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0 개 2,498 오소영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속에서 오시시 한기가 느껴진다. 히터와 침대매트에 스윗치를 올리고 바른자세로 다시 눕는다. 몸이 따뜻해져오면서 살폿이 다시 잠이든다 달콤하게 꿈도꾼다. 오그렸던 근육이 펴지면서 뼈속까지 시원해지기 때문에 단꿈을 꾸는 것 같다.   

 

늙으면 잠도 줄어들어 첫 새벽부터 일어난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잠 부자도 큰 복이란다.   

 

늦잠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면 유리창이 성에로 뿌우옇다. 조금씩 마알갛게 밖이 보이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앞집 지붕너머로 빨갛게 고운 아침 햇살이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

 

부지런한 새들이 나보다 먼저 지붕위에 나란히 해맞이를 하고있다. 웅크린 몸짓이 조금은 추워보인다. 언몸이 녹지도 않았을텐데 어디선가 회오리 바람처럼 갑자기 몸집 큰 갈매기가 날아와 짖꿎은 훼방을 논다. 커다란 날개짓 하나에 참새들이 혼비백산 모두가 흩어진다.

 

참새들을 쫓고 우둑커니 혼자 앉아있는 갈매기를 지켜본다. 작은 것들을 밀어내고 우쭐해서 행복할까? 물과 기름처럼 더불어 지낼수 없는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은가보다 강자의 횡포가 얄밉다. 내 마음을 알았을까 미운새의 낙인을 달고 금방 휘적 날아가버린다.   

 

내 아침은 자연이 그려내는 풍경을 감상하며 신선한 활기와 즐거움으로부터 시작된다.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그런 하나하나가 내겐 큰 선물처럼 반갑다. 얼마만큼 이런 일상들을 더 즐길수 있을까? 살아갈 날들이 많지않은 저무는 인생이기에 매일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맞이한다.

 

뜰에 마구 자라서 헝크러진 잡초들도 밉지가 않다. 그들도 이 세상 구경하러 나온 생명이라고 생각하니 함부로 뽑아버릴 수가 없다. 귀찮아서 짜증을 내던 그것들이다. 어느날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끝을 낼지언정 내 손으로는 할 수가 없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들. 아직 의식이 건전해서 바로 보고 느낄수 있다는게 감사할뿐이다. 신기한 변심도 자연의 순리임에 순순히 받아드린다.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마음이 너그러웠던 때가 있었던가. 늘 웅크리고 살았다.  

 

많이 가진사람 앞에선 한없이 작아졌다. 큰소리치는 사람앞에선 숨도 크게 쉬지못했다. 고국에선 모두들 황금 송아지 매놓고 산 사람들이 많아 그걸 전부 믿었다.

 

이제 인생 살만큼 살고 저물어가는 길목에 섰다. 끝없는 허욕에서 벗어나니 모든게 새롭다.

 

누구든 관용으로 대할수 있는 넉넉함. 마음 깊이 도사린 따뜻한 사랑을 나눠가져도 되는 즈음이다.   

 

더이상 아쉬운 것도 부러움도 없으니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다. 마음부자가 된 것이다.    

 

근심걱정 다 내려놓으니 편함만 남는다. 이런게 행복인가. 손에 잡히는것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냥 만족하다.

 

슬며시 왔다가 스을쩍 달아나는. 오래 머물러 있지않는 흐르는 물같은 것이 행복이란다.

 

누가 선물로 준것도 아니니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어도 뭐랄 사람도 없다. 그런 진리를 깨달은건 오래 전이었다. 실천하는데 참 많은 세월을 보낸게 아쉽지만 이제라도 다행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 방 깊숙히 들어와 쉬어가는 동안 나는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손글씨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안타까움을 대신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리한 컴퓨터. 독수리 타법이면 어떤가? 말을 써주고 글을 만들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어떤 생각에 몰입해 작품이라는걸 한자씩 찍어낼 때 현실적인 그 아무것도 머리속엔 없다.   

 

가끔씩 뜰앞에서 노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린다. 스치는 바람결에 부딪히는 나뭇잎의 수런거림. 돌돌돌 이끼낀 바위틈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 향기처럼 퍼져오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들려오는 산사에 앉아있는 느낌 바로 그뿐이다. 

 

창호지로 바른 문틈으로 문풍지를 흔들며 비집고 들어오는 솔바람냄새 구들밑이 따뜻한 암자 한귀퉁이를 차지한 착각속에서 필상은 물처럼 흘러내린다. 뿌듯한 성취감. 나를 마음부자로 만들어주는 또다른 순간이다.

 

쇠퇴해가는 뇌세포를 자극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분신같은 작품들, 읽어주는 사람 없는 졸작이라도 내게 행복을 안겨준다. 못생겼다고 볼품없다고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리는 어미는 이 세상에 없다. 모습은 달라도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긴 세월 출산의 고통으로 써온 수많은 작품들을 행복으로 끌어안고 다시한번 마음 부자임을 과시한다.

 

허술히 퍼내어도 영원히 비워지지 않는 창고. 따뜻한 가슴 하나로 행복의 끝을 살고싶다. 

 

[361] 바보가 되어가는 이야기 하나

댓글 0 | 조회 2,571 | 2007.07.23
"여기 우산 떨어졌는데요" 등 뒤에서 들려 오는 말에 흘낏 돌아보니 어떤 젊은이가 내 우산을 집어서 작은 돌담에 얌전히 걸쳐 놓고 간다.(어머나 큰일 날 뻔 했네… 더보기

[332] 9988ㆍ1234

댓글 0 | 조회 2,561 | 2006.05.08
적당히 잘쓰면 좋지만 잘못쓰면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게 향수(香水)라고 늘 생각해 왔다. “아우님 내가 향수를 좀 썼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너무 진한 향수냄새… 더보기

[326] 섣달 그믐날

댓글 0 | 조회 2,549 | 2006.02.13
어제까지만 해도 구름이 오가는 변덕날씨에 바람마져 사납더니……, 오늘은 미동도 하지 않는 엷은 레이스의 창문 커텐이 답답할 정도로 무덥다. 볕은 따가워도 그늘에만…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스웨덴)편

댓글 0 | 조회 2,546 | 2013.01.31
실야라인(silja line) 크루즈의 선상 뷔페식사 분위기가 더 없이 푸근하고 즐거워 피곤한 여정에 달콤한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낯선 음식을 맘껏 두루 맛보는… 더보기

Happy new year

댓글 0 | 조회 2,521 | 2012.01.31
2012년. 첫날 새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happy new year_” 언제나처…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18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20] 그 비취에 가면.....

댓글 0 | 조회 2,515 | 2005.11.11
처음에 그 곳을 찾았을 땐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것 말고 달리 갈만한 그럴 듯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제는 정이 들대로 들어서 헤어질 수 없는 친구처… 더보기

빨강 구두 아줌마

댓글 0 | 조회 2,513 | 2017.07.25
밖은 비 바람이 사납다. 오늘같은 날, 밖에 볼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둠침침한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옷을 두둑히 입고 앉아 있는데 있을수록… 더보기

[322]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2,509 | 2005.12.12
지치도록 피곤하게 운동하고 돌아와 막 현관문에 키를 꽂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돌아왔음을 보고나 있듯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누가 그리 때를 잘 … 더보기

현재 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댓글 0 | 조회 2,499 | 2016.07.28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속에서 오시시 한기가 느껴진다. 히터와 침대매트에 스윗치를 올리고 바른자세로 다시 눕는다. 몸이 따뜻해져오면서 살폿이 다시 잠이든다 달… 더보기

[358] 서울내기 전원에 살다

댓글 0 | 조회 2,498 | 2007.06.13
숨가쁘게 달리던 차가 여주 "세종대왕 능" 부근에서 한숨 돌리듯 속도를 늦춘다. 엄청 조용하고 아늑했을 명당이련만 지금은 개발의 붐을 타고 근처까지 파헤쳐져 어수… 더보기

[329] 천사들의 합창

댓글 0 | 조회 2,498 | 2006.03.27
어제 비맞은 골프가방이 아직도 포켓마다 입을 벌리고 말려 달라고 보채고 있는데 오늘 아침도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 검고 짙은 구름이 해를 삼켜 버렸다. 반나절을 하… 더보기

[325] 청계천을 가보고 싶다

댓글 0 | 조회 2,476 | 2006.01.31
해가 바뀌고 나니까 마음도 바뀌나? 그럭저럭 잘 견디던 향수병이 갑자기 도지나보다. 고국이 그립다. 나 없는 사이 많이도 달라진 서울, 청계천이 다시 살아났단다.…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73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반갑잖은 손님이 저기 또 오시네

댓글 0 | 조회 2,459 | 2015.12.22
집 앞 길가에 나가서 빨간 신호등을 마냥 켜 둘까? 현관문을 지킬까? 아니면 방 문이라도 잠가 버리면 그 손님은 오지 않을는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세월…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52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그날, 버니(Burnie)에서

댓글 0 | 조회 2,449 | 2012.03.28
크루즈 중에 배에서 내리는 날은 언제나 바쁘다. ‘타스마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 땅이긴 하지만 육지 밑으로 외떨어진 … 더보기

미나리, 미나리 강회

댓글 1 | 조회 2,432 | 2012.09.25
지겹도록 비가 내려 지루하기만 하던 한 겨울. 그래도 그 비 덕분일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원 줄기에 마냥 나긋하게 자란 미나리를 만나니 반갑다. 그 것을 보는 … 더보기

[328] 잘못된 친절

댓글 0 | 조회 2,428 | 2006.03.14
“아뿔사 그랬었구나”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옆의 누군가에게 망신이라도 당한 듯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바보 못난이… 더보기

‘세익스피어 파크’에서

댓글 0 | 조회 2,413 | 2015.04.30
이민 보따리를 풀고 한참 지나서 처음 나드리 가 본 곳이 ‘쉑스피어 팍’이었다. 벌써 십년도 더 지났지만 처음 느낀 인상 때문인지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내가 … 더보기

꽁트 한마당(공선생의 하루)

댓글 0 | 조회 2,398 | 2014.03.26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볕이 눈이 시리도록 밝고 화창한 날이었다. 할 일 없는 ‘공명수’씨는 흔들 의자에 기대앉아 가볍게 눈을 감았다. “공선생님은 아직도 젊으셔요 … 더보기

부녀 별곡 (父女 別曲)

댓글 0 | 조회 2,358 | 2016.03.24
이제 여기 여름도 한국처럼 덥다고 느끼며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뙤약볕에 불화로처럼 달아오른 어느 일요일 오후. 서늘한 바람 그늘이 그리워 고목으로 울창… 더보기

행복의 유람선, 크루즈 여행

댓글 0 | 조회 2,339 | 2019.04.23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TV 영상이 하나있다.‘사랑의 유람선’...그 시간을 맞추려고 저녁시간을 서둘러야 했다. 물 묻은 손을 털고 TV … 더보기

그러시면 안돼죠

댓글 0 | 조회 2,328 | 2012.04.26
“엄마, 이모한테 전화 좀 드려보세요.” 언제나 장난끼 넘치는 응석조로 전화 해 오던 한국의 딸아이 목소리가 오늘은 영 아니었다. (무슨일이… 더보기

살다보니 이런일이...

댓글 0 | 조회 2,282 | 2022.01.26
온종일 정신없이 일을 해 냈으니 몸이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웠다. 오랫동안 쓰지않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뻐근하고 아팠다.여름날 긴 긴 하루가 번개처럼 지나갔다.긴장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