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받아먹는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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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받아먹는 선진국

0 개 3,310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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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전원일기 (5) 

 

고대 로마 시대에 이미 도시 상수도가 건설되어 생활용수, 음료수, 분수용 등으로 물을 공급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이롭게 만든다. 그러나 로마의 멸망 원인이 바로 그 상수도 때문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로마 수도에는 납으로 만든 수도관이 사용되었는데 그 수도관을 지나온 물을 마신 로마 사람들은 만성 납 중독으로 말초 신경이 손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뇌까지 손상되어 로마제국이 멸망했다는 것이다. 

 

비단 로마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식수에 포함된 납 성분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조차 심각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납은 뇌와 신장을 손상시키며, 인체의 모든 부분에 산소를 전달하는 적혈구의 생성을 방해할 수 있다. 납은 청소년 및 갓난아이, 임산부에게 특히 위험하다. 뉴질랜드는 식수원이 비교적 오염이 적어 수돗물이 깨끗한 게 사실이나 오래된 배관 파이프를 통해 물이 오염되어 가는 과정은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지난 7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식수의 변천사를 회고해보니 삶의 족적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는 생각도 든다. 고등학교 다닐 때 까지는 그 당시 대부분의 가정이 그랬듯이 우물물을 길러다 먹거나 지하수를 끌어 올려 펌프 물을 먹었다. 서울 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수돗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수돗물로 식수를 해결한지 20여년이 지난 1980년경부터는 마침 집을 아차산 밑으로 이사한 터라 산 중턱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를 길러다 먹었다. 아차산은 바보 온달 장군이 활 쏘던 터로 알려져 있으며 비교적 자연 상태가 깨끗이 보존되어 온 지역이라 물맛이 좋은 편이었다. 그 일대 지역 주민들은 아차산에 설치되어 있는 약수터를 즐겨 이용했고 일요일 같은 때는 물 받는 행렬이 길어 몇 시간씩 기다려야 차례가 오기도 하였다.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고 등산 겸 미네랄워터(Mineral water)에 대한 애착이 강해 물을 길어다 먹는 습관을 15년 동안 지속하며 살아오다가 뉴질랜드에 오게 되었다. 

 

뉴질랜드에 이민 온 후 7년여를 도시 지역에 살면서 다시 수돗물을 먹게 되었다. 그러나 농장 주택으로 이사하자 빗물 받아먹는 처지가 되었다. 오클랜드 근교에 위치하고 있지만 제너럴 루어럴(General rural) 지역으로 농가 형 주택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어 수도를 연결한다는 것은 바라지 못할 일이었다. 마당 한쪽에 지상으로 또는 지하로 콘크리트 물탱크를 설치해 놓고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 저장해 놓고 생활용수 및 식수로 활용하고 있다.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선진국이라는 뉴질랜드에서 빗물을 받아먹는 처지가 된 사실이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빗물이야 말로 천연 자연수이며 온갖 미네랄이 살아 숨 쉬는 최고의 식수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부터는 기쁜 마음으로 마셔 왔다. 

 

우리 집은 데크(deck) 밑에 설치된 물탱크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 올려 집안 각 수도 꼭지에 배달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정전이 되면 온 집안이 암흑으로 변하고 물 공급도 중단되어 꼼짝 할 수가 없게 된다. 실제로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해 겨울 3일 동안 정전이 되기도 했는데 그 때는 마침 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비는 주룩주룩 쏟아지고 태풍이 불어 닥쳐 춥기는 한데 전기마저 나가버렸으니 당장 음식 준비도 문제가 되었다. 생활 용수는 밖의 물통에서 길어다 쓰고 밥은 야외 용 버너를 사용하여 해 먹었다. 허허 벌판에 칠흑 같은 밤을 홀로 남아 지세 워야 하는데 만일 아프기라도 하면 어찌할까 겁이 나기도 한 일이었다. 

 

교외 지역에 따라서는 수도가 설치되어 있으나 물탱크 물도 같이 사용하는 가정도 있다. 그런데 빗물에 익숙해져 생활해 온 키위들은 식수는 빗물로 하고 수돗물은 생활용수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빗물의 영양소가 좋고 깨끗할뿐더러 운송 과정에서 이물질이 침투되고 화학 약품 처리된 수돗물 보다 천연수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우량이 적은 여름 한때는 물탱크의 물이 바닥이 난다. 그럴 때는 탱크 청소를 해주고 물탱크로 배달되는 물을 사서 채워 넣어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북청 물장수가 신바람 낫듯이 이곳 뉴질랜드에서 여름 건기에는 물탱크 물 배달꾼들이 신바람 나는 계절이다. 물탱크 청소하고 1만 리터 채우는데 약 300달러가 소요 되었는데 그 당시 수도 쓰는 가정의 1년 물세와 비슷하였다. 

 

수돗물은 그렇다 치고 시중에서 시판 되고 있는 생수가 개소린 값과 맛 먹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믿을 수가 있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미네랄이 없어졌고 해양심층수라는 것도 역 삼투압 정수 과정을 거쳐 증류수처럼 일단 만든 뒤 다시 미네랄을 첨가해서 제조한다는데 산성화된 물이다. 깨끗하고 깐깐한 정수기 물(역 삼투압 방식)도 미네랄이 없고 혈액을 산성화 시킨다고 물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물은 인류가 생존해 나가는데 아주 중요한 자원이고 이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활용할 일이다. 다행히 뉴질랜드는 수자원이 풍부하고 오염도도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빗물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아직 청정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빗물 생활을 한지 9년 만에 다시 도시지역으로 이사와 수돗물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빗물을 음용했던 시절이 유익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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