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기술 - 자료선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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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기술 - 자료선별의 기술

0 개 1,245 김준

■ 자료선별의 기술 (무엇을 참고할 것인가?)

 

6개월전쯤이라 기억된다. 이른 오후 학원에 앉아 이것저것 관리적인 일들을 하고 있는데 계획에 없던 분이 찾아 오셨다. 성품이 쾌활하신 분이어서 예정에 없던 만남이었지만 잠시나마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시 그분은 Northland 쪽에 사시며 개인사업을 하고 계셨는데 주말을 맞아 여행을 하시던 중 필요한 것이 있어 필자의 학원 근처 한인상가에 들르셨다가 근처 온 김에 방문 하셨다 한다. 물론 대화의 주제는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당시 그 분께서 하신 이야기 중에 인상에 남는 대목이 있어 소개 한다. 

 

“요즘 애들 공부하는 거 보면 참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에 들어가면 공부하고 싶은 내용들이 뭐 검색만 하면 줄줄이 나오니까… 사실 학교고 과외고 필요 없을 수도 있다니까.. 우리 때는 그랬나.. 책 한권 살려면 새 책이 아예 없어서 온 동네 헌책방을 다 뒤지고 했는데.. 그런데도 이 놈들이 공부를 안해.. 할려고만 하면 자료가 넘치고 넘치는데 말야.”

 

흔히 듣는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시리즈 중의 하나라고 단순히 넘겨 버릴 수도 있지만 이 분이 지적하신 부분에 ‘자료가 넘친다’는 이야기가 있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 과학 과목에 국한 된 이야기임을 알아주시길.. - 학생들은 자료의 ‘수집’ 보다는 자료의 ‘선별’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필자가 자료의 ‘선별’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 아이들이 이곳 뉴질랜드에서 공부하는 모든 과정은 공히 유럽식 교육과정의 특색을 지니고 있고 유럽식 과정은 전통적으로 ‘정확성’과 ‘적합성’에 대해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웃을 수 만은 없는 사례를 하나 소개 한다면, 2008년도 캠브리지 12학년 물리 시험에 한가지 개념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묻는 문제가 나왔었다. 이듬해 한 학교에서 그 문제를 학교 시험 문제로 출제 했는데 필자의 학생 중 한 명이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출판한 공식 캠브리지 과정 교과서 - 각급 학교 교재로 사용되던 - 에서 본 대로 적었다가 3점중 1점 밖에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채점의 기준은 캠브리지에서 배포한 공식 채점기준 (Mark scheme) 이었으니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건 스포츠 룰을 기껏 설명해 놓고 그대로 따라 하니 반칙이라 선언 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하겠지만 실제로 문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책이 감수되는 과정을 좀 알아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공식 교과서가 이 정도인데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자료들과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올린 You tube 강의 중 어떤 것들을 믿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당연히 모든 자료들의 기본적인 컨셉은 정확할 것이고 약간씩의 표현의 차이나 사용하는 단어의 차이가 있을 뿐일 텐데 그런 작은 차이가 무슨 큰 변화를 만들겠나…. 내용만 정확하다면 약간의 표현의 차이는 인정될 것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애석하게도 그렇지가 않다. 필자가 전술했던 것처럼 과학에 있어서 정확성이라는 것은 ‘존재의 이유’와도 같다. 그리고 그 정확성을 학생들이 배우고 훈련하며 확장하길 원하기 때문에 모든 과정들은 나름의 교육내용을 정밀하게 디자인 하고 있고 아주 Strict한 채점 기준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자료의 선정에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서 활용해야 할까? 

 

첫째. 수준을 맞추어야 한다. 고학년이 저 학년식의 자료를 보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고등학생이 학사, 석사과정 논문을 참고해서도 안 된다. 시험 출제자나 채점자는 무조건 상위과정의 내용을 선호하지 않고 학생들이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위한 단단한 기초를 쌓길 원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부하고 있는 과정의 자료를 보아야 한다. 물론 물리는 어디까지나 물리고 화학은 전세계 어디나 화학이다. 하지만 한가지 상황을 분석하고 설명하는데 같은 이론을 적용한다 해도 더 무게를 실어주는 개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예를 들어 NCEA, IB에선 원자크기의 변화에 대해 내각 전자 껍질의 숫자나 핵과 외각전자의 거리변화에 따른 인력변화로 설명하지만 캠브리지는 내각 전자의 Shielding effect(가로막기 효과)에 더 무게를 둔다. 

 

셋째. 특정 과정이 명시 되지 않은 개인이 작성한 자료의 경우 공부하는 과정이 만들어진 나라의 자료를 우선 참고하자. IB의 경우 예외적으로 미국에서 양질의 자료가 많이 만들어 진다. 국가별 차이의 예를 들자면 단진자 운동(simple harmonic motion)은 영국 쪽에선 Mechanics의 한 파트로 보고 미국에선 wave (파동)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명 과정이나 문제 스타일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넘치고 넘치는 자료들. 우리 학생들이 그 속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자료를 잘 선별해 학습에 적극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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