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처음 산 내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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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처음 산 내 우산

0 개 3,076 김지향
뉴질랜드에 와서 살면서 이제껏 우산 없이 살았습니다.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워낙 비바람이 세찬 이곳에서 우산을 쓰는 것보다는 우비를 입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라는 생각에 우비를 선호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5년 전 한국에서 이곳에 왔을 때, 한국에서 사 온 우산은 이곳 실정에 맞지 않아서 얼마 안 가 우산대가 망가져서 버리게 되었고, 거리에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빗속에 우비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으며, 비를 맞아야 키가 쑥쑥 큰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절대로 학교에 우산을 들고 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면 오히려 더 어색하고 창피하다고 하니, 억지로 우산을 손에 들려 줄 수도 없었습니다. 

뉴질랜드에 와서 제일 처음으로 받은 신선한 충격이 바로 우산 없이 사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이었는데, 요즘에는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네요. 그래도 아직 그냥 비를 맞으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긴 합니다. 

요즘 버스를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차가운 겨울비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걸을 만큼 건강에 자신이 없기도 했었거니와 큰 우산을 쓰고 걷고 싶은 로망도 있었습니다. 마침 옷감을 사러 나간 날에 비가 세차게 오기에 평소 쓰고 싶었었던 커다란 우산을 사게 되었습니다. 가볍고 튼튼하고 가격 또한 괜찮아서 크게 만족하면서 샀습니다.

그동안 내 전용 승용차가 있어서 우산이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모자를 즐겨 쓰는 편이라서 웬만한 비는 그냥 맞으면서 다녔었는데, 내 전용 우산을 샀으니 앞으로는 우산의 분위기를 한껏 즐기면서 지낼 것입니다. 

비 오는 날 에스페레네드 공원의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며, 산책길의 물 머금은 초록들과 대화를 나눌 것이며, 집 앞 실버타운에 있는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창 너머 보이는 비를 감상할 것입니다. 내 우산을 쓰고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서 살면서 행복의 조건이 무척 소박하고 단순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따스한 햇볕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되지만, 빗방울 하나까지도 내게 행복을 주기엔 부족함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15년 만에 산 우산 역시 나에게 있어 행복을 전해주는 도구일 수밖에요.

8년 전에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세상이 달라져 보여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그때의 감동이 물밀 듯이 밀려옵니다. 가슴 벅찰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에 숨 쉬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해마다 봄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봄이 영원히 내 안에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늘 변하고 있는 물질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영원이란 말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존재가 물질만이 아닌 영혼의 존재라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변화의 시대인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면서도 영원하기를 갈망하면서 살 것으로 여겨집니다. 

나는 영원히 봄날을 즐기면서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은 봄날의 행복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딱 한 가지 방법으로 영원히 봄날처럼 행복하기는 힘들어도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다가오는 아주 작은 것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게 된다면 그 작은 행복이 연결이 되어 영원한 행복을 이루게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지금 나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내 우산을 갖게 되고 나서 무척 커다란 즐거움에 빠져 있습니다. 15년 전 내 전용 승용차를 샀었을 때보다 더 커다란 행복에 빠져 있습니다. 이 행복은 내가 일부러 만든 행복도 아니고 그저 내 안에서 스스로 일어난 행복입니다. 

이 마음 상태가 어떤 경로로 일어나게 되었는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그냥 지금 이 순간 이렇듯 작은 행복이 자꾸자꾸 일어나기에 감사하고 기쁘고 즐겁기만 합니다. 신의 축복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일지요?

많은 사람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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