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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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0 개 2,364 피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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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을 가지고 있듯이 와인을 만드는 포도 또한 서로 다른 날씨와 토양으로인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 그래서 ‘최고의 와인은 신이 만든다’고 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닮은 점이 많아 보이는 초콜릿과 와인을 정작 조화시키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초콜릿의 독특한 향과 맛이 입과 코를 마비시키고 나면 제 아무리 최고의 와인이라도 초콜릿의 강한 기에 눌려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콜릿보다 더 스위트(Sweet)한 와인을 선택한다면 입안에 녹아 드는 그 절묘한 조화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스위트 와인(디저트 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그 풍미가 매우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농축된 와인이기 때문에 와인 병이 일반 병의 절반 크기 밖에 되지 않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보통 식후에 마시는 스위트 와인은 신선한 과일이나 치즈, 케이크, 아이스 크림, 쿠키, 초콜릿과 잘 어울린다.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데는 몇 가지의 방법이 있다. 그 한가지로 롯(The Rot, 변질된)의 영향을 받은 포도로 만든 경우인데, 이 포도는 변질되거나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귀부 병(노블 롯, Noble Rot)이라고도 불리는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에 의해 영향을 받은 포도로 와인을 만든 경우다. 포도에만 생기는 독특한 곰팡이(Grey Rot)는 오히려 사람의 몸에는 이로운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 곰팡이로 인해 포도과즙의 90%정도의 수분이 없어지면서 포도들은 건포도와 같이 주름지게 된다. 이렇게 약간의 당분을 잃어버리고 나면 엄청나게 농축된 달콤한 포도즙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위트 와인으로는 프랑스 보르도지방의 소테르네(Sauternes), 헝가리의 토카이(Tokay), 독일의 모젤(Mosel), 잘(Saar), 루베(Ruwer), 그리고 라인가우지역에서 생산되는 베렌아우스레젠(Beerenauslesen), 트로켄 베렌아우스레젠(Troken Beerenauslesen)급의 와인들이 있다. 특히 독일와인의 경우는 아주 이상적으로 변질된(Nobly-Rotted) 리즐링(Riesling) 포도로 만드는데 매우 귀하다.

 

스위트 와인의 또 다른 종류인 아이스 와인(Ice Wine)을 만드는 방법은 포도를 얼리면서 태양 빛에 말린 포도로 만드는 크리오엑스트렉션(Cryoextraction)이라는 기술로 만든다. 포도들이 건포도가 되어 가면서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게 수확하여 생산하는 와인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와인들은 보트리티스 곰팡이 자체가 갖는 특유의 향은 없다. 다시 말하면 흰눈 쌓인 포도밭에서 수확한 뒤 얼어 있는 상태로 압착, 발효시킨 것이다. 추운 날씨 속에 거센 눈바람을 맞으며 덩굴에서 얼었다 녹았다 를 반복하면서 당분과 산이 농축된 농도로 만들어지는 만큼 색깔과 달콤한 맛이 단연 일품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이태리에서는 포도를 수확한 후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당도를 높여 아주 풍부한 맛과 높은 알코올의 와인을 만드는 데, 레치오또디 발폴리첼라(Recioto di Valpolicella), Vin Santo처럼 깊은 여운이 오래 남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래 아이스 와인(Eiswein)은 18세기 독일에서 처음 개발되어 이제는 독일 북부, 미국 북부 그리고 캐나다의 온타리오(Ontario)와 뉴질랜드에서도 생산된다.  조금 영리한(?) 와인제조자 들은 포도를 인공적으로 냉동고에 얼려서 아이스 와인을 만들었지만 아주 값싼 ‘냉장고 와인’을 만드는데 그쳤다. 자연적인 진행과정이 없이 무르익은 맛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와인을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 한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초콜릿만이 아이스 와인의 복잡한 맛과 향에 견줄 수 있는 음식이다. 식사 전에 아이스 와인을 마시면 즉각적으로 식욕이 샘솟는데 특히 짭짤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만약 식전에 아이스 와인을 먹는다면 아껴 두었다가 식후에 디저트와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이럴 경우 식사 중간에는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데 이유는 식후에 아이스 와인으로부터 더욱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과 아이스 와인의 달콤한 부드러움이 입안을 점령하는 순간, 우리는 긴장을 풀고 유순해지기 시작한다. 초콜릿 속의 카페인은 지친 심신에 활력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은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뇌가 분비하는 화학물질과 같아서 심장박동을 높이고 꿈꾸는 듯한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또한 저녁시간이 아이스(Ice) 와인이 품고 있는 향의 변화를 느끼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하니 사랑으로 잠못 이루는 밤을 지새고 있다면 그대여, 지금이 고백의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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