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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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0 개 4,141 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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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째 누적되어 온 피로와 긴장을 말끔히 털어냈다.

산뜻한 기분으로 식당에 내려가니 식탁에 둘러앉은 우리 단원들이 마치 빨강 꽃송이가 펼쳐진듯 여기 저기서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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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정은 ‘블루마운틴’ 관광하기. 더불어 거리공연도 계획한터라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어제와 달리 버스 안의 분위기는 밝고 활기가 넘쳤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이 이제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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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에 1870년도에 지어졌다는 ‘애버튼 하우스’에서 스테이크 점심을 먹었다. 입구로부터 연보라 빛 탐스런 등꽃 송이 들이 반갑게 눈요기를 시켜주는 예사롭잖은 집. 그 아름다운 정원의 식탁에 둘러앉아 고기를 잘라 포식을 하면서 문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우리 말이 떠 올랐다. 여행중 별미 식사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아닌가. 식사가 끝나자마자 많은 관광객을 그냥 놓칠 수 없기에 거기서부터 첫번째 거리공연을 시작 했다. 처음 해 보는 일엔 망설임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정원에 둘러서서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몸은 비록 고국을 떠나 살지만 ‘한국인’의 얼이 살아있는 우리는 ‘홀로 아리랑’을 열창했다. 의아해하며 우루루 몰려드는 관광객들. 단원들 목에 건 명찰들을 훔쳐보고 곧 열렬히 박수를 쳐주며 환호하고 모두가 놀래며 즐거워 했다. 그들은 제주에서 날아온 관광객들로 ‘호주’에 관광와서 뜻밖에 ‘뉴질랜드’ 할머니들의 노래를 듣는다며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우리의 노래가 ‘제주도’까지 가는구나. 잔잔한 감동이 가슴을 흔들었다.

10여년 전에 가봤던 기억을 되살리며 ‘세 자매봉’을 멀리서 바라보고 ‘블루마운틴’을 다시금 경험했다. 거의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궤도열차 탑승의 스릴을 전과 또 다른 생소함으로 느끼며 아이처럼 흥분해서 즐긴 시간들. 나이를 져버린 순간이다.

“바로 여기다” 두번째 공연의 장소로 선택된 ‘에코 포인트’ 넓은 광장엔 수많은 인파로 법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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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모여드는 사람들. 거의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흥겨워 하는 모습에 우리들 목소리도 따라 커져가고 있었다. 그들의 카메라 속으로 무수히 빨려들어가는 우리들 모델. 신들린듯 ‘영어’로 ‘에델 바이스’를 부를 땐 마치 우리세대의 스타 ‘쥴리 앤드류스’처럼 멋진 폼으로 뛰어나와 춤까지 춰 주는 서양 아줌마도 있어 기쁨을 더해 주었다. 좋아서 박수 쳐주고 함께 공감하면서 몸으로 환호 해 주는 반가운 응답이 거리 공연의 진수임을 알게 되고 따라서 파급효과도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재미있어 시간이 허락된다면 마냥 더 부르고싶다는 행복한 얼굴 얼굴들. 타임머신을 타고 십년은 뒷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루의 일정을 차질없이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발길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들뜬 기분을 그냥 잠자리에 묻기에는 너무 아쉬운 것 같아 윷판을 벌리기로 했다. 화장끼 없는 민 얼굴에 편한 옷차림의 모습들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웃집 마실 온 할머니들이 영낙없다. “개가 나와야 잡지” “걸이 나오면 우리가 이긴다 와아~”.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에겐 막걸리 대신 음료수가 돌려지고 스넥 안주로 심심풀이를 하면서 고국의 정서에 푹 빠져 신명들이 났다. 저런. 혈기가 내일의 활력소로 충전이 되리라.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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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세계적인 명소답게 이방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차를 내렸다. 조가비를 세운듯한 반짝이는 타일지붕의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오페라 하우스’. 그런 명소를 우리나라 S그룹에서 관리한다는 새로운 사실에 어깨가 우쭐 해 지면서‘하버 브릿지’를 배경으로 광장에서 노래를 펼친 우리.   

반짝반짝 눈부신 타일지붕이 마치 조명처럼 비춰주었다. 이젠  주저하는 기색도 사라졌다. 카메라맨들에게 포즈까지 취해주면서 여유있게 목청을 세웠다.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는 우리들의 노래. 아름다운 황혼의 메신져.... 

아직도 내 귀엔 그들의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고 계속 들려오고 있다. 귀찮은 이명(耳鳴)이 박수소리로 바뀌어서 다행스럽다.   

옛날 같으면 뒷방차지나 할 7.80대 노인들이 겁도없이 객기를 부린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의 여세를 몰아 12월에 있을 6회 정기공연도 어김없이 잘 치뤄낼 각오가 되어 있으니 허세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목적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고 하던가. 객기가 아니라 열의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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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화려한 외출을 위하여 노심초사로 이끌어 주신 단장님 그리고 지도 해 주신 지휘, 반주자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여행을 매끄럽게 인도 해 주신 여행사 사장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공연도 당연히 성공해야겠죠. 사랑하는 우리 단원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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