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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3편

0 개 1,459 송영림

■ 불완전한 완전함

 

반쪽이는 민담 속 인물이지만 신화의 영웅형 주인공들과 닮아 있다. 그의 출생 이전의 난관에 있어서도 부모의 오랜 불임이나 아버지의 그릇된 식욕이 그러하고, 장애 역시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신화’와도 비슷한 데가 있다. 오이디푸스와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는 둘 다 그 이름에 ‘절뚝거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반쪽이의 불완전성이나 반쪽이 아버지의 식탐 등이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결말 부분은 민담형 이야기의 전형으로 반쪽이가 세상과의 대결에서 당당히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이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해준다.

 

반쪽이는 서양의 민담 ‘신데렐라’나 ‘라푼첼’ 또는 ‘불행한 공주’ 등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는 가족에게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아이로 세상에 나와 특별한 지혜와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반쪽이라는 신체적 조건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가 없고 사회적인 진출의 기회조차도 박탈당하고 있다. 신데렐라가 재투성이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왕자 앞에 나아갈 기회조차 박탈당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스스로 행복한 삶의 주인이 되는 것처럼 반쪽이 역시 형들의 멸시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이 바로 반쪽이나 신데렐라의 외면이 아닌 내면이다. 결국 중요한 본질은 내면이며 그들이 어떠한 처지나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신념인 것이다. 그들이 만일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어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자책했다면 그런 삶의 주인으로서 거듭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라푼첼’과도 비슷한 데가 있다. 반쪽이의 아버지가 식탐을 억누르지 못하고 잉어의 반을 먹는 것과 라푼첼의 어머니가 상추에 대한 식탐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비슷한 맥락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그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부모로서의 자격에 덜 미치는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반쪽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영리하고 힘이 센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라푼첼 역시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매우 특별한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결국 두 인물의 그러한 능력은 세상과의 통로를 열어주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들은 외부의 부당한 힘에 의해 갇혀 있으나 늘 외부와의 소통을 갈구하며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하여 온전한 성숙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반쪽이는 그리스의 민담 ‘불행한 공주’와도 닮아 있는데 불행한 공주가 세상으로 나가 모이라(Moira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세 명의 여신을 일컫는 이름으로, 특히 한 사람의 수명을 결정하고 그가 겪어야 할 불행과 고통의 몫을 할당하는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와의 대결에 맞서 자신의 불행을 극복해야만 했던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불행한 공주가 불행을 자기가 원한 것이 아니라 타고 태어난 것처럼 반쪽이 역시 그저 신체적 결핍을 자기 의도와 상관없이 타고났을 뿐이다. 이렇게 반쪽이에게서 세계적인 보편성과 원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이미 시공간을 초월하여 가장 인간적인 삶에 대한 진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쪽이의 어머니가 우물 속의 잉어를 먹고 임신을 하는 것은 어쩌면 우물이 양수를 상징하고 물고기인 수생생물이 잉태와 태아를 의미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때 불에 구워 먹는 행위 역시 음에 해당하는 물과 불에 해당하는 양의 기운이 만나 음과 양의 조화로운 교합을 이루는 것으로, 이것 또한 잉태와 탄생을 예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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