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식구를 거느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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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식구를 거느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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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전원일기 (2) 

 

짐승들도 자기 가족은 알아본다. 아주 사나운 셰퍼드(Shepherd)이지만 주인한테는 상냥함은 물론 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다른 동물들을 헤치지 아니한다. 거위들도 식구가 아닌 다른 내방객이 집 안으로 들어 오면 몰려들어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주인이 나타나면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든다. 전 주인 벤더(Vendor)는 독일계 키위였는데 자기가 기르던 셰퍼드가 어느 날 옆집에서 건너 온 고양이를 죽여 물고 의기양양하게 걸어들어 오더라는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므로 개를 새로 들여오더라도 강아지 때 데려 와야지 다 큰 개를 식구로 편입시키면 집 안의 다른 가축들을 해칠 염려가 있다는 충고를 해 주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 생활을 시작한 이래 농사일을 해보지 않았을 뿐 더러 가축이라고는 고양이나 개도 키워 본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새로 이사할 집은 이른바 농장주택이라고 부르는 전원 지역 주택이었다. 전에는 데어리 플랫 지역은 대규모 농장이 운영되던 곳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 오클랜드 인구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가구당 농장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농장 겸 택지로 10-12 에이커 크기로 분할하기로 허용되어 전원 마을이 형성되었다. 대개 가로 90여 미터, 세로 500여 미터 크기의 직사각형 섹션에 지은 집들이다. 자기 살림집을 한 채 지어 농사도 짓고 생활도 할 수 있도록 허용된 그린벨트(Green belt)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제너럴 루어럴(General rural) 지목(地目)의 죤(Zone)인 땅의 주택이었다. 물론 오클랜드 하버브리지가 개통 되기 전인 1959년까지만 하더라도 오늘날의 노스 쇼어 거의 전부가 농장 지역이었다. 심지어 점수제 일반 이민제도가 시행되어 아시안 이민자가 물밀 듯이 들어오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의 알바니 일대가 전부 농장주택 지역이었다. 

 

10-12 에이커의 땅은 채산성 있는 목장을 운영하기에는 너무 좁고 가정 주택으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넓은 규모이다. 그래서 2에이커 정도만 주택지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양이나 소를 방목하여 풀을 뜯어먹도록 관리하는 게 보통이었다. 물론 그런 규모에서 직업으로서의 소득은 기대할 수 없다. 넓은 대지를 전부 모우잉(Mowing)할 수는 없으므로 가축으로 하여금 풀을 뜯어 먹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 물론 채소, 과일 농장으로 개발할 수도 있지만 시설 투자, 인력 동원 등 어려움에 비해 경제성을 장담할 수 없기에 함부로 농사에 손 댈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토지를 분할하여 택지로 개발 할 수 있는 땅도 아닌 개발 제한 구역의 땅이다.

 

이사에 앞서 빌딩 인스펙션( Building inspection)을 하고 벤더를 찾아가 OJT(On the Job Training) 수업을 받기도 했다. 벤더는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집 안의 가축들을 보살필 수 있느냐고 다짐하듯 물어보았다. 자기는 힘이 부쳐 일반 주택 지역으로 이사하는 거라고 겁을 주는 듯 되물었다. 나는 주제에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동물들도 전부 인계해주는 거냐고 물었다. 벤더는 내가 좋아하기만 한다면 전부 남겨 놓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들 관리 요령을 설명해주었다.

 

양이 61마리, 거위 23마리, 오리 30마리, 닭 20마리, 칠면조 7마리, 타조 3마리, 우리 식구 3명 모두 147의 먹는 입을 거느리는 농장 주인이 되었다. 양은 초원에서 자기 마음대로 풀을 뜯어먹고 휴식을 취한다. 물은 집안의 연못에서 자동으로 호스를 통해 물통에 공급되도록 되어 있다. 그 외 다른 가금류(家禽類)는 매일 아침 옥수수를 모이로 주었다. 모이를 주러 주인이 나타나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모여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대 식구의 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민 와서 조직으로부터 이탈되었고 피붙이 라고는 세 식구에 불과한 처지였는데 짐승들이기는 하지만 우리 식구를 알아보고 따르는 그들에게 한 공동체의 멤버라는 의식을 떠 올리기에 충분했다.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은 평화스러움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름철이면 쉬파리들이 양 몸에 침투하여 구더기를 쏟아 내는데 그 구더기들이 양 피부에 기생하여 살을 뜯어 먹으므로 쉬파리의 침입을 심하게 받은 양은 힘을 못 쓰고 비틀거리게 된다. 그러한 양을 발견하여 해당 부위 털을 제거해주고 디젤유를 스프레이 하여 구더기를 털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양들을 우리에 몰아넣고 해당되는 양들을 골라내야 된다. 대형 농장에서는 양몰이 개가 있어 수백 마리의 양이라도 순식간에 우리에 몰아넣는 일이 가능하지만 사람이 몰이를 하는 경우에는 그것도 용이하지는 않다. 그러나 양들에게 리더는 없지만 한 마리의 양이 우리로 들어 가는 것을 유도하면 다른 양들은 저항 없이 따라 들어가는 속성이 있어 가능하다.

 

크게 보면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한 식구이지만 그들의 생활양식을 살펴보면 같은 종 끼리 어울려 다님을 알 수 있다. 오리는 오리끼리, 닭은 닭끼리, 거위는 거위끼리 팀을 이루어 돌아다니며 풀을 뜯으며 벌레를 잡아먹고 휴식을 취하고 밤이면 한 곳에 모여들어 잠을 잔다. 동료중의 하나가 위기에 처하면 공동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한 싸울 때도 동종끼리 싸운다. 특히 닭은 그들끼리 잘 지내다가도 싸울 때는 엄청 심각하게 싸우는데 풀리고 나면 또 사이좋게 지낸다. 이민 사회에서 한국인 끼리 몰려다니고 한국인끼리 사기치고 치고받고 싸움질이나 한다고 비난하기도 하는데 같은 동족이니까 같이 즐기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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