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이야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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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야기 1편

0 개 1,731 송영림
바보의 의미 

‘바보’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는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또는 ‘어리석고 못나게 구는 사람을 얕잡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바보’하면 어리석음, 고지식함, 순수함, 지능이나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 등의 말을 떠올릴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바보’의 의미를 더 깊이 들어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때로 우리는 ‘바보’를 상대에 대한 애정이나 연민 어린 애칭으로 부를 때도 있고, 바보인 줄 알았던 사람으로부터 깨달음을 얻거나 오히려 똑똑한 사람이 바보로부터 골탕을 먹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또 ‘바보’는 큰 웃음을 통해 아픈 데를 속 시원히 긁어주거나 쿡쿡 찔러 겉은 웃게 하고 속은 울게 만드는 복합적인 인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바보 이야기 1 - 바보 신랑의 실수(한국)

옛날에 한 부모가 장가를 가는 아들이 걱정되어 처갓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부모는 첫날밤이 되면 신방을 엿보기 위해 사람들이 문창호지에 침을 발라 뚫고 난리가 날 것인데, 그러할 때 점잖은 신랑 노릇을 하려면 아랫목에 가만히 앉아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다가 잘 시간이 되거든 ‘그 문을 보니 백공천창(百孔穿窓)이로고’라고 한 마디만 하라고 하였다. 그러면 유식해 보여서 처가에서는 사위를 잘 봤다 여길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첫날밤을 잘 치르고 나면 아침에 사위를 봤다고 아침상을 떡 벌어지게 차려줄 것인데, 그때 점잖게 밥상을 받은 후 ‘만반진수(滿盤珍羞)로군’ 하고 말하면 더욱 유식하다고 생각할 거라 말했다. 

아들은 이렇게 단단히 교육을 받고 머릿속에 잘 외운 후 처갓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도랑을 건너다 그만 깜박 잊어버리고 말았다.

첫날밤이 되어 신방에 들어가자 역시 부모가 알려준 대로 사람들이 문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며 킥킥거리고 야단이 났다. 그래서 아들은 부모가 알려준 말을 생각해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삼경이 되어 간신히 말을 떠올리고 ‘만반진수로군’ 하자 밖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마구 웃어댔고, 아들은 유식한 사람을 만나 좋아서 웃는다고 여겼다. 자고 일어나 아침이 되어 나가니 굉장히 상을 잘 차린 것이 보였다. 장모가 와서 많이 먹으라고 하자 아들은 점잔을 빼고 상을 내려다보며 앉았다. 그리고는 ‘백공천창이로고’ 하였다. 밖에서 킥킥대며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장모는 차마 웃을 수가 없어 어서 밥이나 먹으라고 말했다. 

이틀째 되는 날 신랑은 자다 말고 일어나 밥상에 김치 대신 놓여 있던, 무쪽이 동동 뜨고 시원한 그것이 무슨 음식이냐고 물었다. 신부가 나박김치라고 알려주자 그걸 어디에 담가두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부뚜막에 있다고 알려주니, 이번에는 주안상에 내놓았던 동글동글하고 볼고스름하니 누르면 툭하고 터질 것 같이 야들야들하고 달고 좋은 그 과일이 뭐냐고 물었다. 신부가 어떻게 홍시도 모르냐며 알려주자 홍시가 어디에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저 앞 감나무에 천지로 매달렸다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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