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의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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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의 창고

0 개 1,660 김지향

내 안에 덕의 창고가 있다면 그 안에 덕이 얼마나 쌓여 있을까? 쌀 가마니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덕이지만, 덕이 있고 없음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덕을 쌓는다는 표현을 한 선조들의 지혜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가족 생활을 한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난다. 한글이라고는 단지 자신의 이름 석자밖에 못 쓰시는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났다. 

 

권선징악적인 옛날 이야기를 포함해,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당신의 느낌들까지 그분 나름대로 듣고 보고 느낀 점들을 손주들한테 이야기 해주길 즐기셨다. 말재주가 좋으신 분도 아니었고, 이야기 내용도 짧았는데,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 듣기를 무척 좋아했었던 거 같다.

 

어려서뿐만 아니라 결혼하고 나서도 할머니와 나누는 이야기가 참 즐거웠다. 일부러 할머니를 집에 모시고 와서 한 달 정도 함께 지낸 적도 여러 번 있었으니, 내가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긴 했었나 보다.

 

큰애를 가지고 나서 입덧이 심할 때, 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 먹고 나서 결국 모두 다 토했지만, 먹는 동안 얼마나 행복했었던지 그때의 행복은 말로는 표현하기가 힘이 든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내게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사랑이 듬뿍 담긴 구수한 이야기 속에는 늘 덕에 대한 말씀이 많았었다. 덕을 쌓으라는 말씀은 전혀 하지 않으셨고, 가르치려는 의도 없이 그저 옛날 이야기나 경험하신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덕이 생활 속에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알게 해주셨다.

 

우리 딸들은 그런 증조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살았다. 2년 동안 다리를 쓰지 못하셔서 누워계실 때에도 아이들은 할머니께 자주 들려서 할머니 방에 들어가 할머니와 함께 놀았다. 일어나지 못하시는 할머니 옆에 누워서 할머니 이야기 듣기를 즐겨 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실수를 하여 옷이 다 젖으면, 어른들 몰래 할머니 기저귀를 갈아 주고 새 옷으로 갈아 입혀드렸다. 겨우 유치원생이 그런 일을 한 것이 신기하기도 했었지만, 할머니께서 아이들을 사랑하신 만큼 아이들 역시 할머니를 사랑했었던 거 같다.

 

요즘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자주 나는 것은 내가 일하고 있는 가게의 주인이 딸을 낳아 한국에 사시는 어른들께서 손주를 돌보러 오셨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 저 반대편임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는 자식들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한 걸음에 달려오신 두 분을 보면서,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소록소록 일어났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발판을 닦는데 한몫을 하신 할머니의 가르침은 덕에 대한 가르침이었는데, 요즘 그 가르침이 얼마나 깊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욕심과 집착을 버리게 되면 자연히 덕은 쌓여지게 마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를 닦는 것처럼, 덕을 쌓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덕이 쌓이는 만큼 삶의 풍요가 늘어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많아진다는 옛말에 덕도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덕행도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더 창고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큰애 친구 부모님께서 한 달 동안 집을 비우게 되어, 큰애가 그 집 고양이 밥을 주러 다녔었다. 그 덕에 그 집 정원에 있는 토마토와 깻잎들을 우리 가족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양이 많던지 지인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이제는 피조아까지 풍년이다.

 

서로 도와가면서 사는 게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마음만 내어 몸이 조금만 움직이면 서로 덕이 쌓여가는 것이다. 그 덕이 물질적인 풍요로까지 늘어나게 해준다. 덕의 창고에 내 덕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가늠해 볼 것도 없다. 그저 남이 나려니 생각하면서 기쁘게 서로 나누면서 살면 저절로 덕의 창고는 두둑하게 쌓여가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덕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울 걸 생각하니 행복이 배로 늘어난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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