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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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0 개 2,013 한 얼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자극에도, 조금만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목소리가 먼저 떨리고 바로 눈 앞이 흐려질 만큼.

감정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옳은 표현일 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쉽게 욱하고, 또 쉽게 울어버리고 만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겉으로는 상당히 터프(?)해 보이는 탓일까, 본의는 아니었는데 다들 나를 철혈의 사람으로만 여긴다. 잘 운다고, 네가? 말도 안 돼! 대개는 그런 반응을 보인다. 상처라기보단, 조금 색다를 따름이다. 내가 그렇게나 터미네이터처럼--아니, 감정적으로 무디거나 강인한 것처럼 보였던 걸까.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아기였을 때 나는 어마어마한 목청을 가졌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참다 못한 아빠가 ‘내다 버리라’고 했을 정도로 (이건 내가 즐겨 언급하는 어릴 적의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거기에 좀 더 커서는 성대 결절이 오도록 울어댔었고, 심지어는 성질까지도 사나워서 달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나.

감수성이 풍부한 것 뿐이라고,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거나 책의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보거나, 음악의 가슴 저미는 가사 한 줄, 멜로디 하나에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예민한 감정을 가졌다고. 예술가는 아닐지언정, 예술가의 마음을 가졌다......고 주장할 따름이다.

실제로도 나는 특히 영화와 책을 보며 잘 우는 편이다. 극장에서도, 혼자서 영화를 보다가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면 주먹을 깨물어가며 끅끅 울음을 삼킨다. 최근에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혼자 두 번이나 보았고 두 번 다 똑같은 장면에서 그렇게 울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니까 엉엉 우는 대신 숨을 죽이고 코를 훌쩍거리면서, 손에 쥔 손수건을 괜히 비틀어대면서.

책을 보고 우는 경우는 좀 더 드물지만, 영화와 똑같이 매번 똑같은 챕터, 페이지에서 울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감동을 받아 내가 흘리는 눈물은 정말로 인색하다. 소리 내어 우는 것도, 하다못해 흐느끼는 것도 아니고, 다만 숨이 조금씩 막히면서 눈물만 몇 방울 뚝뚝 떨어지는 것 뿐이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간다. 그런 종류의 울음을 좋아한다. 이따금씩 눈을, 그리고 감정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울음’이라고, 나는 부르고 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눈물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흘리는 눈물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화나게 하거나 실망시켰을 때 가장 먼저 눈물샘이 반응을 보이면, 또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어째서 눈물이 나오는 걸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 아까운 눈물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데, 거기에 감정적으로 투자를 해버려 어쩔 수 없이 울게 되는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는 것만큼 헛된 감정의 낭비도 없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매번 내 마음과 눈물샘은 나를 배신한다. 참으로 가증스럽다.

반면에, 스스로를 위해 우는 것은 아주 후하게 판단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좀 더 울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그러지 않으면 누가 그러겠는가. 타인을 위한 눈물 만큼 고귀한 것은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 아닐까. 스스로의 아픔이나 슬픔을 꾹꾹 억누르는 정서가 장려될 수록, 더더욱.

어렸을 때는 우는 것이 부끄러운 것인 줄로만 알고 억지로 울음을 삼켰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화가 나면 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운다. 사람들 앞에서 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오히려 아주 용기 있기까지 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용기, 나는 그것을 솔직한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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