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4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귀신이야기 4편

0 개 2,375 송영림
이항복은 학문과 재주, 덕행과 범절을 모두 갖춘 이였다. 소년 시절부터 그는 이웃집 재상의 아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재상의 아들이 여러 해 동안 병을 앓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렀다. 아들의 병 때문에 근심하던 재상은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잘 알아맞힌다는 점쟁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 점쟁이를 불러와 점을 치게 하였다.

점쟁이는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재상의 아들이 모월 모일 모시에 세상을 뜨겠다고 하였다. 재상이 눈물을 흘리며 살릴 방법을 묻자 그는 자신이 죽게 되므로 차마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재상이 간절히 물어도 말을 하지 않자 재상의 며느리가 칼을 들고 뛰쳐나와서는 점쟁이의 목을 조르며 자신은 병자의 안사람인데 낭군이 죽으면 자기도 죽을 것이며 점괘를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기는 매 한가지일 것이니 말하라고 소리쳤다. 점쟁이는 한참 동안 묵묵히 있더니 한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도 붙잡을 수 없다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며 말할 테니 목을 놓아 달라 하였다. 그리고는 이항복이란 도령을 모셔와 병자와 함께 있게 하되 잠시도 떨어져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부디 자신의 처와 자식들을 잘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항복은 그날 바로 재상의 집에 초대되어 재상의 아들 곁에 꼭 붙어 있게 되었다. 어느 날 밤 삼경이 되자 서늘한 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오더니 촛불이 깜박거렸다. 재상의 아들은 정신을 잃었고 촛불에 귀신의 모습이 드러났다. 칼을 짚고 선 귀신은 이항복에게 병자를 내놓으라고 외쳤다. 귀신은 병자와 전생의 원한이 있어 원수를 갚아야 하고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이항복이 자기가 살아 있는 한 친구를 넘겨줄 수 없다고 하자 귀신은 크게 성을 내며 칼을 겨누고서 그에게 달려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물러났다. 달려들었다가 물러나기를 여러 번 반복하던 귀신은 마침내 칼을 던지고 엎드렸다. 귀신은 이항복에게 도련님은 이 나라의 기둥으로 명성이 역사에 길이 남을 분이라 감히 해칠 수 없으니 자신을 가엾이 여겨 병자를 넘겨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이항복은 자신을 죽이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다시 병자를 안고 누웠다. 

시간이 흘러 먼 데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귀신은 원통해 하며 울었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분명 그 점쟁이 놈이 일러 준 것일 터이니 그놈에게 분풀이를 해야겠다며 사라졌다. 귀신이 사라진 후 재상의 아들은 입에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어 주니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다음날 점쟁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재상은 점쟁이의 집에 장례비용을 넉넉하게 보내고 이후 그 처와 자식들도 잘 돌보아 주었다.         - 계서야담(溪西野談)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브레멘의 음악대 8편

댓글 0 | 조회 1,146 | 2016.12.06
■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구십 세이신 할머니가 사고를 쳐서 미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 연세에도 집안일을 도맡아 하시고…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7편

댓글 0 | 조회 1,158 | 2016.11.23
■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어느 날 뉴질랜드에 오래 산 친구로부터 왜 그렇게 스스로 나이가 많다는 말을 하느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 말에 대해 그…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6편

댓글 0 | 조회 1,133 | 2016.11.09
■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인간은 누구나 노년을 맞이한다. 노년기는 신체, 정신, 사회, 경제의 모든 부분에서 능력이 쇠퇴하고 사회나 주변에 대한 부적응과 역할상실…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5편

댓글 0 | 조회 1,248 | 2016.10.26
■ 황혼의 노래네 동물은 이렇게 노인들의 여러 가지 성향들을 대표하고 있기도 하지만, 예술적인 부분에서도 서로 상통하는 데가 있다. 당나귀와 사냥개가 류트와 드럼…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4편

댓글 0 | 조회 1,293 | 2016.10.12
■ 황혼의 노래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자비, 수확, 사랑, 치유를 상징하는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마녀를 감시하는 작은 악마, 특히 검은 …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3편

댓글 0 | 조회 1,207 | 2016.09.28
■ 황혼의 노래<브레멘의 음악대>에 등장하는 네 주인공들은 우리 인간과 몹시 가깝게 지내는 동물들이다. 어쩌면 동물로 보이는 이 주인공들을 곧 우리 자…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2편

댓글 0 | 조회 1,347 | 2016.09.15
■ 브레멘의 음악대오랜 세월 동안 곡식 자루를 방앗간으로 나르던 당나귀는 이제 세월이 흘러 힘이 달리게 되자 곡식을 나르면서 허덕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당나…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1편

댓글 0 | 조회 1,751 | 2016.08.24
■ 백 세 시대 백 세 시대라고 한다. UN이 지정한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정의는 총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되는 사회를… 더보기

반쪽이 7편

댓글 0 | 조회 1,386 | 2016.08.10
■ 공존다리가 장애인 지인이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공부를 열심히 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 더보기

반쪽이 6편

댓글 0 | 조회 1,354 | 2016.07.28
■ 공존문득 35년 지기 나의 친구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늘 1등을 달렸고 항상 반장을 도맡아 하던 친구. 좋은 대학, 좋은 직업, 좋은 남… 더보기

반쪽이 5편

댓글 0 | 조회 1,506 | 2016.07.14
■ 불완전한 완전함반쪽이가 호랑이를 물리치는 장면은 반쪽이의 내면적 성숙이 한걸음 더 나아감을 보여주는데 호랑이가 상징하는 것이 반쪽이 내면의 짐승스러움[獸]을 … 더보기

반쪽이 4편

댓글 0 | 조회 1,538 | 2016.06.23
■ 불완전한 완전함반쪽이와 형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부분도 매우 의미 있는 대목이다. 그 부분에서 역시 라푼첼의 청소년 시기와 맞물려 상통하는 부분인데 과거시… 더보기

반쪽이 3편

댓글 0 | 조회 1,459 | 2016.06.09
■ 불완전한 완전함반쪽이는 민담 속 인물이지만 신화의 영웅형 주인공들과 닮아 있다. 그의 출생 이전의 난관에 있어서도 부모의 오랜 불임이나 아버지의 그릇된 식욕이… 더보기

반쪽이 2편

댓글 0 | 조회 1,114 | 2016.05.26
반쪽이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들의 뒤를 다시 쫓아오자 형들은 약이 바싹 올라 이번에는 그를 밧줄로 꽁꽁 묶어 호랑이들이 있는 깊은 산속에 던져 놓았다. 그런데… 더보기

반쪽이 1편

댓글 0 | 조회 1,110 | 2016.05.11
반쪽이와 온쪽이지난 세월, 아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의 많은 곳에서 수없이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크게는 국가 간의 갈등, 종교 간의 갈등, 정치적인 갈등 … 더보기

라푼첼 5편

댓글 0 | 조회 1,565 | 2016.04.28
■ 영원한 이율배반(二律背反)사랑은 정말이지 역설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구속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이기적이다. 특히 그 사랑의 대상이 자… 더보기

라푼첼 4편

댓글 0 | 조회 1,175 | 2016.04.14
■ 부모의 양가성사실 부모가 자식을 품 안에 품거나 내보내는 것은 양면적인 본성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식이 빨리 성장해서 자기 살 길을 스스로 찾기를 바라는 동시… 더보기

라푼첼 3편

댓글 0 | 조회 1,488 | 2016.03.23
■ 부모의 양가성라푼첼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부모와 마법사가 모두 부모의 두 가지 측면이며 내면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사랑… 더보기

라푼첼 2편

댓글 0 | 조회 1,474 | 2016.03.09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한 왕자가 말을 타고 숲 속으로 들어왔다가 탑 옆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왕자의 귀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어찌나 예쁘… 더보기

라푼첼 1편

댓글 0 | 조회 1,673 | 2016.02.24
부모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라푼첼은 천륜(天倫), 즉 부모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끊임없이 내 품에 가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자식을 키우고자 하는 부모와 머리… 더보기

바보 이야기 9편

댓글 0 | 조회 1,760 | 2016.02.10
바보는 좋다. 내가 좀 바보 같아 보일 때 사람들은 경계심 없이 내게 다가와 많은 걸 보여주고 내어준다. 때로 잘난척하며 허세를 부리고 머리 굴리며 계산하는 사람… 더보기

바보 이야기 8편

댓글 0 | 조회 1,802 | 2016.01.28
바보 이야기 4- 황소 피터(덴마크)옛날에 매우 좋은 농장을 소유한 농부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자식이 없었고 그래서 부부는 재산을 물려줄 후손이… 더보기

바보 이야기 7편

댓글 0 | 조회 1,359 | 2016.01.14
바보 이야기 3 - 어린 바보 이바누슈카(러시아) 이바누슈카에게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심리적 문제는 그림자 투사에 관한 것이다. 융 심리학에서 그림자란 우리가… 더보기

바보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1,716 | 2015.12.23
바보 이야기 3 - 어린 바보 이바누슈카(러시아) 집으로 돌아온 형들은 몹시 화가 나서 이바누슈카를 잡아 큰 자루에 넣고 꿰매어 강으로 끌고 가 강가에 놓은 후 … 더보기

바보 이야기 5편

댓글 0 | 조회 1,756 | 2015.12.10
바보 이야기 3 - 어린 바보 이바누슈카(러시아) 옛날 한 노부부가 살았는데 그들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고 두 아들은 영리했지만 막내는 멍청한 이바누슈카였다. 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