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Praha)에서 보내온 반가운 영상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프라하(Praha)에서 보내온 반가운 영상

0 개 1,803 오소영

예정된 하루의 일과를 별 탈 없이 마친 귀가 길은 늘 산뜻하게 마련이다. ‘하버 브릿지’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석양에 물든 고운빛 물 위에 뜬 ‘요트’들의 한가로움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의 셧터를 눌렀다. 이 멋진 풍광을 나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워 고국의 동생에게로 바로 전송을 했다. 때 묻지않은 청정의 나라 ‘뉴질랜드’에 사는 나를 부러워하는 그들에게 영상으로라도 즐기라고 종종 사진을 찍어 보내는게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린 나.

 

이 시간 그는 무엇을 하다가 이 사진을 접하고 반가워 할까? 늘상 그런 궁금증으로 어깨를 추스르며 답을 기다리곤 했다. “메세지 왔어요”-- 조용한 집안에 아기의 귀여운 음성이 반갑다.  

 

내외가 다정하게 서서 찍은 사진 한장. 백발의 노신사와 단짝꿍인 동생댁. 그런데 배경이 많이 낯설다. 그 밑에 (‘프라하’에서) 라는 간단한 문구. “와우.... 그럼 그렇지” 그들은 지금 해외 여행중이구나 라고 생각을 하는데 확인이라도 하듯 ‘동유럽 여행중’이라고 다음 메세지가 왔다. 동유럽 ‘체코’의 수도 ‘프라하!’ 나는 한방 얻어맞은 기분으로 가슴이 떨려왔다. 서유럽을 시작으로 4년 전에 다녀 온 북유럽. 다음으로 마지막 남은 나의 여행코스가 바로 동유럽 아닌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프라하’는 내가 죽기전에 꼭 가 보고싶은 곳 중의 하나로. 순위가 맨 앞 쪽에 있다. 유럽 중심부에 자리한 ‘체코 슬로바키아’는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려야 했던 눈물과 한숨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래서 ‘체코’는 ‘보헤미아’(집시) 라고 했다. 애수와 낭만이 깃든 ‘보헤미안’. 그들 역사속에 노래와 춤을 즐겼던 집시족.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을 것만 같아 낭만이 먼저 떠 오르기 때문일까? 일찍이 내 안의 보헤미아를 자극했던 ‘프라하’.

 

‘소련’의 위성국으로 사회주의 공화국에 ‘체코’ 인들의 자유 민주주의에 염원은 끊이질 않았다. 1968년. 공산주의에서 자유주의 개혁의 물결이 번지는 것을 두려워한 소련의 ‘프라하’ 침공. 무자비한 숙청을 한 자유개혁 운동이 ‘프라하의 봄’이라고 배웠다. 그 후 소련이 물러날 때까지 20여년을 춥고 어두운 세월을 공산 독재에서 보낸 나라. 이젠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따로 갈라져 형제의 나라가 된 ‘체코의 수도 프라하’ 같은 피를 나눈 국민이 평화롭게 헤어져 다른 국민으로 살아가는 형제의 나라 사람들. 남 북이 갈라져서 적으로 살아가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놀랍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동생이 내 맘을 알았다면 한마디 동행을 권했을지도 모르는데... 괜스레 서운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몇년 전 ‘뉴질랜드’도 다녀간 그들 내외는 해외여행을 심심치 않게 다니는 멋쟁이들이다. 생각 해 보니 아마도 이번 여행은 동생의 칠순을 기념하는 효도여행이지싶다. 구순(九旬)의 어머님을 모시고 딸네 네 식구와 사대(4代)가 함께 사는 대 가족. 가정의 정서를 물씬 풍기며 전원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사는 아주 괜찮은 남자 사촌동생이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않은 경기도 여주(麗州) 외진 땅에 손수 설계한 집을 지었다. 한 지붕아래 두 세대가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게 지은 것은 이미 딸을 염두에 둔 계획이었나보다. 도자기를 굽는 사위를 위하여 한켠에는 공방과 가마까지... 서울에 직장을 가진 아들은 내보내고 딸과 함께 외손자들 재롱 지켜보는 재미로 살아간다.

 

남의 집 아들(사위)과 같이사는 이유로 사돈에겐 감자 고구마 수확하러 내려 오라고 불러서 바베큐 파티 질펀하게 벌이며 친구가 되어 살아가니 좋단다. ‘사돈집과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옛말은 정말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이젠 화장실도 방안에 두고 사는 세상이니 사돈과 절친처럼 지내는게 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리 흔한 일도 아니기에 그들 살아가는 방법이 아주 현명하고 재미도 있어 보였다.

 

언제부터 그가 자연인이 된 걸까? 사업의 실패가 그를 시골로 내려가게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그걸 전화위복으로 뒤집는데 성공했다. 농사 농자도 모르는 서울 토박이가 털털한 차림으로 농부가 되었는가 싶더니 술 좋아하던 사람이 술 대신 목공예도 배웠다. 그런 재능이 있었나? 의아한데 솜씨가 좋아 전시회도 가진 모양이다. 집 안 곳곳에 작품을 만들어 배치 해 놓고 도공(陶工)의 집에 목공예가 어우러져 멋진 예술의 향기를 뿜어내는 집안을 만들었다. 손대지 않은 은발의 긴 머리 바람에 날리며 아직도 새 색시같은 아내와 함께 여주에 있을 사람이 ‘프라하’라니... 아마도 사돈들과 동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며 문득 마음 밑바닥에서 뭔가가 꿈틀대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런 묘한 감정이 아마도 시샘인지... 수 만리 떨어진 곳에서 이미 종이 호랑이 신세가 된 늙은 시누이의 속 마음을 그들은 짐작이나 할까? 피식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시 허튼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니 어느새 고희(古稀)를 맞이한 동생이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화살처럼 지나가는 세월의 무상함이 안쓰러운 혈육의 마음. 바로 그 진심일 것이다.

 

시나부로 3개월여를 허릿병에 시달리면서 4월에 계획했던 여행도 실행이 어려워 그냥 지나간다. ‘동유럽’ 여행은 아마도 꿈으로만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요즈음이다. 자신감도 점점 없어지고 겁쟁이가 되어가는걸 스스로 깨닫기 때문이다.

 

‘보헤미안’으로 떠돌이가 되어 살고싶었던 꿈의 날개를 화알짝 펴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시들어 버리다니... 그래서일까? 그들은 벌써 귀국해서 일상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데 내 뇌리속엔 아직도 ‘프라하’ 그 곳에 머물러 있다. 마치 거기서 부르는 것처럼 한달음에 달려가고픈 착각속에서 살아가는 나. 언제쯤 나는 그 ‘프라하’의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댓글 0 | 조회 1,614 | 2018.05.23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 더보기

그들의 행 불행을 사람들이...

댓글 0 | 조회 1,624 | 2013.09.25
편지함에 꽂힌 색다른 전단지를 뽑아들면서 어느분의 안타까운 마음에 공감했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였는데 새하얀 몸털에 얼굴 반쪽만 검정털로 특징도 유난스런 고… 더보기

포화(砲火) 속에서 찾은 즐거운 추억

댓글 0 | 조회 1,637 | 2013.06.25
6.25전쟁. 한창 봉오리진 내 아름다운 사춘기의 꿈을 몽땅 짓밟아 놓은 어둠의 세월. 피난민으로 정처없던 혼란속에서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맞아야했던 처절한 슬… 더보기

노(老)제자와 여(女)스승

댓글 0 | 조회 1,648 | 2014.06.25
잔인한 달. 사 월은 갔지만 끝없이 어둡고 답답한 오월의 나날들도 속절없이 흘러 흘러가고 있다. 상큼하게 가슴 뻥 뚫리는 그 무슨일은 없을까? 고국은 물론이지만 … 더보기

추모사

댓글 0 | 조회 1,653 | 2014.05.13
그들은 이제 겨우 열 일곱살. 싱싱한 나무에 곱게 부풀은 꽃봉오리었습니다. 하지만 그 꽃봉오리들은 활짝 피워 보지도 못한채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즐거이… 더보기

삶의 그림 속에 창 문 낮은 집

댓글 0 | 조회 1,673 | 2017.04.26
우리말에 노름하는 자식, 빚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보지도 말라고 했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렵게… 더보기

발 동동 4시간....

댓글 0 | 조회 1,677 | 2023.08.23
맹_꽁이 멍_청이.내가 스스로에게 붙여 마땅한 조롱이고 별명이다.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망서리다가 햇볕이 반짝 보이길래 산책 나갈 채비를 서둘… 더보기

이만큼 나이 먹어보니 . . .

댓글 0 | 조회 1,690 | 2016.11.23
젊었을땐 남만큼 가진게 많지않다고 투정을 하며 살았다.이만큼 살다보니 이젠 내려다보는 혜안이 열려 지금 있는것만 가지고도 부자임을 감사한다.주제넘은 오만과 편견으… 더보기

그 카페

댓글 0 | 조회 1,693 | 2015.05.26
예전에는 혼자서만 쓸 수 있는 호젓한 시간이 참 많이도 아쉬었다. 이젠 남는게 시간밖에 없는데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가 없으니 사람 살아가는 이치가 그런건가… 더보기

그녀가 떠났다

댓글 0 | 조회 1,697 | 2015.06.24
어느 날. 문득 그 집 쪽으로 시선이 멎었을 때다. 무언가 전과 다른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 정적이 감돈다고나 할까. 창마다 얌전…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덴마크) 편

댓글 0 | 조회 1,747 | 2013.02.27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네 나라가 서로 자신의 나라가 … 더보기

할머니는 외출중

댓글 0 | 조회 1,751 | 2019.08.27
“바쁘다 바뻐...”아침 6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 감미로운 멜로디로 단잠을 깨운다. 발딱 일어나야 하는데 이불속이 따뜻해서 뭉그적대기가 일쑤다.자리를 털고 일어나… 더보기

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댓글 0 | 조회 1,754 | 2022.02.22
대학 등록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되어온다.나이 삼십을 바라보며 직장생활 잘하던 손녀의 새로운 결심이었다. 현장 경험에서 직접 깨… 더보기

5불 효도

댓글 0 | 조회 1,771 | 2019.05.28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바야… 더보기

꿈을 불러다주는 이 겨울의 선물

댓글 0 | 조회 1,776 | 2016.06.22
한여름에도 발이 시린 친구가 있다. 그야말로 걸을때 말고는 발 모시는(?) 일이 눈물겹다.얼마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때아닌 복더위가 찾아와 지금… 더보기

숙모 시집오던 날

댓글 0 | 조회 1,780 | 2017.11.22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 더보기

현재 프라하(Praha)에서 보내온 반가운 영상

댓글 0 | 조회 1,804 | 2016.04.28
예정된 하루의 일과를 별 탈 없이 마친 귀가 길은 늘 산뜻하게 마련이다. ‘하버 브릿지’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석양에 물든 고운빛 물 위에 뜬 ‘요트’들의 한가로… 더보기

삶의 축복

댓글 0 | 조회 1,814 | 2017.03.22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신 분.반평생 긴 세월을 그리움 가슴에 싸안고홀로 외로웠던 삶.눈 감으신 고요로움이 차라리 평화로울까?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얼마… 더보기

혼자 걷는 밤길은 지금도 무섭다

댓글 0 | 조회 1,855 | 2015.09.23
아홉 살 어린 나이 때, 아버지께서 퇴근 해 집에 오시자마자 부르는 이름. “영아~ 저 아래 내려가서 남가네 막걸리 좀 받아오렴” 아버지는 저녁 반주를 늘 남가네… 더보기

겉모습이 달라도 마음은 하나

댓글 0 | 조회 1,864 | 2015.01.28
어떤 사진이든. 사진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함을 담은 하나하나의 영상들이기에 모두가 지나간 추억이 묻어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더욱 특색있는 인상으로 자주 드려다…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핀란드)편

댓글 0 | 조회 1,892 | 2012.12.21
‘러시아’를 떠난 고속철이 질펀히 깔린 밀밭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어디쯤 국경이 있었을텐데 친구와 밀린 수다 좀 떨다보니 벌써 &lsquo…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댓글 0 | 조회 1,900 | 2012.10.25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감은 없어지고 의욕이 있어도 매사에 겁부터 앞서는걸 깨닫는다. 여행계획을 세운지 삼년만의 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 더보기

한복 외교 2013년 7월 13일

댓글 0 | 조회 1,918 | 2013.07.24
잔치 전날과 소풍가는 전날엔 으례 설렘이 따른다. 우리에겐 공연 있는 전 날이 잔칫날을 앞둔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 더보기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댓글 0 | 조회 1,923 | 2016.01.28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1편

댓글 0 | 조회 1,944 | 2013.03.27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밤새 북쪽으로 올라 간 페리(D. F. D. S WAYS)에서 아침을 먹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