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帽子)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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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帽子)의 여인

0 개 1,500 오소영

외출 할 때마다 항상 모자를 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멋을 내기 위함인줄 알고 흔히 ‘멋쟁이’(?)란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만큼 부지런하지 못해서다. 게을러서인 것이다. 머리 손질에 게을러진 탓을 굳이 남에게 돌리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남편 때문인 것을. 

처녀 때 뒷 머리는 길게 생머리지만. 핀컬로 만드는 앞머리 스타일은 미용사 뺨치는 솜씨로 자랑스럽게 멋을 냈었다. 그 시절에 만난 남편. 아이 둘 낳고 나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그 스타일을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은 그의 고집 때문이었다. 나이따라 머리 스타일도 바뀌는게 당연하련만. 짧은 머리에 꼬불꼬불 파마라니. 입밖에 말도 못 꺼내게 화를 내는 그를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친구들 말이 위로가 됐을까? 마누라 머리를 지지는지 볶는지 알바없는 한심한 자기들 남편보다는 관심 가지고 봐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다. 남의 발등에 상처보다 누구나 제 손톱밑에 가시가 더 급하다고 하던가.

 

살림살이에 찌든 주부로서 아이들 돌보는 일도 쉽지 않은데 핀컬이 어딨으며 머리숯도 전같지 않아 꼴이 사나웠다. 싹둑 잘라 뽀글뽀글이던지 빠글빠글이던지 아줌마 스타일로 어떻게 해야 되겠는데 막무가내다. “엄마 뒷머리 너무 보기싫어 파마 좀 해” 어느날 아이가 뒤따라 오며 불쑥 내게 던진 핀잔이었다. 단정하지 못한 엄마의 뒷태가 영 말이 아니었나보다.

 

“그래 네가 아빠한테 지금처럼 말해봐. 엄마 머리 너무 밉다고..”

 

마누라 말은 안 들어도 남의 아들 열 하고도 안 바꾼다는 딸의 말은 잘도 듣는 남편. 드디어 그 어려운 허락을 받아냈다.  

 

긴 쌩머리 싹뚝 잘라내고 처음으로 한 파마. 짧은게 간단해서 좋긴한데 뽀글뽀글한건 사실 내 마음에도 들지않았다. 영 남같고 어색했다. 역시 남편의 불평을 또다시 들어야만 했다.

 

“여보 저 머리 좀 봐. 왜 저렇게 안되나?”

 

텔레비젼에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한마디씩 던져오는 불평이 스트레스로 쌓여갔다.

 

“탈렌트들은 매일 미용실에서 돈들여 다듬고 나오는 머리잖아요”    

 

처음에는 그렇게 앙탈을 부렸다. 그걸 모를리 없는 사람이지만  그냥 못마땅해 하는 투정이었다. 

 

지나치게 꾸미는것보다 순수함 그대로 자연미를 고집하는건 그보다 내 쪽이 더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현실이 허락지않는 것을 혼자만 외면하는것 같아 그가 야속하기만 했다.  남편이 떠나고 스스로 마냥 관대해져도 되는 때였다. 하지만 습관이란 참 무서운 건가보다. 이젠 미용실 가는 일이 귀찮고 싫었다. 기다림의 시간도 지루하고 여자들의 수다방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날 쇼핑센터에서 내 시선을 붙잡는 모자 하나를 발견했다. 단순하게 만들어진 감색의 모자를 머리에 슬쩍 얹어봤다. 거부감없이 그냥 편안하다는 느낌. 거울을 보니 낯설지않고 늘 쓰던것 같이 익숙해  보였다. 모자 잘 쓰고 나오는 어느 탈렌트가 하던말이 생각났다. 머리손질 게을러서 모자를  썼다던가. 내가 그를 닮아 보려는 시도임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모자의 여인이 된것은 그 때부터다. 지금부터 거의 30여년 전의 일이다. 어느새 내 벽에는 수십개의 모자가 줄줄이 걸렸다. 그냥 평범하게 막쓰는 모자일뿐 멋쟁이 고급스런 모자는 아니다. 이 나라에 와서는 하나도 보탠게 없다. 평범한것 고르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더러 쓸만하다싶어 머리에 얹어보면 내 납작한 머리통엔 도무지 맞는게 없다. 헐렁하게 너무나 크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여행올때 쓰고 왔다가 버리고(?) 간 것들. 그러고보니 숫자는 많아도 내가 돈주고 골라 산 것도 몇 안된다. 언젠가는 진짜 멋쟁이 친구가 모자 하나를 가져다 주었다. 고급 모자였다. 그는 아까운걸 줬지만 난 그게 영 마음에 들지않았다. 그런걸 쓰면 걸맞는 의상과 명품 빽이라도 들어야 격이 맞을것 같은데 그럴 능력도 그렇게 갖추고 갈데도 사실 없다. 다행스럽게도 사이즈가 맞질않아 돌려줬다.   

 

그는 내 마음도 모르고 다음에 다른걸로 들고와서 자랑이 한창이다. 외국에 나갔을 때 사 온거란다. 그 또한 모직으로 된 정장 스타일의 모자였다. 내 모자가 초라해 보였나. 고마움 가운데 문득 꿈틀거리는 자존심을 눌러야만 했다. 남의 성의를 순수하게 받아드리지 못하는 자신을 나무램하면서 부드럽게 사양을 할수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모자 역시 사이즈가 맞지않아 되돌려 주기가 쉬었다. 마음이 홀가분했다. 몇년전 러시아 여행을 갔을 때다. 호텔 방에서 짐가방을 풀자마자 새 모자를 꺼내와 내 머리에 씌어주며 하던 친구의 말이 떠 오른다.  

 

“모자를 쓰면 그 정도는 어울려야지 멋지셔”하면서 선물이라고 말했다. 하도 오랜동안 쓰다보니 머리에 얹으면 그냥 저냥 봐줄만한가보다. 새 모자를 사서 여행지까지 챙겨온 친구의 마음이 나를 또 감동시켰다.

 

몇달째 꾀를 부리다가 지저분한 머리를 정리하러 미용실에 갔었다. “모자 많이 쓰시면 머리 다 빠져요. 이젠 쓰지 마세요” 미용사님의 부탁이었다. 내 머리를 생각해 주는 고마움도 있지만 정성드려 매만진 자작품을 금방 망가뜨리는게 싫었을 그 분. 고작 그 다음날 하루였다. 나같지  않은 모습으로 밖엘 나갔더니 머리가 허전하고 왜 그리 이상스럽던지? 그 긴 세월 버릇이 쉽게 고쳐지나? 그냥 하던대로 살아가야겠다.

 

어느 어른은 내 이름대신 “모자야~”로 나를 호칭하기도 한다. 내가 모자를 벗으면 내 이름 찾아 부르기도 쉽지 않으실텐데...

 

며칠전 안과에 갔을 때다. 검사중에 벗었다 썼다 하는게 귀찮아서 모처럼 모자없이 맨 머리로 갔더니 통역사님 왈. “트레이드 마크 모자를 왜 안쓰고 오셨대” 나 같지 않다는 말씀이시다.  후후후

 

아무래도 그냥 모자의 여인으로 살아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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