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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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Ⅱ)

0 개 3,046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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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어다오, 빛이 더 들어오게, 좀 더 빛을 … 좀 더 빛을……”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uette, 1749.8.28.-1832.3.22.)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한마디이다. 살아 있을 때 이미 부(富)와 명예, 지위 등 모든 것을 누렸기에 여한이 없을 괴테였지만 죽는 순간에도 좀 더 빛을 달라고 애원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뉴질랜드에 와서도 주택을 구입할 때엔 채광(採光)과 통풍(通風)을 제일 중요시했다. 주위에 막힘이 없고 창문이 많으면 빛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할 것이다. 따라서 실내 분위기도 쾌적하고 습기에 찌들지 않아 건강한 집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도 좋아질 것이다. 좋은 집의 조건으로 뷰(View)를 내세우는데 뷰가 좋다는 말은 채광과 통풍이 잘 된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괴테가 현재의 서울 아파트에 산다면 어떠했을까 짐작해 본다. 분당아파트가 건설된 지 30년이 되어 가는데 벌써 녹물이 나오나 고층아파트가 즐비해 재개발 이익도 발생하지 않아 골칫거리가 될 조짐이 보인다. 혹자는 앞으로 50년 후면 고층 아파트는 쓰레기 산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온갖 편의 시설과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하여 천국의 집 같이 꾸며 놓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맞통하는 창문이 있어야 환기가 잘 되는데 한 쪽에만 있으니 숨이 막히고 해는 어디서 뜨고 지는지 바라 볼 수도 없다. 아파트에서 지하철로 출퇴근 할 경우 지하철에서 바로 빌딩으로 연결되는 지하도로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직행하기에 바깥 구경을 못하고 집과 직장을 왕래하는 경우도 있다. 

 

하기야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어떤 경우에 지난여름 더위와 싸우느라 곤혹을 치루기도 하였다. 테라스(Terrace) 하우스, 유닛(Unit) 하우스, 아파트 등 집단 주택들이 많이 보급되고 있는데 창문이 적고 또한 옆집과의 시야 때문에 작은 창문이나마 마음대로 열어 놓을 수도 없어 고생을 한 것이다. 뉴질랜드에 오자마자 느낀 것은 고층 빌딩이 없고 녹지 공간이 넓으며 옛날 목조 주택들이지만 집터가 넓어 가슴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무지개는 메마른 가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넓고 푸른 하늘과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며 생의 환희를 맛보기도 하였다. 

 

이민 초창기에 키위들과 남부호주 여행 도중 남쪽 끝에 위치한 조그만 항구도시 마운트 갬비어(Mt. Gambier)에서 하룻밤을 지낸 일이 있었다. 시골 도시 특유의 소박함과 정감이 넘치는 곳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은퇴부부의 집에서 겪은 감격이 잊혀 지지 않는다. 60대인 부부는 아들들이 미국에 살고 있고 두 부부만 방 세 개짜리의 평범한 서민주택에서 자기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집 정원이었다. 모임 행사가 끝나고 저녁 늦게 들어가 정원으로 안내되었는데 순간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넓지 않은 정원을 오밀조밀하게 신의 조화처럼 가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화분들이 바닥이나 계단에 자리 잡고 교태를 부리는가하면 머리위에서 손짓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친화하면서 전체적인 하모니를 이루어 나가는 것을 보니 바로 이런 곳이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원을 구성하는 화초들은 땅에 심은 것, 화분에 심어 놓여 진 것, 매달린 화분이나 바스켓에 심어진 것들로 구성된다. 거기에 잔디밭과 정원수, 분수시설, 연못, 조명장치들이 끼어들어 조화를 창조하고 있다. 매달린 화분은 처마나 나뭇가지에 걸어 놓는데 이는 2차원적인 식물 재배가 아닌 3차원적 공간 예술 창조를 의미한다. 또한 여러 가지 화초를 섞어서 구성하기에 음악에 있어서 오케스트라와 같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정원의 구조나 양식도 각양각색이다. 

 

여자하고 정원은 꾸미기 나름이다. 여성들은 화장을 하면서 거울에 비춰진 자기의 모습을 보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종의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인 자기도취의 만족감을 맛보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한테 자기의 존재를 돋보이기 위해서 몸매를 가꾼다. 정원을 가꾸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이 치장하는데 소요한 시간과 돈을 돈벌이에 투자한다면 훨씬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지도 모른다. 또한 정원 가꾸기에 소요한 시간과 돈을 소득증대를 위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빛바랜 여성이 돈이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삭막한 집에 사는 부자에게 무슨 행복이 있을까? 

 

정원 상태에 따라서 집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우를 경험했다. 가든 투어(Garden Tour)중 방문한 맹게레(Mangere) 지역의 마오리 촌이었다. 전형적인 서민주택 단지였고 방문했던 집은 한 건물을 두 가구가 쪼개어 사는 플랫(Flat)이었다. 그런데 양쪽 경계선은 정원으로 인해 완전 독립세대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건물구조가 똑 같음에도 불구하고 두 집은 무릉도원과 달동네만큼이나 다르게 보였다. 바로「이것이구나」하는 느낌이 뇌리에 스쳤다. 

 

낙원(樂園)과 유토피아(Utopia)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피안의 세계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 안에 낙원을 건설할 수도 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바로 자기 자신 안에 파라다이스(Paradise)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생활은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으면서도 넓은 정원을 가꿀 수 있기에 행복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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