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괴담,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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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괴담, 그것이 알고 싶다

0 개 4,117 정동희

우리는 흔히, 괴이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괴담”이라고 부릅니다. 특정인, 특정그룹에 의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이야기일수도 있고 “카더라” 통신에 의해 슬그머니 시작된 이야기가 구름처럼 떠돌다가 태풍 급으로 커져서 많은 사람들의 크나큰 근심거리가 되지요. 그러다가 결국 언젠가는 둘 중 하나로 결론지어집니다. 사실로 밝혀지며 현실화되든지 아니면 담배연기처럼 해악을 남기고 사라져 버리든가.

 

2016년 9월 현재. 한국에는 가을, 뉴질랜드에는 봄이 왔을지 언데, 뉴질랜드의 교민사회에는 요리와 영주권에 관련한 각종 괴담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장기간 뉴질랜드 이민컨설팅업계에 몸담아 온 공인이민법무사인 저로서는 도저히 더 이상 외면하기가 어려워 오늘의 지면을 통해 그 괴담들의 허와 실을 낱낱이 짚어보고자 합니다.

 

괴담1 : 올 연말부터 요리가 어려워진다

 

“올 연말부터는 요리를 막는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막는다고들 합니다. 뭘 막는다는 이야기일까요? 요리사는 뉴질랜드 땅에 발도 못 붙이도록 입국부터 철저히 막겠다는 이야기로 들리시나요? 아니면, 요리사로는 영주권을 못 받게 하는 법을 시행하겠다는 말인지요.

 

의견 : 요리사의 이민을 막을 수 있을까?

 

하나씩 따져봅시다. 

 

테러나 범죄가 직업이 아닌 이상,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뉴질랜드 입국을 불허한다는 말은 유치원생도 코웃음 칠 이야기겠습니다. 결국은 요리사라는 직업으로는 영주권을 못 받도록 법개정을 한다고 해야 일리가 있을 텐데요. 그러한 변경 이민법이 오는 연말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이란 말이 되겠습니다. 이민부는 매년 7월과 12월에 정기적인 이민법의 부분 개정을 발표해 오고 있으니 “연말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은 일단, 그럴 수 있다라고 수긍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요리사를 막기 위하여” 12월에 “특별법” 같은 것을 발표하는 것은 아닐 겝니다. 즉, 원래 12월엔 변경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영주권을 받고자 하는 요리사 이민희망자가 뉴질랜드에 철철 넘쳐나서 이민법을 개정해서라도 (기술이민 카테고리를 통한) 영주권을 받는 것을 정부/이민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철통같이 막겠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법 중 하나라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이민법을 개정하여 chef는 기술이민(Skilled Migrant Category)의 skilled occupations에서 아예 제외한다는 특별 예외조항을 명시한다

 

● 이민법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Skilled occupations의 근간이 되는 ANZSCO 직업군 리스트를 이웃 호주와 합의하여 개정한다. 즉 skill level 2에 속해 있는 Chef를 “너, 나와!!” 식으로 콕 집어내어 skill level 3의 Cook(영주권 신청가능)보다도 더 낮은 직업에 속하는 skill level 5의 Cook’s assistant 수준으로 수직낙하 시켜버림으로써 chef로는 이민을 못 오게 한다

 

괴담2. 연말에 장기부족인력군에서 요리사가 빠진다

 

위의 이민법 정기 알림시, 이민부는 장단기 부족인력군 리스트에 대한 점검결과도 함께 발표하지요. 몇 년 전부터는 아예 12월에만 발표하면서 연간 1회의 조정으로 줄인 상태입니다.

 

그래요. 매년 그래왔습니다. 매년 하반기만 되면요. 요리사(chef)가 부족인력군에서 빠진다더라 라는 말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변함없이 그 자리-장기부족인력군 리스트(Long Term Skill Shortage List/LTSSL)에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판이하게 달라진 통계자료나 지표 때문이 아니라, 예전보다 강해진 정치적 여론몰이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리스트에서 Chef가 제외되면서 요리사로 영주권 받는 길이 막힌다고 괴담은 말하고 있습니다. 

 

의견 : 텔런트 비자는 가고 기술이민은 거뜬 !!

 

그럴 수 있습니다. 정치적 공세가 거세지면 집권여당은 어떤 근거를 대서라도 Chef를 장기부족인력군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취함으로써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결국 이 리스트에서 Chef가 제외되는 일이 현실화된다면요.

 

소위 텔런트 비자, 정확히 말하자면 WTR(Work To Residence) 카테고리를 통해 영어 없는 영주권을 희망하는 분들에겐 철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카테고리 중에 장기부족 인력군 워크비자를 쥐고 흔드는 “살생부”가 바로 장기부족인력군 리스트이거든요 !! 이 리스트에서 Chef가 제외되는 순간부터는 그 카테고리를 통한 루트에 올라탈 수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 분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이민은요. 쉽게 말하자면, 이 리스트에서 Chef가 빠지거나 말거나 입니다. 절대 다수의 요리사들이 도전하는 기술이민법에서 학력과 경력부분의 점수추가 이외엔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것이 바로 이 장기부족 인력군 리스트입니다. 물론, 부족인력 추가점수가 절대 절명으로 중요한 분들에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어차피 대다수의 이민희망 요리사들에게는 문제는 점수의 부족이 아니거든요. 

 

의견 : 과연 Chef가 부족인력군에서 제외될까?

 

지난 7월, 뉴질랜드 이민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중요한 자료가 있습니다.“기초 지표 증거보고서”라고 제 나름대로 번역한 Preliminary Indicator Evidence Report (PIER) July 2016 라는 문건입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한 특정직업이 부족 인력군 리스트에 속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잣대는 크게 2가지라고 밝히면서 Chef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Training time required​ 

 1-3 years of training usually required​ 

 United Kingdom Shortage Occupations List or Australian Skilled Occupations List

(Occupational Skill Shortage Lists)

This (Chef) occupation is on the United Kingdom List for Executive, Head, Sous and Specialist Chefs and on the Australian List.​ 

 

Chef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에서 3년의 트레이닝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 직책은 영국과 호주의 부족인력군 리스트에도 명시가 되다는 사실을 근거로 현재의 상황(Chef가 장기부족인력군 리스트에 등재된 사실)에 대하여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습니다.

 

“Chef : moderate evidence of shortage(쉐프가 부족인력이라는 적절한 증거가 존재)” 

 

괴담 3. 요리학과는 이제 다 망한다

 

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요리사로는 영주권이 막히니깐 아무도 입학을 안 해서 이제 요리학과는 다 망할 거라는 말이 떠돈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여 뉴질랜드 전역에 개설된 요리학과를 모조리 폐쇄 조처하겠다는 말이랍니까? 그것도 아니라면요. 그 모든 요리학과의 학력레벨을 현행 4나 5에서 1~3레벨로 강제적으로 내려 버린다고요?

 

의견 :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요리사의 기술인력 등급

 

위의 “기초 지표 증거보고서”는 기술인력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Skill level The ESID lists are designed for skilled occupations. The ANZSCO skill level classification is used as an indicator of skill level. In general terms, only occupations assessed by ANZSCO as levels 1-3 are considered ‘highly skilled’ for ESID purposes.

 

ANZSCO 리스트의 레벨 1~3에 속한 직업들만이 “highly skilled”라고 이 보고서는 정확히 지적하고 있지요. 그러면, 이 보고서에서 밝히는 Chef는 지난 7월 현재, 과연 어떤 상태일까요?

 

 ANZSCO skill level classification​ 

 2​ 

 Average annual base salary2​ 

 $32,300​ 

 Salary range

(Source: Hospitality NZ and TIANZ, 2016)

 Chefs usually earn $16-$25 per hour Head or executive chefs usually earn $22-$49 per hour​ 

 Meets skill level requirements?​ 

 YES​ 

 

보고서는 말합니다. 이 직책은 Skill level 2에 속하는 필수항목을 다 갖추었기에 당당히 이 레벨에 속해야 한다고 “YES”라고 말합니다.

 

위의 다른 반론에서도 언급했듯이, chef라는 직책에 대한 전 세계적인 규정과 정의를 다 무시하고 오직 뉴질랜드에서만 Cook의 도우미급으로 강등시킨다 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은 사람 중에 한 명이 저, 공인이민법무사 정동희입니다. 

 

한편 기술이민에서 말하는 Skill level 2에 속하는 직책의 자격이 되려면 Chef로서는 학력 레벨 5 이상은 되어야만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고교를 졸업하면 학력 레벨 3까지 취득할 수 있음) 

 

괴담 4. 우리도 호주처럼 한방에 “훅” 간다

 

“지금부터는 물론, 현재와 과거의 일까지도 다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법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섬뜩한 괴기영화는 전무후무할 것 같습니다. 요리학과/요리사 루트가 연말부터 콱 막혀서 어려워지게 되면 기존에 공부해 오던 재학생들뿐 아니라 졸업은 했으나 영주권을 아직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다 망한다는 소문이 항간에 떠돈다고 제게 전해주신 A님은 비단 혼자만 떨고 있는 건 아닐 겝니다.

 

의견 : 그간, 자비로웠던 우리의 뉴질랜드

 

제가 뉴질랜드에서 살아 온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이민법의 소급적용”입니다. 물론, 제 기억이 틀려서 샅샅이 뒤져보면 그러한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원칙에선 그렇다 라고 확신합니다. 다음의 이민법 조항을 예로 들지요.

 

 SM14.10.1 New Zealand qualifications

Despite SM14.10, SM14.10.5 and SM14.10.10, a New Zealand qualification at levels three, four, five or six on the NZQF qualifies for 50 points if:

a. it would have met the requirements for the award of points under the Skilled Migrant Category that was in effect on 24 July 2011; and

b. the principal applicant completed the qualification before 25 July 2011 or the principal applicant had commenced a course of study, resulting in the qualification for which they are claiming points, on 24 July 2011.

 

이민부는 2011년 7월에 뉴질랜드 학력에 대한 점수를 조정하면서 위와 같은 조항도 함께 시행하였습니다. 법이 발효된 시점 이전에 취득한 학력뿐 아니라 그 당시에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특혜 조항. 

 

필경, 뉴질랜드는 호주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리하여. 바라기는, 괴담은 그저 괴담으로 끝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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