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케이프키드내퍼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뉴질랜드 케이프키드내퍼스

0 개 2,975 김운용

 

f4afa3845a3a15c6fc36a9f8163b6802_1466634538_4197.jpg

 

케이프키드내퍼스 골프클럽은 뉴질랜드의 ‘페블비치’로 불린다. 헬기를 타고 호크스만 상공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거인이 남서태평양에 손을 쑥 넣은 것 같은 형세의 케이프키드내퍼스 골프 코스가 펼쳐진다. 

 

아웃 코스는 손등 부문에 집중돼 있고, 인 코스는 손가락에 분포돼 있다. 손가락 사이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절벽과 계곡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세상의 끝에 신이 내린 코스라고도 불린다. 장엄하고도 웅장한 자태의 골프장이다. 해발 182m의 해안 절벽. 심장 박동수가 빨라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언젠가 직장 선배로부터 이민을 간다면 뉴질랜드를 선택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연이 숨 쉬고 공해가 없는 곳. 인구에 비해 골프장이 많은 골프 천국이다. 2005년 12월 뉴질랜드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남서태평양의 섬나라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이뤄졌으며 ‘자유와 구름의 나라’에 비유된다. 

 

케이프키드내퍼스는 북섬의 동쪽 끝인 네이피어 호크스만의 최동남쪽 돌출부에 자리하고 있다. 코스 부지의 주인은 미국인 억만장자 줄리언 로버트슨이다. 그가 1990년대 운용하던 ‘타이거펀드’는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쌍벽을 이루며 세계 금융계를 쥐락펴락했던 헤지펀드였다.

 

부지는 1980만㎡(600여 만 평)에 달한다.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코스까지 8㎞의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져 있었다. 골프장 중 이보다 더 멀리서 손님을 맞는 경우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이 골프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양떼가 진입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양떼의 뒤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는데 처음에는 하늘과 해를 가리는 거대한 삼나무와 소나무가 나타나더니 점차 목초 지역으로 변했고, 마침내 짙푸른 남서태평양이 펼쳐졌다. 

 

깃대와 소박한 농장 스타일의 클럽하우스 지붕이 보이더니 동화 속 한 폭의 그림 같은 케이프키드내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시 있을까”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2004년 1월 파71, 코스 전장 6533m로 개장됐다. 코스 설계는 현대설계의 총아로 불리는 톰 도크가 맡았다. 케이프키드내퍼스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케이프(Cape)는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곳을 뜻한다. 키드내퍼스(Kidnappers)는 유괴범, 납치범이란 말이다. 

 

아벌 타스만에 이어 뉴질랜드를 두 번째로 탐험한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1769년 어린 선원을 데리고 이 지역을 탐사했는데, 어린 선원을 동족으로 오인한 원주민이 그를 유괴하려 했다는 데서 이 지명이 탄생했단다.

 

 

f4afa3845a3a15c6fc36a9f8163b6802_1466634563_995.jpg

 

홀마다 개성 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시그니처 홀은 ‘해적선의 널빤지(Pirate’s Plank)’라는 15번 홀(파5·595m)이다. 이 별칭이 지어진 것도 재미나다. 옛날에는 해적선에서 사로잡은 인질을 고문하거나 뱃사람의 담력을 시험할 때 배의 난간 밖으로 널빤지를 설치한 뒤 그 위를 걷게 했다고 한다. 배짱이 있으면 널빤지 위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도가 출렁거리는 바다를 아래에 두고 널빤지 위를 태연하게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15번 홀은 바다를 향해 뻗은 해적선의 널빤지를 연상시켰다. 친 볼이 페어웨이 양옆으로 갔다면 아예 ‘로스트 볼’로 생각해야 한다. 가장자리로 가보니 바로 밑에 아찔한 수직 절벽이 도사리고 있어 오금이 저려 왔다. 그린과 절벽 사이의 벙커에 볼이 빠져 가보니 뒤로는 푸른 바다가, 볼 앞에는 가파른 벙커 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필자는 두 번의 벙커 샷을 실패한 후 더 이상의 ‘탈출’을 시도하지 못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핸드웨지(손)로 들고 나와야 했다.

 

15번 홀에서 담력을 잃고,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가는 50m가량의 좁은 해안 샛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15번 홀에서 잔뜩 겁을 집어먹었지만, ‘이렇게 광활하면서도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1∼2타 더 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16번 홀 별칭은 ‘과부의 산책(Widow’s Walk)’이고, 17번 홀은 ‘가마우지의 구멍(Gannet Punch)’이었다. 이 2개 홀은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인 코스 9개 홀 중 가장 내륙 쪽에 있고 부드러운 능선과 그린이 포진하고 있었다. 

 

17번 홀은 골짜기 사이에서 솟아오른 페어웨이 모습 때문에 목표 지점이 가마우지가 내려앉은 홰처럼 왜소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18홀 모두 훌륭하지만 나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프로선수가 된 것처럼 우쭐했다. 

 

코스를 돌면서 우리 일행은 호크스만 바다를 향해 샷을 날렸다. 3∼4초 정도 허공을 향해 날아간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182m의 절벽 아래 바다로 떨어졌다. 그때 그 볼은 지금도 바닷속에 깊이 잠들어 있지 않을까.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30 | 12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20 | 12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39 | 13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0 | 13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6 | 13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96 | 14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0 | 19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9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9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7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1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5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0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3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5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5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