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습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거꾸로 된 습관

0 개 2,044 김지향

어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었던 내 습관 중 몇 가지가 정 반대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부러 바꾸려 한 것이 아니었는데, 몸이 스스로 내 습관을 바꿔 나간 것 같다. 

 

초저녁부터 졸음이 몰려와 9시면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일찍 잠이 드니 자연히 꼭두새벽부터 일어나게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면 정신이 또렷해져서 올빼미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는데, 그런 습관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식사 습관이 바뀐 것이다. 예전과 달리 배가 고파야지만 먹을 게 생각이 나고, 적당량을 먹고 포만감을 느끼고 나면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동안의 나는 포만감과 상관없이 음식이 완전히 바닥이 날 때까지 먹으며, 간식을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이런 습관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으면서 살았었다. 커피나 차 아닌 맹물은 거의 찾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보면 물을 많이 마신다. 반 컵의 물도 제대로 넘기기 힘들었었는데, 한 컵 정도의 물은 아무것도 아니며 물을 마시는 게 차를 마시는 것보다 더 시원하고 맛있게 느껴져서 물을 자주 마신다.

샤워가 편해서 온욕은 날을 잡아서 하였었는데, 요즘에는 매일 온욕을 하게 된다. 푹푹 찌는 날에도 따끈한 물에 들어가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몸이 개운한 것만큼 마음도 평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많은 습관들이 몇 달 사이에 일어났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남은 이후에 변한 내 습관이다. 일부러 변하려고 노력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냥 스스로 변한 것이다. 어쩌면 생존의 본능으로 몸과 마음이 바뀐 것일 수도 있겠다만, 거꾸로 바뀐 습관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수행해온 일들은 무조건 인정하는 일이었다. 나의 나쁜 습관이나 생각들을 버리려 노력했었던 걸 접고, 내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을 해왔었다. 버린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거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을 버려가면서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었는데, 아무리 버리고 또 버려도 다시 차오르는 것이었다. 헌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별한다는 것 자체가 조건적인 수용임을 알 수 있었다.

 

나 자신이 만족할 정도로 내가 잘해야만 나를 인정하고, 그렇지 못하면 인정하지 못하면서 살아왔었다는 것을 알았다. 도덕적 관념이라든지 선을 따르는 생각으로 그런 조건을 나 자신한테 붙였겠지만, 도덕과 선이란 틀을 빌미로 완전한 수용을 하지 못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내가 요즘 낱말들을 난센스 적으로 푸는 놀이를 하면서 낱말들마다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보게 되었다. 우리 인간들의 양면성만큼이나 우리가 쓰는 언어 역시 양면성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어만 그러하겠는가? 습관 역시 마찬가지리라.

 

죽음 문턱에 다녀오고 나서부터 나는 나 자신에 대하여 구별 없이 모든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내 거울이며 남이 내 거울이 아니던가? 그들의 모습이나 하는 말들 속에 나 자신이 들어 있는 것이다.

 

살인자의 기사가 나오면 내 안의 살인하려는 마음을 인정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고집스러움이 내 안의 고집스러움이란 걸 인정하고,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상대가 나에게 내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 모든 것들이 나임을 인정하면서 살았다.

 

가끔은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지나고 나서 눈치 채면 뒤늦게라도 그 모습이 내 모습인 걸 인정했다. 이렇게 항상 인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지낸 것 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거꾸로 된 습관이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거꾸로 바뀌는 습관이 더 많아질 것이다.

 

습관이 거꾸로 바뀌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몸이 다른 한쪽으로 옮겨가는 것이기도 하기에 몸의 균형을 잡는 하나의 방편으로 보인다. 몸과 마음이 하나이니 몸이 균형을 찾으면 마음도 함께 균형을 잡게 될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더 좋다는 것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더 좋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제껏 해왔었던 습관의 정반대를 체험하면서 몸과 마음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균형 잡힌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세상의 흐름이 제대로 잘 보이게 되어 노련한 수영선수처럼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제대로 잘 헤엄쳐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로 거꾸로 된 습관을 통해 자신의 양면성을 제대로 인식해보면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도 지혜로운 일로 여겨진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49 | 14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27 | 14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42 | 15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3 | 15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8 | 15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2 | 15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1 | 21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1 | 21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6 | 21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8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2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1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4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9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0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6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3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6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1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6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8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1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6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9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