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번의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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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번의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

0 개 2,050 김지향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절은 심신양면으로 건강하게 해주는 좋은 습관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108번뇌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인간으로서 태어나 번뇌 없이 살 수는 없는데다 그 번뇌가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도구라고 생각하기에, 각각의 번뇌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전신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지요.

한 번 절을 할 때마다 숫자를 세다가 요즘에는 아예 108개의 구슬이 꿰어 있는 염주 알을 돌리면서, 한 번 구슬을 손가락으로 밀어 돌릴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립니다. 양손을 머리 위로 추켜세우면서도, 그 손을 모아 고개를 숙여 무릎을 꿇을 때도,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댈 때도, 고개를 들어 무릎을 꿇은 상태로 다시 손을 모을 때도, 두 손을 모아 일어서서 합장의 자세를 하고 있을 때도 ‘감사합니다.’란 말이 수도 없이 나오게 되긴 합니다.

오늘은 음악을 틀어 놓은 채로 절을 했는데, 조용한 곳에서 숙연하게 하는 것보다 더 짙은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심신의 건강을 위한 의무감으로부터 벗어나 108번 감사하는 행복을 즐기게 되더군요. 이런 새로운 방법으로 감사의 기쁨이 배로 늘어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귀찮을 때마다 108배를 하지 않고 넘기곤 했었는데, 앞으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08배를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릴 것 같습니다.

격렬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요가도 힘들어하는 나에게 딱 맞는 운동으로 여겨집니다. 산책은 즐기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매우 춥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산책도 꺼려지게 되어 그 역시 매일 하는 운동으로서는 부적당했는데,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운동 방법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 확인과 더불어 음악을 틀어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번개가 스쳐지나가듯 음악을 틀어 놓은 채로 절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렇게 음악의 힘을 빌려서라도 절하는 습관을 완전히 몸에 배게 한다면 음악 없는 고요한 상태에서 보다 깊은 사색을 하면서 절을 할 날도 오게 될 수 있을 것이니까요.

생각이 났을 때 곧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곧바로 방석을 바닥에 펼쳐 놓고 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절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몸이 촉촉하게 젖는 동안 감사하는 마음도 모자라 환희의 느낌마저 올라오더군요.

그나저나 하루 첫 시작을 108번 이상의 감사로 시작하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일주일에 이틀 동안 렌즈를 끼지 못하여 뿌연 상태로 지내면서도 식구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하여 모두를 즐겁게 해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나머지 5일 동안 선명한 눈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하고, 세상에 감사하지 않을 일이 하나도 없더군요.

108배를 하고 나서 말끔히 씻고 렌즈를 끼고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8년 전에 읽은 ‘작은 영혼과 해’란 우화집이 생각이 나더군요. “언제나 기억하거라. 나는 너에게 천사 말고는 아무도 보내지 않는다.”란 하느님의 말씀으로 끝을 맺는데, 그 말씀이 전하는 진리와 108번뇌와의 관계에 대한 깨우침이 일어나더군요.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일들로 일어나는 번뇌는 한도 끝도 없겠습니다만, 그 번뇌는 단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일 뿐. 그 어떤 아픔과 시련일지라도 신이 주는 선물로 여기게 된다면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혹여 번뇌의 감옥에 갇혔을지라도 그 순간 그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고 봅니다.

108번의 감사로 가슴이 뛰는 나에게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내가 가보지 못했었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사겠다는 러브콜이었던 것입니다. 예쁘게 하고 나오라고 하여 한껏 멋 부리고 나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녀 덕분에 비에 젖은 초록과 더불어 가슴 시원하고도 아기자기한 풍광을 마음껏 즐기면서 점심을 먹었네요. 

아직도 그곳에서의 감동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햇볕이 구름을 뚫고 창가로 내려앉네요. 은은한 햇볕이 나를 포근하게 안아줍니다. 참으로 감사한 하루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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