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밤길은 지금도 무섭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혼자 걷는 밤길은 지금도 무섭다

0 개 2,161 오소영
아홉 살 어린 나이 때, 아버지께서 퇴근 해 집에 오시자마자 부르는 이름. 

“영아~ 저 아래 내려가서 남가네 막걸리 좀 받아오렴”

아버지는 저녁 반주를 늘 남가네 시원한 막걸리로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냉장고도 없던 시절. 하루종일 사업에 시달린 스트레스를 어둑한 큰 독에 서늘하게 보관된 시원한 막걸리로 풀으셨던 것 같다.

해넘이 초겨울 저녁, 겁많은 어린 아이는 골목을 갓 덮은 어둠이 무서워서 주춤거렸지만 꼼짝없이 엄마가 부엌에서 건네주는 작은 주전자를 받아들고 집을 나선다.

이 때부터 가슴이 오그라드는 겁보 어린 딸의 마음을 아버지는 모르셨을까?

키다리 전봇대에서 내리비치는 희미한 백열등 불빛에 따라 오는 그림자도 무서웠다. 교교한 골목. 잔뜩 겁에질려 웅크리고 가는 아이의 치마자락을 흔드는 짓궂은 바람에도 흠칫 흠칫 놀래고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도 소름이 돋았다.

가계들이 있는 ‘큰  우물거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웅크렸던 가슴이 조금 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대중 목욕탕처럼 커다랗게 네모진 우물벽이 마치 괴물같다. 놀이터처럼 넓은 대동 우물 주변에 김칫거리도 씻고 빨래도 하느라 늘상 시끌법석이던 낮과는 달리 적막속에 잠긴 그 우물 곁. 남가네 막걸리집 기둥에 희미하게 남포불이 흔들린다. 반가워서 한걸음에 뛰어든다. 다시는 안 나올 것처럼... 

침침한 안에서 나온 누군가에게 주전자를 맡기면 큰 독에 걸쳐진 손잡이가 긴 바가지로 휘휘 저어 찔끔 떠 담아 건네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뒤돌아보니 더 짙게 어두워진 거리. 저 곳을 어찌 또 지나가나? 작은 가슴이 쪼그라들기 시작하지만 자박자박 다시 걸음을 옮겨야 했다.

해 짧은 겨울. 이렇게 무서움을 타는 아이라는걸 알면 아마 오빠나 언니를 시킬 것 같은데도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느끼는 아이는 마다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새들이 둥지를 찾아드는 소릴까? 바람도 잔잔한데 갑자기 나뭇잎이 흔들린다. 이렇게 무서울 땐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귀신 이야기가 꼭 떠 오른다. 어디선가 시커먼 손이 나와 덥석 끌어 갈 것만 같은 생각에 빠른 걸음도 더디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누가 뒤따라 오는 걸까! 걷는 발걸음을 똑 같이 따른다. 빠르면 그도 빠르게 천천히 걸어보면 천천히... 누군가가 놀리나싶어 돌아보고 싶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 바짝 긴장해서 빠른 걸음을 옮기는데 어쩌면 그리도 발걸음이 똑 같은지.... (어떡해 ...어떡해...) 까무라칠듯 혼미해져 오는 정신으로 엉겁결에 “걸음아 날 살려라” 냅다 뛰기 시작했다.   

“엄마아~~” 대문을 박차고 대청마루까지 한 걸음에 뛰어 올라 그냥 동그라졌다.

“얘가 왜 이래?” 놀래서 뛰어나온 식구들 “응? 근데 이게 뭐냐?”  

엄마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으셨다. 한바탕 집안에 웃음보가 터졌다.

가슴이 짓눌려 금방 죽을 것만 같은데 웃는 식구들이 미웠다.

“연 줄이 애 발에 얽혔네”

전깃줄에 걸렸던 연(鳶)이 바람에 떨어져 딩굴다가 하필이면 겁쟁이 아이의 발에 감기다니...

그 날 이후. 이젠 그만 두라고 하시길 바랬는데 그 다음부터는 오빠와 동행을 시킨 아버지. 

세살 위인 오빠에게 쥐어박히기도 하고 싸움도 곧잘 했는데 밤 심부름엔 손을 꼬옥 잡고 그리 믿어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짖꿎어 밉던 오빠가 너무나 정겹고 따뜻해 졌다.

그 시절 우리 아버지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방법으로 자녀들을 훈육하셨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마 그 때부터 였을거다. 오빠를 믿고 따르면서 결혼 할 때까지 연인처럼 붙어다녔던 남다른 특별한 남매가 되었던 것이... 

너무도 여리고 겁보인 어린 딸에게 험한 세상 잘 살아가도록 담력도 키워 주셨고 남매간의 우애로 가족간의 확실한 개념을 일깨워주신 아버지. 그 때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철이 들고서야 알게되었다.

이제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온. 여정을 돌아보는 싯점에 서 있다.   

어려운 일, 두려운 일, 참 많이도 경험하며 살아온 긴 인생길. 절망의 늪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버텨온 것도 어렸을 적 아버지의 조용한 훈육의 힘이었을 것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던가.

하지만 어둔 밤길만은 지금도 두렵다. 이제 옆에 동행 해 줄 오빠는 물론. 한때 지킴이가 돼주던 남편. 그 다음 자식들. 모두가 떠나고 없다. 겁도없이 너무 먼 길을 와 버렸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일까? 늙으면 애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가보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9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3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4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3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