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0 개 2,215 오소영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장’에서 따끈한 물로 샤워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올 때는 종일의 피로가 싹 가셔버려 몸이 더욱 가볍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석양에 빗긴 노을빛이 아름답다. 목에 감기는 엷은 햇살이 상큼한 어깨에 아이의 손길처럼 부드럽다. 뱃속도 가벼워져 얼른 집에 가서 맛있게 저녁만 먹으면 오늘 일과는 끄읕...

날아가는 기분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 일?... 내 파킹 자리에 다른 차가 서 있는게 아닌가. 가끔씩 방문객들의 차가 비어있는 자리에 대어 있다가 가곤 하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임시로 아무데나 세워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웬지 느낌이 이상했다. 아주 낯설지 않은 차 같아서다. 다시 나가서 확인을 해 보니 그 차는 며칠 전부터 우리 단지안에 머물러 있었던 ‘밴’으로 차 안에는 아직도 정리안된 이삿짐이 그득했다.  

누군가가 새로 이사를 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냥 묵과할 수 없는일. 마음이 다급 해 졌다. 옆 집으로 달려가 ‘캔’에게 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내 뒤를 가리켰다. 바로 얼마 전에 이사왔다고 어제 아침 집 앞에서 만나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오던 그 60대쯤. 남자의 집이었다. 내 정당함을 주장하려는데 망서릴 필요가 없질 않은가, 한달음에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고 그 남자를 불러냈다.  

“당신 차를 빼 줘야겠다”라고 얼버무려 의사전달을 분명히 했다. 당연히 그런다라고 ‘키’ 들고 나설줄 알았는데 이건 또 무슨 괴변이신가. 한마디로 그냥 ‘no’란다. 어제 보았던 그 상냥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반쯤 벗겨진 대머리에 안경 속에서 마땅찮아하는 표정이 영 눈에 거슬렸다. 문득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속의 못된 ‘스쿠리지’ 영감이 떠올랐다.

내가 10년 넘어를 한결같이 쓰던 자리라고 조금 높은 소리로 항변을 했지만 그는 듣는둥 마는둥 강력히 ‘no no’만 외쳐대며 밀어내듯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 가 버린다.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견딜 수 없는 낭패감에 분통이 터졌다. 여자 혼자. 물론 영어도 잘 안되는 동양 여인이라는걸 알았으니 슬쩍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을 그 사람이 너무나 괘씸했다. 이럴 때. 아무도 대변 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외롭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캔’이 도와줄 줄 알았는데 모른척 하는 것도 야속해서 이제 여기를 떠날 때가 되었나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냥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뒷 모습을 누구에게 들킬까봐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방금 얼굴을 내민 달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가뜩이나 볼륨없는 내 모습이 그렇게나 가늘게 보이는지 초라하고 처연 해 보였다.   

내가 말할 자격도 없는 것이었을까? 단지 안에 공용으로 되어있으니 먼저 대는 사람이 임자? 하지만 공동생활에 규칙도 있고 질서도 있는법. 지금까진 별 문제없이 잘 지내왔지 않은가. 맨 처음 ‘캔’이 자기 자리를 양보해서 편하게 쓰라고 내 준 거였는데... (차만 빼봐라 내가 당장 갖다 댈테니까) 하지만 차는 내가 더 자주 쓰는 편이니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한번도 있어본 적 없는 일로 고민을 할 줄이야...

어디서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구 해. 혼자 씨근덕거리다가 문득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도 나보고 그런 생각을 했겠지.(너는 먼 나라 동양에서 왔지. 네가 굴러들어 온 돌이잖아)라고.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질서같은 것 무시한다면 나도 해 보자. 나는 달려나가 남의 빈 자리를 찾아 얼른 차를 대놓고 들어왔다. 내 본의가 아니기에 부담 느낄 필요도 없는 것. (이 에는 이. 눈 에는 눈.)이라고 하던가. 게운친 않았지만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아침 일찍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아니나 다를까 내 차를 빼달란다. 아랍계의 젊은 부부의 파킹 자리인걸 모를리 없었다. 긴 말이 왜 필요한가. 당당하게 앞 집을 가리켰다. 현장을 보고 다 알면서 확인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는 알았다면서 그 집으로 향했다.  

내 가슴이 왜 이리 후련할까? 내가 못했던 말을 그 젊은이가 시원하게 대신 해 줄 생각을 하니 얼마나 통쾌한지....(어디 잘들 싸워봐라...) 한참 지나서 젊은이가 돌아왔다. 양쪽 엄지 손가락을 추켜들며 활짝 웃어주었다.  

그 뒤로 당차게 ‘no’를 외치던 남자가 많이 겸언쩍은 표정으로 이번에는 ‘sorry’로 머리를 주억거리며 따라 나왔다.  

내 판단이 그릇되지 않았음이 우선 반가웠다. (그러면 그렇지.) 이럴때 우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쓴다.

잠시 흐트러졌던 무질서가 바로 잡히고 모두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니 다시 편안 해 졌다. 하마터면 영원히 내 자리를 잃을뻔 했다. 그건 곧 내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다행스럽다.     

하루저녁 거친 바람이 물러가니 다시 잔잔한 이웃과 이웃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평화스럽게 살아간다. 치사하지만 부당함을 저질러서라도 정당함을 인정 받았으니 이젠 아무도 나를 함부로 보지 못 할 것이다. 남의 땅에 뿌리 박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다시한번 실감했다. 고약스럽게 ‘스쿠리지’ 같던 남자가 이젠 과한 친절 서비스로 볼 적마다 환하게 웃어준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는법. 앙징한 키에 웃을 때 보이는 하얀 치아가 유난히 눈에 띠는. 소년같이 귀여운 아저씨가 아닌가.

빨간 송편

댓글 0 | 조회 2,281 | 2013.10.23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아직도 나는 겨울을 살고있는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커멓게 검던 묵은 나무가지에 분홍 벗꽃이 화사하다. 끊임없이 질척거리던 날씨. … 더보기

버스타고 ‘하버브릿지’를 건너고 싶다

댓글 0 | 조회 2,265 | 2020.05.26
거기에 가면 한주일을 한달처럼 길게 느끼며 날 을 꼽아온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이다. 악수도 하고 찐하게 …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2,255 | 2014.07.22
‘오늘’이란 날은 당일을 말 함이지만 삶의 여생(餘生)중에 가장 젊은 날 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일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발점으로 첫 걸음을 하는 날이기에 어제… 더보기

마지막 건배

댓글 0 | 조회 2,242 | 2012.06.27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하루 600만명이 맥주, 소주 1800만병을 마신다는 한국의 요즘. 삶이 고달퍼 마시고 취해서 잊… 더보기

현재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댓글 0 | 조회 2,216 | 2015.08.27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 더보기

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댓글 0 | 조회 2,201 | 2016.12.21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 더보기

가슴 시린 사람들

댓글 0 | 조회 2,199 | 2013.08.28
남섬의 폭설 소식과 함께 사나운 비바람 앞세워 겨울이 깊어만간다. 까짓 추위쯤 아랑곳않듯 맨살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자랑이라도 하는양 나다니는 꽃띠 아가씨들에겐 … 더보기

‘오클랜드’ 구정 명절이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138 | 2015.02.25
고국에선 설 명절 연휴에 무려 78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가 차례보다는 해외여행이 우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인파로 ‘인천공항’이 귀성길 못잖… 더보기

그녀의 자존심을 농락한 빨간 게

댓글 0 | 조회 2,111 | 2020.03.24
입이 쓰다. 음식을 먹으려니 온통 쓴 맛뿐. 본래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안타깝다.옛날 며느리들이 노부모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그… 더보기

(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댓글 0 | 조회 2,092 | 2014.11.25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 더보기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Ⅰ)

댓글 0 | 조회 2,086 | 2015.10.29
대체로 좋은 꿈은 빨리 깨어나서 아쉽다. 그리도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시드니’ 일정이 어느새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지나가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 더보기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댓글 0 | 조회 2,078 | 2014.10.30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 더보기

기쁜 우리 날 ‘경로잔치’

댓글 0 | 조회 2,058 | 2014.02.25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은 마냥 조용하기만 한데 혼자서만 들떠서 설레는 자신이 철부지 아이같아 웃습다. 오늘은 우리 세속 명절. ‘설날 경로 잔치’가 있는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상트 페테르 부르크)편

댓글 0 | 조회 2,039 | 2012.11.27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한 시간 반쯤.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다. 1703년 ‘표트르’ 대제에 의해 지어진 이… 더보기

감동의 메아리

댓글 0 | 조회 2,030 | 2015.03.25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2편

댓글 1 | 조회 2,022 | 2013.04.24
그동안 가방 차지만 하던 두툼한 파카가 드디어 빛을 보는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빙원의 한 자락에 섰을 때. 그 하염없이 펼쳐진 옥색의 빙하를 … 더보기

왜 그리 창피할까요?

댓글 0 | 조회 2,002 | 2019.12.23
“이제 그만 하시죠”들고 간 서류를 내밀었더니 불쑥 한마디 하시는 가정의 선생님.나이 많다고 이젠 자동차 운전면허증 유효기간도 짧다. 2년밖에 안 준다. 자주 바… 더보기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댓글 0 | 조회 1,998 | 2013.11.26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 더보기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댓글 0 | 조회 1,952 | 2015.07.28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노르웨이) 1편

댓글 0 | 조회 1,936 | 2013.03.27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밤새 북쪽으로 올라 간 페리(D. F. D. S WAYS)에서 아침을 먹고 … 더보기

첩(妾)바람 초대

댓글 0 | 조회 1,935 | 2019.10.22
주말아침 늘어지게 게으름을 떨어도 되는 날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특별한 볼 일이 있다.6시 기상. 외출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직접 볼 일과는 무관했지만 물을 끓여… 더보기

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댓글 0 | 조회 1,914 | 2016.01.28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더보기

한복 외교 2013년 7월 13일

댓글 0 | 조회 1,910 | 2013.07.24
잔치 전날과 소풍가는 전날엔 으례 설렘이 따른다. 우리에겐 공연 있는 전 날이 잔칫날을 앞둔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러시아(모스크바) 편

댓글 0 | 조회 1,892 | 2012.10.25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감은 없어지고 의욕이 있어도 매사에 겁부터 앞서는걸 깨닫는다. 여행계획을 세운지 삼년만의 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핀란드)편

댓글 0 | 조회 1,889 | 2012.12.21
‘러시아’를 떠난 고속철이 질펀히 깔린 밀밭 사이를 힘차게 달린다. 어디쯤 국경이 있었을텐데 친구와 밀린 수다 좀 떨다보니 벌써 &lsqu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