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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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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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닌데, 거의 필연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버린 지금에도 불구하고 챙겨주고,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 막연한 무게를 실어준다. 아기 같다. 언제 봐도 끌어안고 싶고, 뽀뽀해주고 싶고, 나갔다 오면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어렸을 적엔 동생이 있는 것이 너무도 불만이었다 (사실......지금도 가끔은 그렇다). 툭 하면 ‘맏이인 네가 챙겨야 한다’라느니, ‘걔는 아직 어리니 네가 잘 돌봐줘라’라느니. 왜 어른들이 본인들의 책임을 내게 전가하는 지 어린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것 또한, 지금도 종종 그렇다). 나도 어린애인데 내게 대체 뭘 어쩌라는 거지? 놀아주고, 다치지 않도록 살피라고? 어리다곤 해도 아이에겐 아이만의 생활과 세계가 있는 법이다. 타인에게 신경 쓸 여유 따위 내게는 어른보다도 더더욱 부족했다. 게다가 그때에도 그런 생각은 확고했던 터라, 열심히 뜀박질 하며 뛰어놀다 넘어져 다치던, 부딪혀 다치던 그건 그 녀석의 부주의 탓이니 내가 딱히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다치지 않게 지켜본다 해도 넘어지는 그 순간을 막아줄 순 없는 거니까 (살살 놀라고 잔소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다고 듣는다면 동생들의 존재 의의는 반쯤 유명무실해져 버리는 셈이다).

 

그런 형국이었으니, 어쩌다가 동생이 다치거나 울어버리면 타박을 듣는 건 나였고, 자연히 난 동생이란 존재를 짐 쯤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 압박감에서 해방된 것은 입학 때쯤이나 되어서였다.

 

맏이들이 보통 일찍 철이 드는 이유는 동생들의 존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철이 뭔지도 알기 전부터 책임 - 그리고 그에 상응하지 못했을 시 받게 되는 무서운 벌의 존재도 - 을 깨닫게 되니까.

 

내 동생.

 

동생을 향한 내 감정은... 사실 나도 알기 어렵다. 가끔은 나보다도 어른스럽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는가 하면, 마냥 한심스럽기만 할 때도 있다. 나를 보는 녀석의 감정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형제란 게 무릇 다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크게 엇나간 일탈 없이 성실하게 자라주어 나 또한 부모님 못지 않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와 나이 차이가 적은 남동생으로, 벌써 나보다 머리가 한 개 반은 크게 자라버렸다. 가로나 세로나 덩치가 엄청나고, 그래서인지 뒤에 세워 놓으면 더없이 듬직하다. 근육질이기까지 하니 타고난 인상이 더더욱 험상궂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머리를 쓰다듬어줘야 할 것 같은 건 왜일까.

 

일가 친척들 중에서도 나는 맏이 축에 속하기 때문에 외가든, 친가든 놀러가면 항상 챙겨줘야 할 어린 동생들이 잔뜩이었고,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를 챙겨주거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에 진력이 나버렸다. 대신, 난 종종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상냥하고, 취미가 통하고, 같이 있으면 밤 새는 것도 모르도록 함께 신나게 떠들고 웃을 수 있는 언니가.

 

동생들의 특권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생이 어리광을 부리거나 애교를 피우면 너무너무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다. 사실 어느 언니 오빠가 안 그럴까. 간혹 아주 사이가 좋거나, 서로 죽고 못 살 정도로 끔찍이 여기는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워진다. 나와 내 동생 간의 사이는 지금도 썩 나쁘진 않지만, 더더욱 가까워지면 좋을 텐데, 하고.

 

물론, 지금의 우호도로도 만족한다. 서로 필요 이상 참견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신경 써주고 배려하는 사이. 이 정도로도 우린 충분히 우애 좋은 남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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