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0 개 2,150 박지원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어처구니없다, 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처구니 없다, 라는 것은 감정의 한 종류니까요. 제가 지금 감정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상태일까요?

나는 말을 멈추고 하얀 색 컵을 둥그런 테이블 위에 잠시 내려놓았다. 하얀 색 컵은 이빨이 하나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는 컵 안에 잘 담기어 있었다. 자신의 윗이빨이 조금 나가도 컵은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사실 전과 다르게 굉장히 피곤했습니다. 자주 코피가 난다거나, 머리가 빠진다거나. 이러다가 죽을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머리가 무겁기도 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병원에 가기로 한 날이 오늘이었습니다. 거리의 아침에는 새가 울고, 전날 내린 비가 마르지 않은 탓에 아스팔트 위는 조금 젖어있었죠. 아무튼 저와는 달리, 풍경은 평범했다는 말입니다. 

저는 망고빛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걷는 사람들과, 앉아 있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은 걷거나 앉아있거나, 뛰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무력해지고 허무해지는 길은, 표면의 단순함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일체의 상상력 따위는 배제한 채, 그저 쳐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잘 정제된 차처럼 여겨집니다. 쌉싸름한 삶의 냄새. 저는 이러한 것을 때때로 즐깁니다. 벤치 위에서, 창가에서, 그리고 아까처럼 택시 안에서.

나는 다시 말을 멈추고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기 위해 탁자 아래에 있던 손을 들었다. 그러다 1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는 사실을 알고 한숨과 함께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병원에 가던 중 저는 철학원을 보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무서우리만치 뻗어있는 고층빌딩 사이에, 다 쓰러져가는 기와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한 쪽 모서리가 뜯겨져 나간, 밤에는 보이지도 않을 옛날식 간판 위에 “철학원” 이라고, 짐짓 점잖은 궁서체로 표기가 되어있었죠. 위태로워 보일 지경의 기왓장들 사이에는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이끼들이 무성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광경이었고, 가뜩이나 무거운 머리 위로 - 더욱 무거워지는 공기가, 그 지점에서 발산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님 죄송합니다. 여기서 세워주세요.

택시 문을 닫고는, 곧장 그 철학원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 철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낡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야했습니다. 마치 온 힘을 다해 가래침을 뱉어도 시원하지 않을 듯한 기가 계단에서 느껴졌습니다. 깨진 시멘트 사이로, 살겠다고, 잡초가 자라나있었고, 마침내 그 철학원을 볼 수 있었습니다. 풀들이 너무도 무성해 숲처럼 울창한 마당이 이 곳이 도시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처마의 끝에는 풍경이 달려있었는데, 추가 떨어졌는지 흔들거리만 할 뿐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언어를 잃은 풍경과, 나무 몇 개를 잃은 툇마루에, 참 뜬금없게도, “OPEN”이라고 파란색 글씨가 적혀진 하얀 아크릴 판이 미닫이 식 문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습니다. 문풍지가 아닌 짙은 색깔의 유리로 문살을 막아놓은 것도 신기했습니다. 

노크를 할까, 하다가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인 한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푸른 계량한복 차림의 노인이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습니다. 얼떨결에 악수를 했습니다. 노인이 펜과 종이를 던져주었고, 사주인가? 싶어서 사주를 적어서 주었습니다. 노인이 혼자 중얼중얼, 하늘을 보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나를 향해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서 사실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초년운이 좋지 않다. 얼굴 상에 역마가 낀 것도 문제이다. 말년운이 아주 좋다. 이제 30살이라고 했지? 이제부터 잘 될 꺼다 등등. 

머리가 더 아파왔습니다. 이상한 기감에 이끌려 왔건만 시간낭비만 한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복채를 준 후 그 방을 나왔습니다. 30살부터 잘 될 거니까 걱정마시고. 노인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뭔가 더 기분이 나빠져,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다시 도시로 돌아온 기분으로, 버스 한 정거장 정도를 걸어 하얀 색 페인트가 가득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4시간 정도만 기다려줄 수 있겠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너는 이제 다 비워진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커피잔에는 옅은 원두의 갈색이 얕게 깔려있었다. 너는 양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하고 정면을 응시했다. 

하얀 병원과, 숲 같던 철학원. 그 사이에 아무 것도 없을 것 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무엇인가 있던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일까요? ..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아무리 찬란하다해도, 배설과 식욕, 수면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진부해지며, 결국은 죽음이라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을. 죽음이라는 것도, 한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누군가가 그 공간을 다시 채워놓을 것이라는 것을. 제 아무리 30부터 잘 될 거라 해도, 의학의 건실함 앞에선 어떤 심리적 위안도 변명에 불과할 수 밖에 없을까요? 이제 30이 되려면 한 달이 남았는데, 그럼 한 달 뒤부터 잘 되는 건가요? 그 때까지 살아있기나 할까요? (헛웃음) 죽음이라는 견실함.. 예상치 못하게 지워질 삶 앞에, 그 기와집처럼 빠져가는 이 머리카락들을 보세요. (남자는 이제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짜듯 뽑아낸다. 이내 수북하게 빠진 힘없이 하늘하늘한 머리카락들이, 테이블 위에 스러진다) 

클림트의 <프리즈 베토벤> 모사화가 걸려있는 카페. 천장의 전구가 시계추처럼 좌우이동한다. 노란 조명이, 남자의 그림자를 이 편에서 저 편으로, 저 편에서 이 편으로 다시 이동시킨다. 클림트의 그림 위에 검고 또렷하게, 때로는 자욱하게 흔들거리는 남자.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740 | 8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47 | 8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261 | 8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26 | 8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34 | 8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66 | 8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69 | 8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57 | 9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9 | 9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2 | 9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12 | 9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1 | 9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7 | 9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1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0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61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0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05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78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1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21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1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8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5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