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치과 (Ⅰ)

0 개 4,067 박지원

N과 함께 밥을 먹는데, N이 요즘 따라 자꾸 볼살을 씹는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양치를 하러 갔었던 N이 달려와 플래시를 켠 핸드폰을 건냈다. 사랑니가 났다고 했다. 동굴 같은 입 속에 불빛을 비추어보니, 정말 쌀알처럼 하얀 것이 잇몸의 절벽 저편에 하얗게 붙어있었다. 사랑니라니. 이빨이 워낙 곧게 나서 사랑니 4개 모두 곧게 난 행운을 가진 나로서는 그 존재조차 모르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가까운 곳의 입 속에서는 식물처럼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상의 끝에 N은 결국 사랑니를 그냥 가지고 살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자꾸 빼라고 해서 우선 치과에 가보기로 했다. 뉴질랜드에서는(나 같은 경우 평생을 통틀어) 첫 치과출입이었다. 

 

치과는 아주 한적한 스트리트 위에 네모반듯하게 위치해 있었다. 치아를 형상화해놓은 마크가 새겨진 입간판이 하얗게 세워져있었지만, 우리는 치과 주변이 하도 조용해서 망한 줄 알았다. 신발을 털고 들어오라고 적힌 A4용지가 붙어있는 유리문 두 개를 지나쳤다. 시간이 적혀있지 않은 구슬벽시계가 커다랗게 붙어있었고, 네모난 검은 소파를 두르는 완벽한 네 개의 변이 네모난 벽들과 완벽한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네모난 벽들의 윗쪽으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직사각형의 고정형 유리창이 뚫려있었다. 하늘이 파랗다. 가장자리를 몰딩처리 한 하얀색 천장 여섯개의 유리 매입등이 역시 네모난 별자리처럼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닥은 검은 카펫으로 되어있었고, 조그만 가판대에는 dental journal, keep your smile looking good for life 등등의 치아관련 잡지들이 가지런하게 꽂혀있었다. 그 오른편으로 리셉션 데스크가 있었고, 데스크의 한 가운데에는 하얀색 LED 발광판을 몇 개의 선을 설치함으로서 나름의 효과를 주고 있었다. 한 마디로, 하얀 곳이었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공간이었다. 인테리어의 중요성의 표본같은 치과 디자인이었다. 다른 치과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치과의 이미지가 간단하게 잡혀서 좋았다. 선 몇 개로 그려낼 수 있는 깔끔한 느낌. 수술도 깔끔할 법한 느낌.

 

리셉션 데스크의 간호사에게 예약일정을 잡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간 치과.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갔던 탓에 우리는 나란히 의자에 앉아 치과용어를 공부했다. numb, decay, crown fit 따위의.. 우리는 배울 이빨들이 아직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surgery 2 라고 적혀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치과의사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도인이었고, 조금씩 난 흰 머리 덕에 제법 베테랑처럼 보였다.(아마도 베테랑일 것이다) N의 입을 잠깐 들여다보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X-Ray를 찍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잠깐 나가있었고, 곧이어 복도 저편에서 X-Ray 불빛이 반짝하고 새어나왔다. 

 

이번에는 Surgery 1 옆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방으로 들어갔다. N과 나는 나란히 앉아 의사의 말을 들었다. 사실 N의 사랑니는 네 개 모두 있었다. 윗쪽의 두 개는 곧게 나 있기 때문에 빼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밑에 것, 특히 지금 쌀알처럼 잇몸 위로 고개를 살짝 내민 오른쪽 아래의 사랑니는 뽑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매복형이라는 것이다. 의사는 손가락으로 사랑니의 뿌리를 가리켰고, 확실히 그것은 윗쪽의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눕혀진 상태로 자라고 있었다. N의 게으른 사랑니였다. 사랑니가 누워있으면 뽑을 때 잇몸 속 신경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굉장히 뽑기가 어렵다고 의사는 말을 했다. 그리고, 사랑니가 게으르게 누워있으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의사가 예상하길 1000불 정도 들 것이라고 했다. N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는 저금을 쉬기로 했다.

 

저금을 쉬기로 한 다음 주가 되었다. 한 번에 오른쪽 두 개의 사랑니를 빼기로 했다. 간호사가 손으로 가리킨 Surgery 1으로 우리는 들어갔다. N이 자줏빛 의자 위에 앉았고, 자줏빛 의자 위에 앉은 하얀색 옷의 N이 마치 자기 입 속의 사랑니같다,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 주변으로는 고급스러워보이는 하얀 책상이 ㄱ 모양으로 한 쪽 코너를 차지하고 있었고, 스타워즈의 R2-D2처럼 생긴 기계도 있었고, 이동식 데스크에 달린 터치스크린 형태의 아이보리색 모니터도 있었다. 큰 의료용 스탠드가 N의 입 속을 비추기 위해 둥근 모양의 전구를 머리에 달고 대기 중이었다. 한쪽 벽으로는 창문이 블라인드에 가려진 채 자연광을 은은하게 내뱉고 있었다. 신기한 것 투성이어서 주위를 조금 돌아다녔더니, N이, 좀 앉아있어, 라고 했고, 마침 간호사와 의사가 들어왔기에 나는 구석의 조그만 의자에 앉았다. 

 

의사가 발로 동그란 반원형 풋 버튼을 밟아 N의 자세를 조정했다. N의 상체가 조금 더 눕혀졌다. N 머리 위의 스탠드 조명이 마치 UFO 처럼 켜졌다. 메탈로 감싸진 것으로 보이는 은색 마취주사를 들고 바늘 끝을 물끄러미 보던 의사가 N의 입을 벌린 채 주사바늘을 꽂았다. N이 아픈지 발을 동동거렸다. 의사는 무심히 마취주사를 꺼냈다. 그리고는 바늘 끝을 보는가 싶더니 다시 N의 입 속으로 주사기를 넣었다. 아마 잇몸 속으로 들어간 날카로운 바늘 끝의 아주 조그만 구멍 속에서는 조금의 액체가 조용하고 신속하게 잇몸 속으로 섞여들고 있을 터였다. N이 다시 발을 동동거렸다. (계속)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9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3 | 10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6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6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6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6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4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3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