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0 개 1,423 오클랜드 문학회

                                                                  글쓴이:  이 강산

 

  바람 부는 해변에 섰다. 궁형의 아름다운 황금(黃金)의 사장(沙場)엔 개를 산책시키는 

늙수그레한 부부가 몇 보일 뿐 호젓하고 쓸쓸하다. 오네로아 해변의 잔잔한 해면 위를 

장난치듯 뒹구는 미풍에 잔파도는 소리 없이 밀리다가 그냥 스러지고 만다. 

겨울이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게 안겨오는 것이 연인의 바람이다. 

바람에도 마음이 있고 영혼이 있다. 남태평양을 건너온 미풍은 어머니 입김처럼 따뜻하다. 

인자하고 사랑이 담긴 온화한 바람이다.

 

  나는 바람이 좋다. 남태평양의 푸른 파도와 희롱하는 이런 장난스런 바람이 좋다. 

타스만 바다를 건너왔거나 동쪽바다를 건너왔거나 남태평양의 바다 위를 스치며 달려와 

사람에게 척척 감기는 이런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소년처럼 오마지 않는 

이를 속절없이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7순이 코앞이지만 심중에 타고 있는 불꽃은 삭을 줄을 모른다.

 

  바람은 변덕스럽다. 슬그머니 해변을 거닐다가도 성깔을 부린다. 

화가 나서 미쳐 날뛰기도 한다. 바람에 휘둘리면 바다까지 길길이 날뛰고 솟구치고 부서진다. 

숲이 울고 대지가 울고 초원이 파도를 만든다. 그러나 누가 바람을 탓하랴. 

바람은 바람인 것을. 지금 스치는 바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 바람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다시 만나지 못하므로 아쉬운 것이다.

 

  한국은 유난히 바람이 많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샛바람, 남쪽에서 오는 마파람 

북쪽에서 된바람, 남서에서 갈바람, 하늬바람, 된바람, 높새바람 등 

여러 종류의 바람이 쉬지 않고 분다. 해마다 십 수 차례 한반도를 종횡으로 누비는 

태풍은 때로는 엄청난 재난을 준다.

 

  한국만 바람이 많은 것은 아니다. 쿠바 남부해안의 바야모, 북이탈리아의 푄, 

남 캘리포니아에는 산타아나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존다, 로키산맥의 치누크, 

사하라의 시로코우, 호주의 브리크횔더, 중앙아시아 사막의 수크호베이, 알푸스의 보라, 

미스트랄, 팜페로, 블리자드, 부란 등이 세계도처에서 분다. 열대성 저기압으로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는 토네이도, 허리케인, 태풍, 윌리윌리, 사이클론 등이 있다. 

지역마다 해역마다 바람의 종류와 규모와 성질이 제각각이다. 

때로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큰 비를 몰고 와서 가뭄의 땅을 적셔주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무서운 바람이 적다. 그래서인가 폭풍이 아닌데도 나무들이 곧잘 잘 쓰러진다. 

 

  그만큼 바람에 단련될 기회가 적었던 것일까. 바람이 부드러운 이 나라가 좋다. 

 

  이 나라에서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 좋다. 치맛바람도 없고 늦바람도 별로 모르는 나라, 

 

  아무도 모를 곳에서 와서 따뜻한 해면을 스치며 어디로 말없이 사라지는 바람이 무가네 좋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댓글 0 | 조회 1,614 | 2016.09.28
글쓴이 :이 운룡마른 날 가랑잎 하나가큰 산을 끄는 소리다.낮은 말씀도 힘에 부쳐찬바람 소리 흔들리는 늦가을,땅으로 돌아갈 것은 다 돌아가고슬픔만 남은 세월도기가… 더보기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댓글 0 | 조회 1,594 | 2015.12.23
글쓴이 : 함 명 춘 도시의 저녁 길을 걷는다 지친 내 어깨를 안아 줄 한가닥 햇살마저 없는, 꺼질 듯 하다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추억 나는 원래 한나라의 왕자였… 더보기

오래된 집

댓글 0 | 조회 1,579 | 2020.06.24
시인 주 영국큰집 뒤안의 오래된 우물벼락 맞은 대추나무 옆밤에는 두런두런 도깨비들이 살았다할머니가 우물을 떠난 뒤에도유월 유두만 되면 도깨비들이머리를 풀고 머리를… 더보기

미자의 모자

댓글 0 | 조회 1,560 | 2020.05.01
시인 이 산하시를 쓸 때마다 이창동 감독의 명화 ‘시’가 떠오른다.잔잔한 강물 위로 엎어진 시체 하나가 떠내려 온다.하늘을 바로 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엎어져 있다… 더보기

사람들은 왜 모를까

댓글 0 | 조회 1,552 | 2017.02.08
글쓴이: 김 용택이별은 손끝에 있고서러움은 먼데서 온다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아침 산그늘 속에산 벚꽃… 더보기

완행버스를 탔다

댓글 0 | 조회 1,541 | 2017.04.11
공 광규오랜만에 광화문에서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넓고 빠른 길로몇 군데 정거장을 거쳐대도시에서 신도시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완행버스를 탔다이 길 저 길 좁은 … 더보기

낯선 집

댓글 0 | 조회 1,538 | 2020.05.27
시인 배 창환나 오래전부터 꿈꾸었지내가 살고 있는 이 집 지나다 무작정 발길 이끌어 들르는 때를,그때 이 집에는,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고 놀던 밝은 햇살과그늘… 더보기

댓글 0 | 조회 1,531 | 2017.01.10
글쓴이: 이 홍섭일평생 농사만 지으시다 돌아가신작은할아버지께서는세상에서 가장 절을 잘하셨다제삿날이 다가오면나는 무엇보다 작은할아버지께서 절하시는 모습이기다려지곤 … 더보기

수목장

댓글 0 | 조회 1,526 | 2020.11.11
시인: 권 대웅나무에게로 가리해에게도 가지 않고 달에게도 가지 않고한 그루 큰 말씀 같은 나무에게로 가리깊고 고요한 잠나뭇잎은 떨어져 쌓이고 세상에서 나는 잊히고… 더보기

푸른 별 노둣돌

댓글 0 | 조회 1,519 | 2019.09.25
시인 이 운룡이빨 다 빠진 잇몸으로바다가 하늘 한 입 우물거리다 넘기지 못해뱉어낸 물거품을 수평선 멀리밀어붙이고 있다.섬들은 마음 아프다는 속말을꾹꾹 눌러 삼키면… 더보기

고독의 온도

댓글 0 | 조회 1,514 | 2018.04.27
문정희침대에 나를 눕힌다두 팔로 내가 나를 안아본다무엇이 여기까지 나를 끌고 왔을까오랫동안 시(詩)에게 물어보았지만시는 답을 주지 않았다내 몸을 흐르는 36도 5… 더보기

우리 살던 옛집 지붕

댓글 0 | 조회 1,514 | 2017.05.24
이 문재 시인마지막으로 내가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 주곤… 더보기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504 | 2020.04.02
시인 김 영 남만약 어느 여자에게 이처럼아름다운 숲속 길이 있다면난 그녀와 살림을, 다시 차리겠네.개울이 오묘한 그녀에게소리가 나는 자갈길을 깔아주고군데군데 돌무… 더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 쉐마

댓글 0 | 조회 1,493 | 2019.07.24
오늘도 저녁이면 따뜻한 집으로 돌아와다정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당신.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도행복이라는 말조차 모른 채 … 더보기

바닥을 친다는 것

댓글 0 | 조회 1,491 | 2019.12.23
이 산하 시인​누군가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 봤다고 말할 때마다누군가 인생의 바닥의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고 말할 때마다오래 전 두 번이나 투신자살에 실패했다가수중… 더보기

이사

댓글 0 | 조회 1,455 | 2017.06.28
박 영근1내가 떠난 뒤에도 그 집엔 저녁이면형광등 불빛이 켜지고사내는 묵은 시집을 읽거나 저녁거리를 치운책상에서더듬더듬 원고를 쓸 것이다 몇 잔의 커피와,담배와,… 더보기

고려장

댓글 0 | 조회 1,455 | 2017.07.12
최 재호 10년 전 이른 겨울 커다란 이민 가방에 남은 꿈을 구겨 담으며 떠나 온 고향 행여 하나 빠뜨릴까 바리바리 챙겨 담은 짐 속에 빠져 버린 홀어머니 낯 설… 더보기

딸을 기다리며-고3 아이에게

댓글 0 | 조회 1,455 | 2020.01.15
시인: 박철늦은 밤이다이 땅의 모든 어린 것들이 지쳐 있는 밤너만 편히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이 지구상 어느 나라에 우리처럼가난은 곧 불행이다, 라는 공식을 외우… 더보기

새해의 기도

댓글 0 | 조회 1,448 | 2016.01.13
글쓴이 : 이 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 더보기

햇살의 그림자

댓글 0 | 조회 1,439 | 2016.10.12
글쓴이: 최 재호토요일도 늦게 눈뜬 아침구름들이 밀려간 하늘은바다를 쏟아 부은 듯 새파랗다구름도 불어 버리고담배 연기도 흩어버리는바람이,아직 차다거실 유리문을 닫… 더보기

반가부좌만 하시게

댓글 0 | 조회 1,435 | 2016.04.13
글쓴이: 이 인원무슨 화두(話頭)에얼마나 골몰했으면턱을 괴었던 팔이 다 부러졌을까아니다,부러진 것은 미륵보살님의 팔이 아니다3일도 못 가는 우리들의 작심(作心)이… 더보기

마당을 쓸며 Sweeping the Yard

댓글 0 | 조회 1,430 | 2018.05.27
이 산하옛날 할아버지들은아침에 일어나면 마당부터 쓸었다.매일 쓸지만 어느새 또 어지럽다.오랜만에 집 청소를 한다.잠시 두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한다.빗자루로 쓰레… 더보기

체온의 시

댓글 0 | 조회 1,426 | 2017.04.27
문 정희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거기 따스한 체온이 있듯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는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마음속에 하늘이 있고마음속… 더보기

안개 속에 숨다

댓글 0 | 조회 1,424 | 2018.07.15
류시화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더보기

현재 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댓글 0 | 조회 1,424 | 2016.01.28
글쓴이: 이 강산 바람 부는 해변에 섰다. 궁형의 아름다운 황금(黃金)의 사장(沙場)엔 개를 산책시키는늙수그레한 부부가 몇 보일 뿐 호젓하고 쓸쓸하다. 오네로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