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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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0 개 3,962 피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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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만들어내는 소리, 치즈는 김치와 같이 서양음식에서는 없어선 안될 중요한 식품이다. 건강한 장수음식으로 각광받는 발효음식으로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청국장, 장을 정화시키는 김치,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치즈가 주목 받아왔다. 또한 발효식품은 공통적으로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유를 유산균에 의해 발효시킨 치즈와 콩을 바실러스균에 의해 발효시킨 청국장은 원래의 식품에는 없는 맛과 유효성분을 더하여 맛과 영양분을 높게 한다. 

 

2500년 전 아시아의 무더운 사막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은 양의 위(胃)로 만든 물 주머니에 우유를 넣어서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하룻밤 자고 나면 물 주머니에 딱딱한 하얀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치즈의 발견이다. 양의 위에서 나오는 레닛이라는 위액이 물 주머니에 마른 채 남아 있다가 우유를 발효시켜 치즈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치즈는 무더운 사막을 여행하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고 나중에 유럽으로 전해 지게 된다. 사실 발효는 지구상의 많은 나라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서 찾아낸 식품가공방법 중 하나이다. 발효식품은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될 뿐만 아니라 저장성도 좋다. 발효작용이 있는 미생물은 오히려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의 번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원래 상태의 식품보다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치즈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어떤 우유를 사용하였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그 생산 지역과 생산방법 그리고 품질관리 방법에 따라서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치즈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유는 소, 양, 염소, 물소와 낙타를 들 수 있다. 단백질과 칼슘이 가득한 치즈는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는 각각 등록된 치즈만 400여가지 종류가 넘고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대략 2000여가지 종류가 된다고 하니 그 맛과 향이 와인처럼 무궁무진할 수 밖에 없다. 

 

오래 보관하기 위한 가공치즈(Process Cheese)이외에는 모두 자연치즈(Natural Cheese)인데, 자연치즈를 수분함량의 차이에 따라 굳기와 숙성방법으로 구분해보면, 첫 번째는 수분함량이 50% 내외로 잼과 젤리의 중간 정도로 부드럽고 향도 강하지 않은 연질치즈(Soft Cheese)가 있다. 치즈의 여왕이라 불리는 프랑스 브리(Brie)와 카망베르(Camembert), 부드럽고 약한 단맛이 나는 리코타(Ricotta), 흰 곰팡이가 자극적이고 강한 냄새를 내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가 원산지인 뇌프샤텔(Neufchatel)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으로는 수분함량이 45-55% 정도의 반 연질치즈(Semi Soft Cheese)다. 여기에는 푸른 곰팡이가 퍼져있고 쏘는 맛이 자극적인 블루(Blue)치즈가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마을이름에서 유래한 고르곤졸라(Gorgonzola)가 여기에 속하는데 자극적이고 매운맛이 난다. 말랑말랑하고 약간 신맛이 나는 미국의 몬테리잭(Monterey Jack), 그리고 남부 이탈리아에서 물소의 젖으로 만들었던 모짜렐라 부팔라(Mozzarella Bufala)가 있다. 하지만 요즘은 물소가 아닌 젖소의 원유로도 여러 가지 변형된 모짜렐라치즈가 만들어진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하지만 탄력 있고 쫄깃쫄깃하다. 우리에겐 피자에 토핑하는 치즈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경질치즈(Firm Cheese)는 수분함량이 36%-43%정도로 네덜란드의 유명한 에담(Edam)이 여기에 속한다. 호두 향이 나면서 약간 짠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고다(Gouda)는 달콤한 과일 맛이 나는 데, 세계 최고의 치즈 중 하나로 꼽힌다. 과일이나 와인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속하는 남부 이탈리아의 프로볼로네(Provolone)는 접착력이 있어 부서지지 않고 자르기 쉽다. 소시지나 공 모양으로 끈으로 묶어서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초 경질치즈(Hard Cheese)는 수분이 13%-34%정도로 매우 딱딱한 치즈다. 여기에는 미국의 콜비(Colby), 이탈리아 파르마의 파르메잔(Parmesan), 스위스의 에멘탈(Emmental)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 체다가 원산지인 체다(Cheddar)치즈는 부드러운 신맛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치즈 중 하나다. 그리고 프랑스의 루아르(Loire)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염소 젖 치즈(Goat Cheese)는 일반치즈와는 구별되는 특이한 맛이 나는데 곰팡이에 의해 생긴 쏘는 맛과 냄새에 대해선 호 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하루에 한끼는 김치와 된장찌개로 해결해야 개운하다는 아들에게 팔순 어머니는 아직도 청국장을 만들어 보내신다. 김치와 닮은 발효식품, 치즈를 보내드렸더니 꼬릿한 냄새가 발냄새같다고 하신다. 나 또한 치즈와 고린내를 겨우 구분하는 초짜인데다가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허전한 속을 데우는 데는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만큼 깊고 진한 청국장이 제격이다. 장담하지만 비위가 안 좋은 사람들도 그 쿰쿰한 맛에 한번 맛들이면 미식의 늪에서 절대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이 청국장과 치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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