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0 개 2,496 오소영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속에서 오시시 한기가 느껴진다. 히터와 침대매트에 스윗치를 올리고 바른자세로 다시 눕는다. 몸이 따뜻해져오면서 살폿이 다시 잠이든다 달콤하게 꿈도꾼다. 오그렸던 근육이 펴지면서 뼈속까지 시원해지기 때문에 단꿈을 꾸는 것 같다.   

 

늙으면 잠도 줄어들어 첫 새벽부터 일어난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잠 부자도 큰 복이란다.   

 

늦잠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면 유리창이 성에로 뿌우옇다. 조금씩 마알갛게 밖이 보이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앞집 지붕너머로 빨갛게 고운 아침 햇살이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

 

부지런한 새들이 나보다 먼저 지붕위에 나란히 해맞이를 하고있다. 웅크린 몸짓이 조금은 추워보인다. 언몸이 녹지도 않았을텐데 어디선가 회오리 바람처럼 갑자기 몸집 큰 갈매기가 날아와 짖꿎은 훼방을 논다. 커다란 날개짓 하나에 참새들이 혼비백산 모두가 흩어진다.

 

참새들을 쫓고 우둑커니 혼자 앉아있는 갈매기를 지켜본다. 작은 것들을 밀어내고 우쭐해서 행복할까? 물과 기름처럼 더불어 지낼수 없는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은가보다 강자의 횡포가 얄밉다. 내 마음을 알았을까 미운새의 낙인을 달고 금방 휘적 날아가버린다.   

 

내 아침은 자연이 그려내는 풍경을 감상하며 신선한 활기와 즐거움으로부터 시작된다.  

 

특별할 것 없는 그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이다. 그럼에도 그런 하나하나가 내겐 큰 선물처럼 반갑다. 얼마만큼 이런 일상들을 더 즐길수 있을까? 살아갈 날들이 많지않은 저무는 인생이기에 매일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맞이한다.

 

뜰에 마구 자라서 헝크러진 잡초들도 밉지가 않다. 그들도 이 세상 구경하러 나온 생명이라고 생각하니 함부로 뽑아버릴 수가 없다. 귀찮아서 짜증을 내던 그것들이다. 어느날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끝을 낼지언정 내 손으로는 할 수가 없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들. 아직 의식이 건전해서 바로 보고 느낄수 있다는게 감사할뿐이다. 신기한 변심도 자연의 순리임에 순순히 받아드린다.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마음이 너그러웠던 때가 있었던가. 늘 웅크리고 살았다.  

 

많이 가진사람 앞에선 한없이 작아졌다. 큰소리치는 사람앞에선 숨도 크게 쉬지못했다. 고국에선 모두들 황금 송아지 매놓고 산 사람들이 많아 그걸 전부 믿었다.

 

이제 인생 살만큼 살고 저물어가는 길목에 섰다. 끝없는 허욕에서 벗어나니 모든게 새롭다.

 

누구든 관용으로 대할수 있는 넉넉함. 마음 깊이 도사린 따뜻한 사랑을 나눠가져도 되는 즈음이다.   

 

더이상 아쉬운 것도 부러움도 없으니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다. 마음부자가 된 것이다.    

 

근심걱정 다 내려놓으니 편함만 남는다. 이런게 행복인가. 손에 잡히는것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냥 만족하다.

 

슬며시 왔다가 스을쩍 달아나는. 오래 머물러 있지않는 흐르는 물같은 것이 행복이란다.

 

누가 선물로 준것도 아니니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어도 뭐랄 사람도 없다. 그런 진리를 깨달은건 오래 전이었다. 실천하는데 참 많은 세월을 보낸게 아쉽지만 이제라도 다행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 방 깊숙히 들어와 쉬어가는 동안 나는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손글씨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안타까움을 대신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리한 컴퓨터. 독수리 타법이면 어떤가? 말을 써주고 글을 만들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어떤 생각에 몰입해 작품이라는걸 한자씩 찍어낼 때 현실적인 그 아무것도 머리속엔 없다.   

 

가끔씩 뜰앞에서 노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린다. 스치는 바람결에 부딪히는 나뭇잎의 수런거림. 돌돌돌 이끼낀 바위틈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 향기처럼 퍼져오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들려오는 산사에 앉아있는 느낌 바로 그뿐이다. 

 

창호지로 바른 문틈으로 문풍지를 흔들며 비집고 들어오는 솔바람냄새 구들밑이 따뜻한 암자 한귀퉁이를 차지한 착각속에서 필상은 물처럼 흘러내린다. 뿌듯한 성취감. 나를 마음부자로 만들어주는 또다른 순간이다.

 

쇠퇴해가는 뇌세포를 자극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분신같은 작품들, 읽어주는 사람 없는 졸작이라도 내게 행복을 안겨준다. 못생겼다고 볼품없다고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리는 어미는 이 세상에 없다. 모습은 달라도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긴 세월 출산의 고통으로 써온 수많은 작품들을 행복으로 끌어안고 다시한번 마음 부자임을 과시한다.

 

허술히 퍼내어도 영원히 비워지지 않는 창고. 따뜻한 가슴 하나로 행복의 끝을 살고싶다. 

 

무대 뒤의 풍경

댓글 0 | 조회 1,181 | 2017.12.19
마치 동굴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침침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맘대로 되지가 않았다. 안간힘을 쓰다가 눈이 떠졌다. 다행히도 꿈… 더보기

숙모 시집오던 날

댓글 0 | 조회 1,771 | 2017.11.22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 더보기

봄바람 타고 온 가을 선물

댓글 0 | 조회 1,264 | 2017.10.25
몇 년 전이었다.나른하게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러 한국에 나갔다.좋은 보약 준비해 놓겠다는 딸애의 보챔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여기서 못 먹었던 입에 맞는 … 더보기

술 석잔이 있는 풍경화

댓글 0 | 조회 1,283 | 2017.09.26
지루할만큼 질척이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 비 속에서 외롭게 피어난 자목련의 을씨년스러움도 오늘은 화사하다.성급하게 봄 냄새가 그리워지는 한나절이다.“거긴 요즘… 더보기

그 특별했던 날의 긴 하루

댓글 0 | 조회 1,397 | 2017.08.22
평상시 외출에는 버스가 마냥 편하다. 그 날은 상황이 달라서 서둘러 차를 몰고 나서야 했다. 며칠전, 새로 개통된워터뷰(water viwe)터널을 신선한 기분으로… 더보기

빨강 구두 아줌마

댓글 0 | 조회 2,510 | 2017.07.25
밖은 비 바람이 사납다. 오늘같은 날, 밖에 볼 일이 없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둠침침한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옷을 두둑히 입고 앉아 있는데 있을수록… 더보기

사탕, 달다

댓글 0 | 조회 1,408 | 2017.06.27
우는아이 달래주고 웃는아이 울리기도 하는 달디단 사탕.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랜다는 사탕발림이란 어른들의 말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사탕 하나가… 더보기

잔인한 달, 나의 4월

댓글 0 | 조회 1,562 | 2017.05.23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누군가 실없는 말로 내 웃음보를 자극해 올 것만 같은 기대로 첫날을 맞았다.고국은 지금 봄이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울긋불긋 … 더보기

삶의 그림 속에 창 문 낮은 집

댓글 0 | 조회 1,661 | 2017.04.26
우리말에 노름하는 자식, 빚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보지도 말라고 했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렵게… 더보기

삶의 축복

댓글 0 | 조회 1,798 | 2017.03.22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신 분.반평생 긴 세월을 그리움 가슴에 싸안고홀로 외로웠던 삶.눈 감으신 고요로움이 차라리 평화로울까?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얼마… 더보기

자만인가, 착각인가

댓글 0 | 조회 1,504 | 2017.02.22
평생을 살집없는 몸매로 튼실한 부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젊었을 때는 날씬(?)하다는 부러움으로 그런대로 살만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쪼그라드니 이젠 배곯고… 더보기

아기처럼 웃고 살고싶다

댓글 0 | 조회 1,474 | 2017.01.25
유모차에 실린 아기가 버스에 올랐다. 머루같이 까만눈이 초롱초롱하다. 커다란 눈속에 많은 것을 담으려는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눈이 마주치자 낯가림도 없이…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2,193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 더보기

이만큼 나이 먹어보니 . . .

댓글 0 | 조회 1,677 | 2016.11.23
젊었을땐 남만큼 가진게 많지않다고 투정을 하며 살았다.이만큼 살다보니 이젠 내려다보는 혜안이 열려 지금 있는것만 가지고도 부자임을 감사한다.주제넘은 오만과 편견으… 더보기

지붕위의 여자

댓글 0 | 조회 2,858 | 2016.10.26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 더보기

이름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658 | 2016.09.28
선영. 세영. 은영. 한결같이 고운 여자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주인들은 모두 남자들. 내 남자 형제들의 이름이다.그 중에 진영이 있다. 남자 이름같은데… 더보기

굴뚝이 있는 집

댓글 0 | 조회 2,814 | 2016.08.25
요즘 새로 짓는 집들은 아예 굴뚝이 없다. 굴뚝이 있는 옛날 집들도 이젠 연기가 나질 않는다.내가 처음 왔을 때 만해도 티티랑이 동네 어귀엔 나무 타는 냄새가 야… 더보기

현재 마음이 부자이고 싶다

댓글 0 | 조회 2,497 | 2016.07.28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속에서 오시시 한기가 느껴진다. 히터와 침대매트에 스윗치를 올리고 바른자세로 다시 눕는다. 몸이 따뜻해져오면서 살폿이 다시 잠이든다 달… 더보기

꿈을 불러다주는 이 겨울의 선물

댓글 0 | 조회 1,764 | 2016.06.22
한여름에도 발이 시린 친구가 있다. 그야말로 걸을때 말고는 발 모시는(?) 일이 눈물겹다.얼마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때아닌 복더위가 찾아와 지금… 더보기

모자(帽子)의 여인

댓글 0 | 조회 1,495 | 2016.05.26
외출 할 때마다 항상 모자를 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멋을 내기 위함인줄 알고 흔히 ‘멋쟁이’(?)란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천만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 더보기

프라하(Praha)에서 보내온 반가운 영상

댓글 0 | 조회 1,792 | 2016.04.28
예정된 하루의 일과를 별 탈 없이 마친 귀가 길은 늘 산뜻하게 마련이다. ‘하버 브릿지’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석양에 물든 고운빛 물 위에 뜬 ‘요트’들의 한가로… 더보기

부녀 별곡 (父女 別曲)

댓글 0 | 조회 2,356 | 2016.03.24
이제 여기 여름도 한국처럼 덥다고 느끼며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뙤약볕에 불화로처럼 달아오른 어느 일요일 오후. 서늘한 바람 그늘이 그리워 고목으로 울창… 더보기

소통하는 영원한 벗, 한송이 빨간 장미

댓글 0 | 조회 2,813 | 2016.02.24
혼자 밥 먹는게 지루하고 따분할 때. 무심히 놓인 식탁 한켠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칠세라 내 시선을 붙잡는다. “어머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더보기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댓글 0 | 조회 1,909 | 2016.01.28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더보기

반갑잖은 손님이 저기 또 오시네

댓글 0 | 조회 2,456 | 2015.12.22
집 앞 길가에 나가서 빨간 신호등을 마냥 켜 둘까? 현관문을 지킬까? 아니면 방 문이라도 잠가 버리면 그 손님은 오지 않을는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세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