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0 개 3,732 최순희

 

1c215f274931b0936e90953131c3707d_1466546744_8421.jpg

 

예로부터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여, 자식이 많은 집에서는 근심과 걱정이 많다고 하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항상 그 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구약 성경 시편 127편에서는 자녀가 많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많은 자녀를 주신 것을 은혜로 여기며 감사한다. 그런데, 지난 주간에는 자식 많은 우리 집에 정말 바람 잘 날 없었던 것 같다. 

 

봄이와 여름이는 보통 아이들이 그렇듯이 유치가 흔들리다가 충분히 흔들릴 때 빼 주면 되었다. 그러면 유치가 빠진 자리로 영구치가 나오는 것이 순서였다. 그런데 올해 여섯 살이 된 가을이는 어찌된 일인지 유치가 흔들릴 기미도 전혀 안 보이는 가운데, 아랫니 뒤쪽으로 영구치가 나왔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영구치가 나오는 것인지 다른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놀란 마음으로 먼저 가정의를 찾아갔다. 의사도 영구치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하며 치과로 가보라고 했다. 친절하신 치과 선생님이 영구치가 나오는 것이 확실하고, 종종 있는 일이니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흥분한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몇 일 뒤에 가을이가 입이 아프다며 음식을 먹다가 울었다. 혀의 끝부분이 빨갛고 부어있었다. 가정의에게 보이니 영구치가 자라면서 음식 먹을 때 혀가 씹혀서 난 상처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므로 치과에 다시 가라고 했다. 결국 학교 덴탈 클리닉에서 국소마취를 하고, 이를 빼 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이도 영구치가 올라오고 있고 같은 문제가 생길 거라고 하며 함께 빼 주었다. 음식을 잘 못 먹어서 기운이 없는데다 생니를 두 개나 빼고 온 가을이는 집에 돌아와서 쓰러져 잤다. 저녁에 잠깐 깨워 겨우 식사대용 드링크와 소염진통제 시럽을 먹였는데 수면제를 먹은 것 마냥 다시 픽 쓰러져 자는 모습이 안쓰럽기 짝이 없다.

 

가을이의 회복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다음 날 저녁에 또 사건이 터졌다. 가을이와 겨울이 양치를 시키고 있는 틈에 우리 새봄이가 욕실 앞 복도에 있는 린넨장 선반에 올라가서 닫힌 한 쪽 문을 열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소에는 뛰어내릴 수도 있는 높이인데,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떨어져서 얼굴이 바닥에 닿았다. 우는 아이를 안고 살펴보니 코피가 조금 흐르는 것이 보여 닦아주었다. 자세히 보니, 이마에 혹이 났다. 입에서도 약간의 피가 났지만 이가 부러지지는 않았다. 코와 입 주위에 살짝 긁힌 상처도 보였다. 아이를 안고 달래며 이마에 얼음찜질을 해 주려니 곧 잠이 들었다. 아이고 불쌍한 우리 새봄이!

 

아침에 보니 이마의 혹은 많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생각지 않았던 눈이 탱탱 부어서 눈이 반밖에 떠지질 않는다. 걱정되면서도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얼마 전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사망 소식을 들어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새봄이를 아이들은 권투선수 같다고 했다. 이마의 혹은 머리카락에 가려 표가 나지 않는데 눈 주위의 멍은 눈에 잘 띄었다. 보라색 멍은 가장 자리부터 차츰 변색하여 파랑에서 초록으로, 그 다음은 금빛에서 연노랑으로 바뀌었다. 눈 위쪽은 빠르게 변하고 코와 눈 사이 부분은 느리게 변해 어느 시점에는 여러 색이 공존하여 새봄이에게 알록달록 무지개 색 눈이 되었다고 하니 거울을 보며 웃었다. 그렇게 다치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노는 새봄이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얼마 전 감기 걸린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다녀왔던 내가 감기에 걸려 감기 바이러스를 다섯 아이들에게 순서대로 나눠주게 되었다. 가을이를 시작으로 새봄이, 겨울이와 봄이에게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자 감기 안 걸렸다며 좋아하던 여름이까지 남편을 제외한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렸다. 어른과 큰 애들까지 한꺼번에 감기 걸리는 일은 전에 없던 일인데 이번 겨울은 좀 요란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위의 사건들은 온 가족이 감기와 싸우고 있는 기간 동안에 벌어졌으니 얼마나 정신 없었을지는 가히 짐작할 만 할 것이다. 

 

그 난리통에도 감사할 일들은 많았다. 만 13세 미만에게 제공되는 가정의 진료 서비스와 만 18세까지의 치과 치료, 그리고 약값도 무료다. 병원 및 각종 의료 시설이 가까운 지역에 사는 것도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친절하신 의사들과 의료종사자들께 더욱 감사했다.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41 | 7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97 | 8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4 | 9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93 | 9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6 | 9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20 | 9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5 | 9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0 | 9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1 | 9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2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28 | 10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2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1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5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3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1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0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4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1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19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5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8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6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31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