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Ⅱ)

0 개 2,720 한일수

ca9bae1d5fdab840739774f758babba0_1460596084_5242.jpg
 

“창문을 열어다오, 빛이 더 들어오게, 좀 더 빛을 … 좀 더 빛을……”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uette, 1749.8.28.-1832.3.22.)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한마디이다. 살아 있을 때 이미 부(富)와 명예, 지위 등 모든 것을 누렸기에 여한이 없을 괴테였지만 죽는 순간에도 좀 더 빛을 달라고 애원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뉴질랜드에 와서도 주택을 구입할 때엔 채광(採光)과 통풍(通風)을 제일 중요시했다. 주위에 막힘이 없고 창문이 많으면 빛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할 것이다. 따라서 실내 분위기도 쾌적하고 습기에 찌들지 않아 건강한 집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도 좋아질 것이다. 좋은 집의 조건으로 뷰(View)를 내세우는데 뷰가 좋다는 말은 채광과 통풍이 잘 된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괴테가 현재의 서울 아파트에 산다면 어떠했을까 짐작해 본다. 분당아파트가 건설된 지 30년이 되어 가는데 벌써 녹물이 나오나 고층아파트가 즐비해 재개발 이익도 발생하지 않아 골칫거리가 될 조짐이 보인다. 혹자는 앞으로 50년 후면 고층 아파트는 쓰레기 산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온갖 편의 시설과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하여 천국의 집 같이 꾸며 놓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맞통하는 창문이 있어야 환기가 잘 되는데 한 쪽에만 있으니 숨이 막히고 해는 어디서 뜨고 지는지 바라 볼 수도 없다. 아파트에서 지하철로 출퇴근 할 경우 지하철에서 바로 빌딩으로 연결되는 지하도로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직행하기에 바깥 구경을 못하고 집과 직장을 왕래하는 경우도 있다. 

 

하기야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어떤 경우에 지난여름 더위와 싸우느라 곤혹을 치루기도 하였다. 테라스(Terrace) 하우스, 유닛(Unit) 하우스, 아파트 등 집단 주택들이 많이 보급되고 있는데 창문이 적고 또한 옆집과의 시야 때문에 작은 창문이나마 마음대로 열어 놓을 수도 없어 고생을 한 것이다. 뉴질랜드에 오자마자 느낀 것은 고층 빌딩이 없고 녹지 공간이 넓으며 옛날 목조 주택들이지만 집터가 넓어 가슴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무지개는 메마른 가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넓고 푸른 하늘과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며 생의 환희를 맛보기도 하였다. 

 

이민 초창기에 키위들과 남부호주 여행 도중 남쪽 끝에 위치한 조그만 항구도시 마운트 갬비어(Mt. Gambier)에서 하룻밤을 지낸 일이 있었다. 시골 도시 특유의 소박함과 정감이 넘치는 곳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은퇴부부의 집에서 겪은 감격이 잊혀 지지 않는다. 60대인 부부는 아들들이 미국에 살고 있고 두 부부만 방 세 개짜리의 평범한 서민주택에서 자기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집 정원이었다. 모임 행사가 끝나고 저녁 늦게 들어가 정원으로 안내되었는데 순간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넓지 않은 정원을 오밀조밀하게 신의 조화처럼 가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화분들이 바닥이나 계단에 자리 잡고 교태를 부리는가하면 머리위에서 손짓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친화하면서 전체적인 하모니를 이루어 나가는 것을 보니 바로 이런 곳이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원을 구성하는 화초들은 땅에 심은 것, 화분에 심어 놓여 진 것, 매달린 화분이나 바스켓에 심어진 것들로 구성된다. 거기에 잔디밭과 정원수, 분수시설, 연못, 조명장치들이 끼어들어 조화를 창조하고 있다. 매달린 화분은 처마나 나뭇가지에 걸어 놓는데 이는 2차원적인 식물 재배가 아닌 3차원적 공간 예술 창조를 의미한다. 또한 여러 가지 화초를 섞어서 구성하기에 음악에 있어서 오케스트라와 같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정원의 구조나 양식도 각양각색이다. 

 

여자하고 정원은 꾸미기 나름이다. 여성들은 화장을 하면서 거울에 비춰진 자기의 모습을 보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종의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인 자기도취의 만족감을 맛보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한테 자기의 존재를 돋보이기 위해서 몸매를 가꾼다. 정원을 가꾸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이 치장하는데 소요한 시간과 돈을 돈벌이에 투자한다면 훨씬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지도 모른다. 또한 정원 가꾸기에 소요한 시간과 돈을 소득증대를 위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빛바랜 여성이 돈이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삭막한 집에 사는 부자에게 무슨 행복이 있을까? 

 

정원 상태에 따라서 집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우를 경험했다. 가든 투어(Garden Tour)중 방문한 맹게레(Mangere) 지역의 마오리 촌이었다. 전형적인 서민주택 단지였고 방문했던 집은 한 건물을 두 가구가 쪼개어 사는 플랫(Flat)이었다. 그런데 양쪽 경계선은 정원으로 인해 완전 독립세대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건물구조가 똑 같음에도 불구하고 두 집은 무릉도원과 달동네만큼이나 다르게 보였다. 바로「이것이구나」하는 느낌이 뇌리에 스쳤다. 

 

낙원(樂園)과 유토피아(Utopia)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피안의 세계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 안에 낙원을 건설할 수도 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바로 자기 자신 안에 파라다이스(Paradise)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생활은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으면서도 넓은 정원을 가꿀 수 있기에 행복해 질 수 있다. 

 

서울에 온 마리 앙투아네트

댓글 0 | 조회 2,149 | 2017.03.21
1793년 파리에는 프랑스 대혁명의 제물로 바쳐진마리 앙투아네트가 있었고2017년 서울에는 대변혁의 와중에서……한국의 초대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한국인들… 더보기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

댓글 0 | 조회 4,332 | 2017.03.08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가지고 재물 때문에 남을 헐뜯거나 돈만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행복을 위해서 노력해야……9900만원 재산을 가진 사람한테 100만원만 빌려달라… 더보기

이상향 理想鄕

댓글 0 | 조회 1,819 | 2017.02.22
공해 없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최고의 복지 국가,입시 지옥이 없고 교육비 걱정이 없다는 이 나라의모습이지만 이상향은 개인의 마음속에…신석정 시인은『그 먼 나라를… 더보기

무애의 정신으로 생명과 자유를……

댓글 0 | 조회 1,927 | 2017.02.08
“박물학자들이 벼룩을 보니 그 벼룩보다도 더 작은 벼룩이 붙어서 뜯어 먹고 있다. 그리고 이 벼룩에는 더 작은 벼룩이 붙어서 뜯어먹으니 그렇게 한 없이 계속된다.… 더보기

죄수의 딜레마

댓글 0 | 조회 2,002 | 2017.01.26
둘이서만 범죄 사실을 알고 있는 죄수가 있는데 서로 분리 심문을 해서 범죄 행위를 추궁한다고 가정하자. 두 죄수에게 각각 ‘상대방의 죄목을 얘기해주면 거기에 대한… 더보기

붉은 닭의 총명함이……

댓글 0 | 조회 2,247 | 2017.01.11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이제 정유년(丁酉年, The year of rooster)을 맞이했다. 역법(曆法)에 따르면 ‘丁’은 ‘불의 기… 더보기

한국과 뉴질랜드 사이

댓글 0 | 조회 2,267 | 2016.12.21
지난 11월 하순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몇 백만의 촛불 시위가 기승을 부릴 때 뉴질랜드에서는 현직 집권당 당수이며 정부 최고 행정수반인 죤 키 총… 더보기

퀸스트리트에 펼쳐진 홍익인간

댓글 0 | 조회 1,837 | 2016.12.07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1880.12.8. - 1936.2.21.) 선생은 일찍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고 설파했다. 한국이 205… 더보기

아크로폴리스와 아골라

댓글 0 | 조회 2,356 | 2016.11.23
서울에서 강남 시대가 전개되기 전 까지 옛 서울대 본부가 자리하고 있던 문리대 정원은 한국이 현대화에 이르는 역사의 광장이었다. 종로 5가에서 혜화동 로터리에 이… 더보기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댓글 0 | 조회 1,890 | 2016.11.08
벌써 30여 년 전에 들은 말이지만 지금도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외국인 바이어(Buyer)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기가 알기… 더보기

와이나무 시냇물을 걸으며

댓글 0 | 조회 2,885 | 2016.10.26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鄕愁)에 나오는 ‘옛 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가는……’ 그 실개천은 오늘 날 흐르지 않고 있다. 첫 사랑의 클리세(Cliche)… 더보기

새벽을 찾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2,023 | 2016.10.12
10여 년 전 태권도 7단인 어느 교민을 만났을 때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가끔 골프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골프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나이… 더보기

추석 대보름 달 감상

댓글 0 | 조회 2,905 | 2016.09.28
세월의 수레바퀴는 이곳 남국의 하늘 아래에서도 어김없이 추석이라는 명절을 맞이하게 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가을 수확 철을 맞아 조상을 기리고 한 해의 농사에 감사… 더보기

오클랜드 쓰나미

댓글 0 | 조회 3,249 | 2016.09.14
21세기에 접어들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1,200km 길이의 단층대가 인도 지각판과 버마 지각판 사이의 … 더보기

스토리가 있는 인생은 아름답다

댓글 0 | 조회 2,369 | 2016.08.25
오클랜드 전원일기 (마지막회)1960년대 초에 서울 중앙극장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초원의 빛’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 더보기

세상에 공짜는 있는가?

댓글 0 | 조회 2,158 | 2016.08.11
▲ 퀸스타운 금광촌 당시 광부 중국인 집​오클랜드 전원일기 (7)​“어느 돈 있는 사람이 호기심에서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같은 위치의 골목길에 100달러 지폐 … 더보기

유기농 식품에 눈을 뜨다

댓글 0 | 조회 3,246 | 2016.07.28
오클랜드 전원일기 (6)먼저 살던 키위도 비즈니스로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마당 한 쪽에 온실도 마련해 놓았고 채소밭도 조성해두었다. 자급용 농장인 셈이다. … 더보기

빗물 받아먹는 선진국

댓글 0 | 조회 3,309 | 2016.07.13
오클랜드 전원일기 (5)고대 로마 시대에 이미 도시 상수도가 건설되어 생활용수, 음료수, 분수용 등으로 물을 공급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이롭게 만든다. 그러나 로… 더보기

동물 농장에서 무슨 일이?

댓글 0 | 조회 3,606 | 2016.06.23
오클랜드 전원일기 (4)“장원(莊園) 농장에서 평소 소홀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 가축들이 돼지의 지도 아래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 존스와 관리인들을 내쫓고 동… 더보기

타조는 왜 목이 길까?

댓글 0 | 조회 2,414 | 2016.06.09
오클랜드 전원일기 (3)타조는 현존하는 새 종류 중에서 가장 크나 날을 수는 없다. 물론 뉴질랜드 섬이 마오리 족에 의해 발견 되었을 때 키가 3미터나 되고 몸무… 더보기

147 식구를 거느리는 남자

댓글 0 | 조회 1,801 | 2016.05.25
오클랜드 전원일기 (2)짐승들도 자기 가족은 알아본다. 아주 사나운 셰퍼드(Shepherd)이지만 주인한테는 상냥함은 물론 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다른 동물들을 헤… 더보기

운명은 전설처럼 찾아온다

댓글 0 | 조회 1,945 | 2016.05.12
오클랜드 전원일기 (1)뉴질랜드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겠다고 이민 준비를 할 때부터 운명은 바뀌기 시작했다. 배달겨레의 자손이 바다 밖으로 나가 살게 된 것은 극… 더보기

오클랜드 부동산 사들이기

댓글 0 | 조회 4,915 | 2016.04.29
금년 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금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가 한창이다. 그런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미국 최고의 부동산 … 더보기
Now

현재 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Ⅱ)

댓글 0 | 조회 2,721 | 2016.04.14
“창문을 열어다오, 빛이 더 들어오게, 좀 더 빛을 … 좀 더 빛을……”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uette, 1749.8.28.-… 더보기

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I)

댓글 0 | 조회 4,962 | 2016.03.23
조물주는 세상에 똑 같은 모습이나 개성을 지닌 인간을 만들지 못했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좌우 대칭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심지어 얼굴도 자세히 보면 좌우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