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영혼과 사랑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음악과 영혼과 사랑

0 개 2,351 한일수
누군가의 영혼에 잔잔한 파도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인생은 보람 있는 일을 한 것이리라. 문학과 예술은 인간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가장 원초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예술 분야 중 음악에 대하여 독일의 문호 괴테는 ‘음악에는 마적(魔的) 요소가 내재되어 있어서 여기서 이성(理性)이나 오성(悟性)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음악에서 솟구치는 영향력은 모든 것을 지배하며 누구라도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라고 갈파했다. 

음악의 기능은 작곡가나 연주가가 표현하는 마음의 여정을 듣는 사람이 마음에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음악은 바로 우리 삶 속의 감정들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동감하게 만드는 매개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작곡가가 표현해 내고자 한 감정의 흐름을 연주가가 어떻게 해석해서 전달하느냐, 연주가가 전달하는 감정을 감상자가 어떻게 받아드려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따라 음악의 가치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똑 같은 곡을 똑 같은 악기로 연주하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표현 내용이 다르고 음악이 흐르는 주변 환경, 감상자의 태도, 심리 상태에 따라 전수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의 흐름과 함께 발전해 온 음악의 분야도 엄청나게 넓으며 엄청난 곡들이 탄생하였으므로 이들을 섭렵하는 일만하더라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일이다. 범위를 좁혀 클래식으로 한정하고 클래식의 수많은 작곡가들 중에서 쇼팽의 음악성을 관찰하되 쇼팽의 작품들 중 야상곡 2번(夜想曲, Nocturne No.2 Op. 9 Eb Major)을 중심으로 감정을 추슬러 보고자 한다.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은 조국 폴란드가 낳은 세계사적인 천재 음악가임에 틀림없다. 폴란드는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 강대국 사이에서 주권을 침탈당하기 일 수였다. 쇼팽이 20세 되던 1830년에는 조국에서 혁명전쟁이 일어났으나 실패로 끝나고 쇼팽은 파리로 떠나게 되었고 그 후 조국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39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섬세한 감각과 서정을 갖춘 낭만주의자였던 그는 피아노 음악에서 꽃을 피워나갔다. 

녹턴 2번은 쇼팽이 20-21세 때인 1830-1831년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망명 첫해에 해당된다. 쇼팽이 남긴 21편의 녹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랑을 받고 있는 2번이다. 쇼팽 특유의 센티멘털리즘(Sentimentalism)이 매혹적으로 펼쳐지는 이 곡은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음악적 감흥이 느껴지는 성격적 소품(Character piece)이라고 할까? 밤이 가진 고요함과 고즈넉함에 시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한…….

건반을 밀고 당기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리듬과 악센트(Accent), 마치 한 편의 영상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슬라브(slav)적 음색, 과감한 조바꿈과 때때로 등장하는 불분명한 조성들을 통해 피아노라는 악기의 새로운 뉘앙스(Nuance)를 만들어낸 쇼팽은 특히 녹턴을 통해서 천재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내밀한 심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쇼팽의 녹턴 2번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이민 초창기였다. 1997년 말 연말연시를 맞아 영국계 키위들과 9박 10일 동안의 워크숍(Workshop) 행사에 동참한 일이 있다. 정월 초하루 이브에는 새벽 2시에 공식 행사가 끝났는데 5시까지 뒤풀이를 즐기는 회원들도 많았다. 그날도 자기들끼리 실컷 웃고 즐기다가 새벽 3시쯤 되어 하나 둘 자리를 뜰 때였다. 악단 멤버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레이디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귀에 익은 멜로디인데 곡의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라고 하기에 그러려니 했다. 

초승달은 앙증스럽게 서쪽 하늘에 걸려 있는데 밤의 캠퍼스는 고요 그 자체였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나는 그녀의 아코디언을 들고 배웅했고 아까 연주한 곡명을 물어보았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재확인했더니 메모지에「Chopin, Nocturne 2 Eb)」를 남겨주었다.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초승달과 캠퍼스 정경, 새벽 3시, 영혼 속을 파고드는 야상곡이 나를 둘러싸고 공격하면서 취하게 만든 것이다. 

65세가 넘어 피아노 연주를 배워보겠다고 레슨을 시작한 지 몇 해가 흘렀고 나는 쇼팽의 녹턴 2번을 선정해 연습을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피아노 솜씨로 쇼팽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표현해 낸다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지를 새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쇼팽은 21세의 나이에 벌써 세계인의 영혼을 울릴만한 명곡들을 수없이 창조해냈는데 그 곡을 피아노로 재생해내는 일도 못하는 나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564 1.jpg

연말이 되어 피아노 학원 원생들의 연습곡 발표회가 예년과 같이 있었다. 녹턴 2번을 달빛 아래에서 남녀가 같이 듣는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곡이라고 했다. 그날 나의 연주는 실수투성이 이었고 아무도 나의 연주에 깊은 감흥을 받거나 사랑에 빠지는 감상자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달 빛 흐르는 밤, 랑기토토(Rangitoto) 앞 바다를 내려다보며 살롱음악 풍의 연주회를 갖고 싶다. 단 한 사람의 영혼에 조그마한 파문이라도 선사하기를 바라면서……. 쇼팽의 후원자인 동시에 연인(戀人)이었던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George Sand)가 말했다. ‘사랑하라, 인생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일곱 베일의 춤

댓글 0 | 조회 4,504 | 2016.03.10
‘모든 괴짜가 다 천재(天才)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천재는 다 괴짜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아… 더보기

중국인들이 몰려온다

댓글 0 | 조회 5,288 | 2016.02.24
우리가 흔히 중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중국인은 내용적으로 각각 성격이 다른 부류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표… 더보기

꿀벌이 지구를 떠난다면

댓글 0 | 조회 2,442 | 2016.02.11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박사는 ‘만일 지구상에서 어떤 이유로든 꿀벌이 사라지게 된다면 인류 또한 4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더보기

부자 3대는 못가도 먹는 것은 3대 간다

댓글 0 | 조회 2,332 | 2016.01.27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부자 3대’ 이야기는 오늘날에 와서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한 번 부자의 반열에 오르면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기가 쉬운 오… 더보기
Now

현재 음악과 영혼과 사랑

댓글 0 | 조회 2,352 | 2016.01.13
누군가의 영혼에 잔잔한 파도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인생은 보람 있는 일을 한 것이리라. 문학과 예술은 인간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가장 원초적인 관계를 맺어 왔… 더보기

주례 없는 주례사

댓글 0 | 조회 6,067 | 2015.12.23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더보기

옮겨심기

댓글 0 | 조회 2,918 | 2015.12.10
내가 서울에서 마지막까지 살았던 집은 30평 정도의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잡종 난초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화초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아침이면 보… 더보기

모자이크 사회

댓글 0 | 조회 5,282 | 2015.11.26
현대사회는 모자이크(Mosaic)와 같다. 하나의 모자이크가 훌륭한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참여한 각자의 조각들이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주… 더보기

하우스 쇼핑(Ⅱ)

댓글 0 | 조회 2,395 | 2015.11.11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은 배우자를 고르는 일일 것이다. 중요한 만큼 고려하는 사항도 많다. 흔히 ‘A’ 에서 ‘H’까지를 점검한다고 한다. 즉 Age(나이), B… 더보기

하우스 쇼핑(Ⅰ)

댓글 0 | 조회 2,669 | 2015.10.29
뉴질랜드 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경험하는 문화적 변화가 오픈 홈(Open home) 시스템일 것이다. 우선 렌트할 집은 마운트 로스킬(Mt Roskill) … 더보기

풍수 -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댓글 0 | 조회 3,342 | 2015.10.14
부동산 광고를 보거나 부동산 옥셔니어(Auctioneer)의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면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로케이션(Location) 이다. 부동산(不動産)은… 더보기

돈이 되는 내 집 찾기 (Ⅱ)

댓글 0 | 조회 2,876 | 2015.09.24
조선 시대의 어떤 부자 노인이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며느리들을 테스트해 보았다. 세 며느리들한테 쌀 한 가마니씩을 나눠주고 이 쌀 가지고 한 달 동안 살… 더보기

돈이 되는 내 집 찾기 (I)

댓글 0 | 조회 3,094 | 2015.09.09
‘씨 뷰 (Sea view)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이민을 준비할 때부터 집을 살 때 바다가 보이는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수없이 들… 더보기

보는 눈에 돈 들어온다(Ⅱ)

댓글 0 | 조회 2,545 | 2015.08.26
역사상 가장 대박 난 부동산 거래는 알래스카일 것이다. 알래스카는 미국의 49번째 주이고 남한 땅의 16배 이상 되는 넓이로 미국의 주 중에서 가장 크다. 174… 더보기

보는 눈에 돈 들어온다(Ⅰ)

댓글 0 | 조회 2,261 | 2015.08.13
‘눈이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눈이 우리 몸에 있어서 또는 삶에 있어서 소중하고 중요하여 마치 보물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시력이 좋… 더보기

느림의 아름다움

댓글 0 | 조회 1,838 | 2015.07.28
신입 사원 시절에 성질이 따발총 콩 튀기 듯 하던 과장 밑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무슨 업무 처리 문제로 따발총이 콩 튀기 시작했는데 나한테 불호령이 떨… 더보기

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댓글 0 | 조회 5,976 | 2015.07.15
“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오. 나의 고국 조선은 아직도 처서(處署) 더위로 땀을 흘리리라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서 칠천 리, 이 바이칼 … 더보기

70% 행복론

댓글 0 | 조회 2,637 | 2015.06.23
며칠 전에 정원 일에 쓰일 외바퀴 손수레인 휠배로우(Wheelbarrow)를 구입한 일이 있다. 거름흙을 운반하느라 처음 사용해봤는데 적재량을 잘 조절해서 균형을… 더보기

남자는 나이 70에야 철이 든다

댓글 0 | 조회 7,100 | 2015.06.09
“어느 남자가 하느님한테 가서 하소연을 했다. ‘하느님, 왜 남편은 하루 종일 고생하며 돈 벌어서 집에 갖다 주는데 아내는 남편이 벌어 온 돈 가지고 흐늘거리며 … 더보기

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댓글 0 | 조회 4,033 | 2015.05.26
뉴질랜드로의 한국인 이민 물결이 한창 상승세를 이룰 무렵 1995년 5월에는 하나은행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영어교실 멤버들의 야유회가 열렸다. 남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더보기

아들리느 결혼식에 가슴을 치는 남자

댓글 0 | 조회 2,827 | 2015.05.13
‘어느 날 왕비가 죽었다. 그리고 3일 후 왕도 죽었다.’라는 표현은 사실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어느 날 왕비가 죽었다. 3일 동안 죽은 왕비를 그리워하며 애통… 더보기

울어버린 두꺼비

댓글 0 | 조회 2,486 | 2015.04.29
두꺼비는 예로부터 복(福)과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민간 전설 ‘두꺼비와 지네’에서는 자기를 키워준 소녀를 위하여 침입한 지네와 싸워 함께 죽고… 더보기

흙에서 살리라

댓글 0 | 조회 2,555 | 2015.04.14
어찌하여 사람들은 흙을 멀리하고 자꾸 하늘로만 치솟으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The tower of Babel) 이야기는 현대에 살고 … 더보기

삶이냐 퍼포먼스냐

댓글 0 | 조회 2,819 | 2015.03.24
인류문화사의 흐름에서 시대구분을 할 때 고대 신화시대, 중세 종교시대, 근대 과학시대, 현대 예술시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대 21세기 현대는 예술 가운데서도 퍼… 더보기

호박 덩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댓글 0 | 조회 2,953 | 2015.03.10
‘가꾼 데로 거두리라’이는 농사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수확량의 정도는 농사에 쏟은 정성만큼 비례해서 나타난다. 예로부터 농사의 성공 여부는 가꾸는 사람의 발길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