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비애도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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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중년의 비애도 축복이다

0 개 2,171 김지향
7년 전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동생이 한국으로 가서 산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아들도 볼 겸, 여권 발급도 필요해서 뉴질랜드 방문을 했는데, 지난 주 일주일 간 우리 집에 와서 지냈습니다. 

일 년 동안 보지 못했지만, 카톡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늘 가까이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지냈는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시어머니의 별세와 그림 개인전에 동생과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마음만은 늘 동생과 함께 있었습니다.

긴 여행 동안 한국에서 혼자 지낼 남편을 생각하여 집안 정리와 먹을거리를 준비하다가 허리가 삐끗했다고 했는데, 병원에서 디스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할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지만 여행하기엔 무리가 좀 있을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추진을 했고, 파미까지 와서 산책도 함께 즐겼고 그리웠던 사람들도 만나고 갔습니다.

조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기에 우리 아이들은 이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살았습니다. 오랜 객지 생활 중에 아이들이 덜 외롭게 자란 것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모네 가족이 옆에서 든든하게 함께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와의 대화보다는 이모와의 대화를 더 즐겼던 우리 딸들이라서 지난 일주일 동안 그들은 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신이 나서 깔깔거리면서 재잘거렸습니다. 병원 신세를 진 이후로 초저녁잠을 이기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내가 오히려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던 거 같아서 다행으로 여깁니다.

동생네 가족이 파미에 살았었던 8년이란 세월 동안, 늘 바빠서 밖으로만 돌았었던 내 대신 동생이 아이들의 카운슬러 역할을 해왔었는데, 이번 역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늦은 밤까지 대화를 나누더군요. 꿈결 속에서도 그들의 웃음소리에 간간히 깨곤 했었습니다.

동생이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의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었고, 산책로의 나무들과 꽃들마저도 우리들의 시간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나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이제부터 시작인 새로운 길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다가오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동생의 당당한 모습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자신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감이 늘어난 그녀를 보면서 세상은 모든 것을 동원해서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을 가지면서 손을 놓았었던 그림을 중년이 되어 다시 그리기 시작한 동생입니다. 한국에 돌아간 이후로 그림에 푹 빠져 몸을 혹사하면서 지내다가 이번 뉴질랜드 여행을 앞두고 일이 터져버리고 만 것이지요. 그동안 몇 번의 아픈 징후가 보여서, 그럴 때마다 남편이 병원에 가보라고 하였건만....... 

아내가 꼼짝 못하고 누워 있으니 회사 일로 바쁜 남편이 밥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해야 했고, 한의원에 데리고 다니다가, 정형외과에 가서 MRI 촬영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주사와 약의 힘으로 여행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처방을 하긴 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할 것 같습니다.

동생이 중년이 되면서 마음을 많이 비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자신 안에 욕심이 많다는 걸 알았답니다. 욕심이 모든 화의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마음을 더 비워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습니다.

그 언젠가부터 밖에서 찾던 것을 자신 안에서 찾아가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로부터 지혜를 얻으면서 살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 역시 자신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었다고 하더군요. 사람의 몸이 늙어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면서, 매 순간의 깨달음에 감사해 하는데, 내가 나에게 말한다는 착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적당한 운동과 휴식이 하루 속에서도 평생 속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두 사람은 각자의 체험을 통하여 각인하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운동과 휴식이야말로 매 순간의 활력소이며 창조의 원천이라는 것을 중년이 되어서야 깨닫다니 참 늦게 트인 우리 자매입니다.

의욕만큼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중년의 비애마저도 축복으로 여겨지는군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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