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겨울여행

0 개 1,965 김지향

뉴질랜드 북섬 끝부분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을 다녀왔다. 대도시인 오클랜드와 대비되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으로도 보였다. 

 

지금 나는 수 천 년의 역사를 묵묵히 서 있는 카오리 나무들과 천연 온천장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이었다. 여러모로 나 자신을 점검하며 나의 부족함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자기 반성을 갖게 하는 여행이었다. 그런 반면 새로운 용기와 기운을 얻을 수 있었다.

 

버스로 집에서 공항으로 갈 때부터 이번 여행이 무척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것부터 북섬의 최 북단 지역을 다녀 오는 여행이며 사진으로만 보았던 친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여행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요즘 건강에 자신이 없어서 망설였지만, 여행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다녀왔다. 다행히 여행이 나에게 준 에너지는 무척 크고도 깊었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아서 봄날의 날씨였고 온천을 하는 동안에 적당히 구름이 가려 주기까지 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몰랐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오클랜드에 도착하여 파미에서의 옛 친구들을 만났는데, 너무나도 기쁜 소식을 접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소식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딸이 좋은 직장에 정식 직원으로 취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나를 만나는 그날이 딸의 승용차가 그녀에 맞는 맞춤으로 완성이 된 날이라고 했다. 인간 승리가 따로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녀의 모성애와 그녀의 의지가 하늘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우주가 마음작용이란 것이 새삼 깊이 다가왔다. 불편한 몸으로 하루에 6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면서 출퇴근을 하였었는데, 그 얼마나 다행스럽고 대견한 일이던가?

 

여행 중에 공부를 많이 한 훌륭한 스님을 만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그 스님의 말씀보다 더 깊은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내용이였다. 얼큰한 알탕찌개 맛이 더 달게 느껴진 것은 딸의 승용차가 나온 턱을 얻어먹는 저녁이라서 더 그랬을 거다. 그녀의 행복이 그곳에 앉아 있는 네 명의 가슴에 가득 차고도 넘쳐나서 웃음꽃이 만발했다. 

 

내가 행복해야 주위가 행복하다는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수행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지내는 수행자들보다 더 큰 수행자가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수없이 넘어져 다치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남들의 수 백 배 노력하면서 공부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까지 해나가는 그녀. 그녀가 나에게 주는 교훈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내 심장이 왜 커졌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으며, 심장박동기계를 달고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염려와 감사가 엇갈렸는데, 그런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녀가 새 삶을 시작한 것처럼 나 역시 새 삶을 시작하게 되어 있다. 이러나 저러나 아직은 이 생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어두웠던 시기를 거치고 빛으로 들어온 삶이라고 하지만, 어찌 빛 속에 어둠이 존재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블록이 되어 그녀 앞에 벽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환한 빛인 그녀의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시원찮게 올라오고 있었던 히야신스 잎이 분홍빛 꽃을 머금고 있었다. 파란 잎이 돋아날 때, 봄으로 착각하는 게 재미있어서 웃었는데, 겨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희망을 전해주려 준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따스해졌다.

 

수 천 년의 세월을 묵묵히 한 자리에 서 있는 카오리, 봄에 잠깐 피고 지는 히야신스 꽃, 이번 겨울 여행을 위해 나를 초대해 준 친구, 나와 함께 동행해준 친구와 오클랜드에서의 친구들…… 우주의 모든 생명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하나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겨울여행이었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2,192 | 2016.02.11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어떤 시인의 시 제목이다. 시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무척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생긴 대로 물동에 담겨 있… 더보기

중년의 비애도 축복이다

댓글 0 | 조회 2,171 | 2015.09.24
7년 전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동생이 한국으로 가서 산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아들도 볼 겸, 여권 발급도 필요해서 뉴질… 더보기

깨끗한 유리창

댓글 0 | 조회 2,166 | 2015.05.27
승용차가 없어서 온 가족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그 덕분에 나 역시 버스 시간표를 늘 확인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갔었을 때, 동생 집 냉장고에 붙여 있었… 더보기

삶과 죽음

댓글 0 | 조회 2,157 | 2014.10.14
내가 사랑하는 여동생의 시어머니께서 며칠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룬 이후로 제부는 매일 어머니께 다녀온답니다. 그러면서 엊그제 혼자 밖에 나가서 강아지 한… 더보기

돈이 사랑이다

댓글 0 | 조회 2,100 | 2017.01.26
작년 연말이 꿈처럼 지나갔다.크리스마스 대목으로 드레스숍이 한창 바쁜 시기에 한국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셔서 임종을 앞두고 계시다면서 서둘러서 …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2,080 | 2016.10.12
눈부시게 빛나는 분홍빛 벚꽃들이 일주일 내내 내리는 봄비를 맞고 축축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회색 하늘에 화사한 핑크색보다야 보라색이 더 잘 어울리지만, 빛이 사… 더보기

첫째가 꼴찌가 되는 세상

댓글 0 | 조회 2,077 | 2015.10.29
성경 속에 예수님이 첫째와 꼴찌에 대해서 쓴 구절이 있습니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 거라는 말씀이었지요. 첫째와 꼴찌가 뒤바뀔 거라는 말이었는데,… 더보기

전체와 부분

댓글 0 | 조회 2,076 | 2015.11.26
인간관계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것처럼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시각이 전체가 아니라 부분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 더보기

지금 이 순간만이....

댓글 0 | 조회 2,060 | 2014.07.24
뉴질랜드에 오기 하루 전날, 인사동에 나갔었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더군요. 평일에 한 번 인사동을 갔었는데, 그날의 분위기와 달리 축제의 느낌… 더보기

영혼의 집

댓글 0 | 조회 2,058 | 2014.09.24
오늘은 한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의 생일입니다. 육십갑자의 ‘갑’으로 되돌아오는 환갑날입니다. 옛날 같으면 최상의 수명을 산 기념으로 환갑잔치를 했었겠지만, 100… 더보기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댓글 0 | 조회 2,037 | 2016.11.23
9년 가까이 사용해왔었던 컴퓨터가 드디어 수명을 다했다. 그동안 여러번 업데이트를 해가면서 컴퓨터를 사용해 왔었는데, 이제 한계가 온 것이다.나야 그저 글을 쓰고… 더보기

대박의 꿈

댓글 0 | 조회 2,032 | 2016.11.09
레빈에서 일하다 보면 맞은 편에서 로또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불경기인데도 그곳은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나이에 상관 없이 여러 부류의 사… 더보기

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미련

댓글 0 | 조회 1,986 | 2017.08.08
어리석고 둔한 것을‘미련하다’고 하며, 품었던 감정이나 생각을 딱 끊지 못하는 것을‘미련’이라고 한다.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며 동물을 미련스럽다고 하지만, … 더보기

내 안의 정원사

댓글 0 | 조회 1,976 | 2013.11.27
엊그제 오후에 둘째가 잡초를 뽑겠다고 목장갑과 고무장갑을 찾았습니다. 이사를 하려고 생각하니 정원과 마당에 있는 잡초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나 봅니다. 둘째의 뇌하… 더보기

행복이 가득한 바구니

댓글 0 | 조회 1,976 | 2016.09.29
꽃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다. 갑자기 날씨가 풀려 따스한 봄날이 온 것처럼 내 몸도 덩달아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세 딸들이 다 크고 나니 … 더보기

망각과 혼돈

댓글 0 | 조회 1,975 | 2013.12.24
하얀 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는 하늘 아래에서 탱고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은 피아졸라의 ‘망각’을 듣고 있습니다. 밖의 신선한 공기와 함께 새들은 강한 생명력을 전해… 더보기

남십자성이 전해주는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72 | 2015.07.15
가족이 사랑을 주고받는 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가족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나는 이런 사실을 가슴으로 깊이 느끼면서 깊은 감동으로 가슴이 먹… 더보기

현재 겨울여행

댓글 0 | 조회 1,966 | 2016.07.28
뉴질랜드 북섬 끝부분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을 다녀왔다. 대도시인 오클랜드와 대비되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으로도 보였다.… 더보기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댓글 0 | 조회 1,946 | 2017.04.12
매일 아침마다 나에게 오는 편지가 있다. ‘고도원의 편지’라고 아마 나처럼 이 편지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다. 책을 사랑하는 고도원씨가 자신이 읽은 책 중… 더보기

나 자신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댓글 0 | 조회 1,921 | 2016.06.22
이 글을 적기 전까지 많은 생각이 오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칼럼은 우리 모두가 나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에게 쓰는 글이기에 거짓 없이 내 가슴을… 더보기

행복한 부자

댓글 0 | 조회 1,915 | 2016.09.15
그 언젠가부터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붙었다. 왜냐하면 그 일들마다 나에게 알려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나쁜… 더보기

시련과 고난이 주는 기회

댓글 0 | 조회 1,898 | 2014.08.27
어느덧 거리는 봄의 꽃망울들이 노랗게 웃고 있습니다. 봄의 문이 살며시 열리고 있네요. 잔뜩 움츠리고 있었던 몸과 마음이 화사한 수선화의 노란색으로 물들어갑니다.… 더보기

젊음과 지혜의 만남

댓글 0 | 조회 1,883 | 2014.01.29
우리 형제는 6남매입니다. 그 중 셋째로 태어난 저는 딸 중에서도 셋째이며 자식으로서도 셋째입니다. 어머니께서 딸만 넷을 낳다가 뒤로 아들 둘을 보셨기 때문입니다… 더보기

도인을 모시는 여자

댓글 0 | 조회 1,859 | 2017.03.08
지난 주에 휴가를 좀 갖고 나서 이번 주부터 파미 매장에서 근무를 한다. 모처럼만에 집에 와서 생활하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휴가를 즐기는 동안 날씨 또한 얼마나… 더보기

내 안의 무지개

댓글 0 | 조회 1,850 | 2015.12.23
요즘 나는 낱말풀이 놀이에 푹 빠져있습니다. 난센스 적으로 낱말을 풀이하는 것인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 번 시작하면 몇 개의 낱말을 줄지어서 풀어보게 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