 고양이가 다시 개 위에 올라타고, 수탉이 몸을 날려 고양이의 머리 위에 걸터앉아 일제히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당나귀는 히이잉 하고 외쳐 댔고, 개는 멍멍 짖어 댔고, 고양이는 야옹야옹 울어댔고, 수탉은 꼬끼요오 하고 악을 써댔다. 그러다가 그들은 창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그러자 도둑들은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라 유령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믿고는 숲 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렇게 도둑들을 몰아낸 네 친구들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각자의 습관대로 잠자리를 골라 이내 곯아떨어졌다. 

 

자정이 지날 무렵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웅크리고 있던 도둑 두목은 집안이 캄캄하고 더 이상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부하 한 사람에게 가서 살펴보고 오라고 명령했다. 부하는 집이 조용한 것을 보고 부엌으로 가서 촛불을 켜려고 하다가 고양이의 이글거리는 두 눈을 보고 석탄인 줄 알고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개비를 갖다 댔다. 그러자 고양이가 도둑에게 달려들어 침을 뱉고 할퀴었다. 도둑은 기겁을 하여 뒷문으로 달아났고 그곳에 있던 개에게 다리를 물리고 말았다. 도둑은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달려가다 거름더미 옆에 있던 당나귀의 뒷다리에 호되게 걷어 채였고, 이런 소란통에 잠에서 깨어난 수탉이 악을 써댔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친 도둑은 두목에게 가서, 마녀가 침을 뱉고 긴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었으며 문 앞에 있던 칼을 든 사내가 다리를 찔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당으로 도망쳐 나오는데 괴물이 몽둥이로 내리쳤고 지붕 꼭대기에 있던 재판관이 저 악당을 데려오라며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후 도둑들이 그 집에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브레멘의 음악가들이 그 집에서 살게 되었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하이누웰레 소녀 7편

댓글 0 | 조회 865 | 2019.01.16
자연으로의 회귀요즘 인터넷을 접하며 특히 마음을 힘들고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선정적인 뉴스들이다.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상식이나 이성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서…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6편

댓글 0 | 조회 836 | 2018.12.21
옥수수 어머니모든 것을 창조한 클로스크루베(Kloskurbeh)가 지상에 있을 때 사람들은 아직 있지 않았다. 어느 날 태양이 높이 떠 있을 때 한 아이가 나타나…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5편

댓글 0 | 조회 935 | 2018.12.11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태초의 어머니인 야자나무와 아버지 아메타를 통해 하이누웰레가 태어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특히 ‘검은’ 또는 ‘어두운 밤’…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4편

댓글 0 | 조회 906 | 2018.11.28
자연과 여성성 그리고 사랑과 희생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원주민들을 야만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여겨 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나 인디언 옛이야…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3편

댓글 0 | 조회 906 | 2018.11.16
하이누웰레 소녀소녀의 시신 조각들에서는 당시 아직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 이후 사람들의 주식이 된 식용 구근들이 생겨 났다.하이누웰레의 위는 커다란 단지가 …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2편

댓글 0 | 조회 957 | 2018.10.27
하이누웰레 소녀누누사쿠(Nunusaku) 산에서 내려온 아홉 씨족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서(西) 세람의 이곳저곳에 머물렀다. 그들 중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더보기

하이누웰레 소녀 1편

댓글 0 | 조회 1,240 | 2018.10.13
여성적인 힘언제부터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부정적인 이슈들 중 하나로 여성 혐오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 논란이 더욱 시끄러… 더보기

아기장수 지킴이

댓글 0 | 조회 1,039 | 2018.09.29
아기장수 이야기 6편나는 아기장수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부당한 힘과 권력 앞에서 날개를 접어 넣고 부엉이바위 아래로 떨어져 내린 아기장수… 더보기

날개

댓글 0 | 조회 949 | 2018.09.16
아기장수 이야기 5편‘날개’하면 새, 천사, 비상(飛翔), 비행기, 꿈, 욕망과 같은 단어들 그리고 이상의 단편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 더보기

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댓글 0 | 조회 1,209 | 2018.08.25
옛이야기와 치유우뚜리옛날 권력자들이 자기 욕심 차리기에 눈이 멀어 백성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때였다. 그러니 뼈 빠지게 일해도 입에 풀칠도 못하는 백성들의 불만… 더보기

장수 바위

댓글 0 | 조회 1,100 | 2018.08.12
아기장수 이야기 3편장수 바위 옛날에 어떤 사람이 아이를 뱄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아이 낳을 달이 되었으나 한창 모를 심을 때여서 모 심을 들에 가서 아이를 … 더보기

아기장수 이야기 2편

댓글 0 | 조회 1,086 | 2018.07.28
아기장수 이야기들아기장수 이야기는 광포설화인 만큼 여러 가지의 각편들이 전국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나 큰 줄기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날… 더보기

좌절된 꿈

댓글 0 | 조회 1,420 | 2018.07.12
아기장수 이야기 1편좌절된 꿈내가 아기장수 이야기를 처음으로 의미심장하게 접한 계기는 아마 최인훈의 희곡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2002년 춘천인형극제 공… 더보기

사랑이란

댓글 0 | 조회 1,079 | 2018.06.28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7편사랑을 어려워하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요즘 그래도 나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사랑, 물론 나도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더보기

섬과 같은 사랑

댓글 0 | 조회 1,145 | 2018.06.17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6편​​섬과 같은 사랑로토루아에서 ‘로토(Roto)’는 마오리어로 ‘호수’이며,‘루아(Rua)’는‘둘’을 의미한다. 이 이름은 호수처럼 넓고…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5편

댓글 0 | 조회 1,923 | 2018.05.26
섬과 같은 사랑이 옛이야기의 내용은 각편에 따라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의 부족이 서로 싸움을 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집안처럼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원수의 집안으로 설…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4편

댓글 0 | 조회 1,395 | 2018.05.13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해변에 도착한 히네모아는 물보다 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손으로 더듬어 나아갔고 드디어 따뜻한 바위와 뜨거운 웅덩이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3편

댓글 0 | 조회 1,339 | 2018.04.26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젊은 추장 투타네카이는 모코이아 섬에 살고 있었다. 로토루아 주변에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는데, 때로 카누들이 모코이아 섬에 찾아와 바깥소식을 … 더보기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2편

댓글 0 | 조회 1,354 | 2018.04.11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연가’라는 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가’가 뉴질랜드의 구전민요라는 것, 더 나아가 그 민요 안의… 더보기

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1편

댓글 0 | 조회 5,760 | 2018.03.28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삼포세대, 오포세대, 이제는 칠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8편

댓글 0 | 조회 1,154 | 2018.03.15
이모네‘손님이 많이 드나드는 집’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집이 있다. 바로 우리 이모네이다. 이모네는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항상 문이 열려 있는 곳처럼…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7편

댓글 0 | 조회 1,383 | 2018.03.01
소작농이 치성하여 유지한 최부자위의 옛이야기는 최부자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천석꾼을 사랑에 맞아들이기는 했으나 전혀 대접은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1,093 | 2018.02.15
■ 소작농이 치성하여 유지한 최부자한 천석꾼이 자기 재산을 대대로 물려주고 싶어서 구 대째 천석을 유지하고 있는 경주 최부자의 집에 찾아가 자신을 당대에 천석 하…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5편

댓글 0 | 조회 1,362 | 2018.02.01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경주 최부자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또는 ‘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4편

댓글 0 | 조회 1,173 | 2018.01.17
■ 손님위 옛이야기들에서 손님으로 상징되는 것은 번거로운 일, 귀찮은 일, 거부하고 싶은 일, 내키지 않는 일, 불편한 일 등이다. 그리고 손님과의 대면은 낯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