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0 개 2,608 피터 황
554.jpg

드라큘라 주는 폭탄주의 일종이라고 한다.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원료로 만든 폭탄주의 사생아가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마시고 나면 입가에 흘러내리는 빨간색의 레드와인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원 샷을 한 다음엔 입을 크게 벌려 이를 드러내고 드라큘라의 끔직한 괴성을 질러줘야 마무리가 된다고 한다. 참 재미있게들 논다.

‘술에 장사 없고 술꾼에게 제 명 없다’는 말이 있다.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게 돼 있다. 주도(酒道)를 중요하게 생각한 옛 어른들은 술을 마시는 적당한 양에 대하여 ‘일불(一不), 삼소(三少), 오의(五宜), 칠과(七過)’라 해서 한잔 술로 끝나는 법이 없고 석 잔 가지고는 부족하며 다섯 잔이라야 알맞되 다만 일곱 잔이면 과음이 되니 먹지 말라고 했다. 적당히 마셔야겠다는 결심을 실천하기가 참 어려운 것이 술자리지만 의사들이 권하는 건강하게 술 마시는 요령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주를 충분히 먹고 천천히 마시는 것이다. 원 샷 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듯이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와인은 그 자체만을 마시지 않는다. 와인을 따르는 잔도 함께 즐기는 도구가 되고 같이 마시는 사람들과 음식이 차려진 공간까지 함께 마시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 공간과 자리에 어울리는 기본적인 매너를 익히는 것은 와인을 제대로 마시는 방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을 따를 때 와인은 글라스의 2/3이하 정도가 적당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따르는 것이 좋다. 특히 와인을 따를 때 와인 병이 글라스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흔히 소주나 맥주는 따를 때 술병이 술잔에 닿게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테이블 매너에서 어긋난다. 그렇다고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하듯이 술잔과 많이 떨어져서 멋스럽게 따르는 것도 권할 만한 것은 아니다. 매너는 근사해 보이는 과장이나 화려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정하고 품위 있어 보이면 가장 예절 바른 것이다. 

또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이 누군가 술을 따라주면 술잔을 두 손을 받쳐 받는 습관이다. 물론 공손함을 나타내려는 예의의 표시이지만 와인은 술잔을 들어 술을 받지 않는다. 더구나 와인 잔의 다리를 잡고 잔을 뉘여서는 안 된다. 쉽게 와인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마음으로 이해는 되지만 이것은 잘못된 매너다. 와인 잔을 똑바로 살짝 들거나 테이블에 놔둔 채로 와인을 받고 나면 간단히 목례로 예의를 표하면 그만이다. 특히 와인 잔을 잡을 때 목 부분을 잡는 것은 손의 체온으로 인해 와인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화이트와인뿐만 아니고 실온으로 마시는 레드와인의 경우도 글라스 몸통을 잡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브랜디나 코냑은 체온으로 술을 덥혀서 향기를 맡기 위해 손으로 술잔을 감싸고 마시며 그런 이유로 브랜디나 코냑술잔은 일반적인 와인 잔에 비해 다리가 짧다. 

테이블에서 건배를 할 때는 글라스를 들어 건배를 하되 너무 높이 들지 말고 상대방의 눈을 봐야 한다. 가까이 옆에 있는 사람과는 글라스를 살짝 부딪쳐도 되지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멀리 있는 사람과는 억지로 일어서서 잔을 부딪치지 말고 앉아서 눈을 마주치며 눈높이로 잔을 들기만 해도 훌륭한 매너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인은 맛과 향과 색깔을 모두 마신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 건배를 한 후 와인을 급하게 입으로 가져오기 전에 여유를 가지고 잠시 눈으로 와인의 색깔과 투명도를 확인한다. 잔을 밝은 쪽으로 약간 기울여서 색의 투명도나 농도를 보는 것이다. 레드와인은 색깔이 붉고 선명하면서 윤택이 나고 화이트 와인은 옐로우 계열의 맑고 투명한 색이 난다. 다음은 잔을 두세 번 가볍게 흔든 후 코를 잔에 깊이 갖다 대고 향기를 맡는다. ‘향이 없는 와인은 와인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인은 향기가 절대적이다. 와인의 향기는 꽃, 과일, 야채 등의 향기에 비유한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한 모금 정도, 혀를 적실 정도만 마신 후에 입을 오므려 치아 사이로 들이킨다. 그리고 와인을 머금고 입 안에서 서서히 돌리면서 맛을 음미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와인 평가관처럼 오래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가면서 시음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와인을 마신 후의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상대방과 첫 인사를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와인이 입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와인의 느낌을 오래 음미하며 간직할 수 있다. 먼저 속도를 내다보면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게 되고 취한 상태에서 같은 말을 한없이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제발 원 샷만은 참아주기 바란다.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댓글 0 | 조회 1,533 | 2018.10.10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67)​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 더보기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댓글 0 | 조회 1,547 | 2018.09.11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 더보기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댓글 0 | 조회 1,945 | 2016.12.06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더보기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584 | 2016.11.09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끼리의 자리라면 그다지 매너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형식이나 절차가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학문적(?)이고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기 … 더보기

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184 | 2016.10.11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더보기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2,120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더보기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댓글 0 | 조회 3,780 | 2016.08.11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더보기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댓글 0 | 조회 2,360 | 2016.07.14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 더보기

나폴레옹과 술의 황제, 코냑(Cognac)

댓글 0 | 조회 7,244 | 2016.06.09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코냑(Cognac)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최고급 브랜디(Brandy)인 코냑이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 더보기

엄친아 아버지, 카베르네 프랑

댓글 0 | 조회 2,865 | 2016.05.11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더보기

청주(淸酒) VS 사케(Sake)

댓글 0 | 조회 6,622 | 2016.04.13
아버지와 여러 겹의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든 백화수복을 들고 고향에 내려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더보기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댓글 0 | 조회 3,965 | 2016.03.10
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더보기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댓글 0 | 조회 3,017 | 2016.02.11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 더보기

나의 첫 사랑, 피조아(Fejoa)

댓글 0 | 조회 3,323 | 2016.01.14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어 또다시 닮은 사랑을 하고 여자는 첫 사랑을 잊기 위해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략 20년 전, 데본포… 더보기

요강을 뒤엎는 술, 복분자(Black Raspberry)

댓글 0 | 조회 3,842 | 2015.12.09
대충 약 30년 전의 서울시 시민들의 이야기가 리얼하다. ‘연탄불, 성문종합영어, 골목길, 카스텔라’. 응답 받고 싶은 1988년도, 나의 대학시절이기도 한 그 … 더보기

웰컴 투 보르도(Bordeaux)

댓글 0 | 조회 2,456 | 2015.11.12
세계와인의 표준, 프랑스. 와인 하면 어째서 프랑스를 세계 제일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깊다는데 있다. 로마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하고 포… 더보기

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댓글 0 | 조회 8,866 | 2015.10.14
고향에선 추석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화투(花鬪)를 하곤 했다. ‘꽃으로 싸운다’는 뜻의 화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심오한 철학의 무게가 느껴진다. 48장의… 더보기

드라이(Dry),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4,331 | 2015.09.10
하루에 사계절이 들어있다는 뉴질랜드의 봄(Spring)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Spring)처럼 변화무쌍하다. 드라이(Dry)라는 단어는 건조해서 … 더보기
Now

현재 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댓글 0 | 조회 2,609 | 2015.08.12
드라큘라 주는 폭탄주의 일종이라고 한다.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원료로 만든 폭탄주의 사생아가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마시고 나면 입가에 흘러내리는 빨간색의 레드와인 … 더보기

FTA와 뉴질랜드 와인의 전망

댓글 0 | 조회 2,585 | 2015.07.15
인간이 땅(Earth)의 소중함을 잃어 갈 수록 뉴질랜드라는 국가적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위대한 자… 더보기

요리(料理), 와인을 만나다

댓글 0 | 조회 10,151 | 2015.06.10
섹시한 남자가 대세다. 빨래판 같은 식스팩의 복근쯤은 가져야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시절에서 이제 뇌(학력)가 섹시해서 능력이 남다르거나 쉐프수준의 요리실력을… 더보기

와인의 고수(高手), 피노누아(Pinot Noir)

댓글 0 | 조회 3,926 | 2015.05.13
어느 분야에나 고수(高手)는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이룬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겐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남이 알지… 더보기

야식만만, 서바이벌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268 | 2015.04.15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TV프로그램, 바디쇼(Body Show)의 등장은 당당하고 건강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한다. 다이어트는 … 더보기

코로 와인 마시기(Ⅱ)-오키(Oaky)면 오케이(Okay)

댓글 0 | 조회 3,196 | 2015.03.11
일상에서 작은 사치(Small Luxury)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양으로 승부하던 외식업계를 고급화시키고 더불어 와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 더보기

빈티지(Vintage), 타이밍의 미학

댓글 0 | 조회 2,089 | 2015.02.11
8090년대 거대한 문화복고의 열풍이 한국을 휩쓸었다. 쇼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옛 가수들의 콘서트가 불씨가 되어 영화, 음식까지 청년세대뿐 아니고 장년층까지 어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