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3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귀신이야기 3편

0 개 1,278 송영림
어느 시골에 구걸하며 지내는 한 거지 총각이 있었는데 하루는 거지생활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큰 데에서 빌어먹자 싶어 서울로 올라왔다. 동대문 부근에 이르렀을 때 그곳의 거지들이 사람이 죽어나오는 흉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0년 전에 어떤 사람이 20년 동안 모은 재산을 가지고 그 집으로 들어갔는데 며칠 만에 가족이 모두 죽어 나왔고, 그 뒤로도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가끔 그 집으로 들어갔지만 사흘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었다. 

거지 총각이 그 집에 가 보니 집이 대궐 같았다. 그는 그 집에 들어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 집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잘못 되어도 서울서 빌어먹다 죽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테니 잘됐다고 생각했다. 거지 총각은 며칠 구걸한 돈으로 돼지 다리 하나와 막걸리 한 통을 마련하여 흉가에 들어갔다. 잠이 들면 안 되니 상투 끝을 끈으로 묶어 천장에 매달고 배가 고파 오면 삶은 돼지를 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자정이 되었을 때 갑자기 촛불이 꺼지고 방 안에 한 줄기 바람이 휙 불어오더니 방문이 저절로 열렸다. 거지 총각은 머리털이 거꾸로 서는 듯했지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각오한 마당에 어찌된 영문인가 알고나 죽자 하고 가만히 기다렸다. 이윽고 머리가 온통 하얀 노인이 들어오더니 꽤나 간이 큰 젊은이라며 말을 붙였다. 거지 총각은 영감님도 시장하면 술 한 잔 잡수라며 넉살 좋게 노인에게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주었다. 막걸리를 받아 마신 백발노인은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기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노인은 이 집 주인으로 집에 있던 많은 금을 뒤뜰에다 묻어 두었는데 그 무렵 난리가 나서 집안사람들은 다 피란을 가고 혼자 남아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도적들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엉겁결에 부엌 아궁이 속에 숨었다가 도둑이 밥을 해 먹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노인의 뼈는 물론 혼도 부엌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피란 갔다 돌아온 가족들은 그 사실도 모른 채 살다 죽고 이제 이 집은 주인 없는 집이 되어 버렸다. 그 뒤 여러 사람들이 이 집에 들어왔는데 그때마다 노인이 딱한 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나타났지만 모두 노인의 모습만 보면 엎어져 죽어 버렸다. 노인은 거지 총각에게 금을 묻은 곳을 알려주고 그걸 캐내어 넉넉하게 살면서 집을 지켜달라고 하며 자신의 뼈가 아궁이 속에 있으니 끄집어내어 양지바른 곳에 좀 묻어 달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백발노인이 서서히 사라지자 방문이 닫히고 촛불도 다시 켜졌다. 거지 총각은 기묘한 일이라 생각하며 밤을 지새운 후 바깥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또 송장을 치우기 위해 왔다가 거지 총각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서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갔다.

거지 총각이 노인이 가리킨 곳을 파 보니 정말 금덩이가 나왔고 아궁이에서는 정강이뼈가 나왔다. 금덩이 한 개를 꺼내 노인의 묘를 마련해 주고 그 뒤로 거지 총각은 금덩이를 하나씩 꺼내다가 살림살이를 늘려 갔다. 어여쁜 색시도 얻어 그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데 그곳이 바로 서울의 화신백화점(종로의 명물로 꼽히던 건축물로 1988년에 헐렸다) 자리라고 한다. 

- 한국구비문학대계 5-3, 전라북도 부안군편(『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전 82책, 1980-88년 간행,)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귀신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1,420 | 2015.09.23
귀신은 초자연적인 존재이다. 귀신은 사람이나 짐승뿐 아니라 식물이나 물체 또는 공간에도 어려 있는 경우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의 귀신 이야기는 그 속으로 …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4편

댓글 0 | 조회 1,399 | 2018.05.13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해변에 도착한 히네모아는 물보다 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손으로 더듬어 나아갔고 드디어 따뜻한 바위와 뜨거운 웅덩이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1,394 | 2020.01.15
손과 여성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손’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낮춰지고 도태되고 … 더보기

구복여행(求福旅行) 4 편

댓글 0 | 조회 1,389 | 2014.12.23
<구복여행>과 우리의 이야기 <구복여행>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은 앤디라는 친구이고, 한 사람은 문선생이다. 앤디는 총각이… 더보기

반쪽이 7편

댓글 0 | 조회 1,387 | 2016.08.10
■ 공존다리가 장애인 지인이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공부를 열심히 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7편

댓글 0 | 조회 1,384 | 2018.03.01
소작농이 치성하여 유지한 최부자위의 옛이야기는 최부자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천석꾼을 사랑에 맞아들이기는 했으나 전혀 대접은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1편

댓글 0 | 조회 1,375 | 2016.12.21
■ 관계 맺기와 지속에 대한 이야기불교에 ‘억겁[億千萬劫]’ 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 ‘무한히 길고 오랜 세월’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힌두교에서 43억2천…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3편

댓글 0 | 조회 1,375 | 2019.11.27
손 없는 처녀(독일)옛날 한 물방앗간 주인이 점점 가난해져 마침내 물레방아와 그 뒤에 있는 사과나무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어느 날 방앗간 주인은 숲으로 나무를 …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5편

댓글 0 | 조회 1,366 | 2018.02.01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경주 최부자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또는 ‘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 더보기

선녀와 나무꾼 6편

댓글 0 | 조회 1,361 | 2015.06.24
‘선녀’는 많은 아내들의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주변의 많은 부부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깝게는 나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나의 동생 부부… 더보기

바보 이야기 7편

댓글 0 | 조회 1,360 | 2016.01.14
바보 이야기 3 - 어린 바보 이바누슈카(러시아) 이바누슈카에게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심리적 문제는 그림자 투사에 관한 것이다. 융 심리학에서 그림자란 우리가… 더보기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2편

댓글 0 | 조회 1,358 | 2018.04.11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들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연가’라는 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가’가 뉴질랜드의 구전민요라는 것, 더 나아가 그 민요 안의… 더보기

바보 이야기 4편

댓글 0 | 조회 1,355 | 2015.11.26
바보 이야기 2 - 바보와 수파이(페루) 옛이야기들 중에는 바보가 행운을 얻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어떻게 바보들이 행운을 얻는지 신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 더보기

반쪽이 6편

댓글 0 | 조회 1,355 | 2016.07.28
■ 공존문득 35년 지기 나의 친구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늘 1등을 달렸고 항상 반장을 도맡아 하던 친구. 좋은 대학, 좋은 직업, 좋은 남…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2편

댓글 0 | 조회 1,349 | 2016.09.15
■ 브레멘의 음악대오랜 세월 동안 곡식 자루를 방앗간으로 나르던 당나귀는 이제 세월이 흘러 힘이 달리게 되자 곡식을 나르면서 허덕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당나… 더보기

신데렐라 6 편

댓글 0 | 조회 1,346 | 2015.03.25
신데렐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살다 보면 누구나 재투성이 시절이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조차도 자신을 재투성이로 생각하는…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3편

댓글 0 | 조회 1,344 | 2018.04.26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젊은 추장 투타네카이는 모코이아 섬에 살고 있었다. 로토루아 주변에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는데, 때로 카누들이 모코이아 섬에 찾아와 바깥소식을 … 더보기

신데렐라 5 편

댓글 0 | 조회 1,326 | 2015.03.11
신데렐라의 애도 작업과 성장 계모 역시 그 이면을 살펴보면 오히려 신데렐라를 돕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신데렐라가 무의… 더보기

인생 역전의 이야기들 2편

댓글 0 | 조회 1,326 | 2020.11.11
용감한 꼬마재봉사(독일)어느 여름날 아침 키가 자그마한 재봉사가 창가에 있는 작업대 위에 걸터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시골 아낙네 한 사람이 거리를…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6편

댓글 0 | 조회 1,316 | 2019.08.28
맏딸 콤플렉스와 자기 통합가출하고 속 썩이는 동생들은 어쩌면 부모로부터 방임된 아이들일 수도 있다. 동생이 14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4편

댓글 0 | 조회 1,295 | 2016.10.12
■ 황혼의 노래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자비, 수확, 사랑, 치유를 상징하는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마녀를 감시하는 작은 악마, 특히 검은 … 더보기

불행한 공주 2편

댓글 0 | 조회 1,295 | 2017.07.12
불행한 공주옛날 딸 셋을 둔 여왕이 살고 있었다. 세 공주는 모두 혼기가 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하여 여왕의 근심이 컸다.어느 날 여자거지가 성을 지나가다가 동… 더보기

현재 귀신이야기 3편

댓글 0 | 조회 1,279 | 2015.08.12
어느 시골에 구걸하며 지내는 한 거지 총각이 있었는데 하루는 거지생활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큰 데에서 빌어먹자 싶어 서울로 올라왔다. 동대문 부근에 이르렀을 때 그… 더보기

인생 역전의 이야기들 4편

댓글 0 | 조회 1,278 | 2020.12.09
장화 신은 고양이(독일)한 물레방앗간 주인에게 세 아들과 방앗간과 나귀 한 마리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세 아들은 곡식을 빻고, 나귀는 곡식과 빻은 곡…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2편

댓글 0 | 조회 1,273 | 2017.12.07
■ 웅촌 장자못 전설웅촌면 통천리에 지금도 장자못이라고 불리는 못이 있다. 이 못자리는 옛날에 큰 부자가 살던 집 자리였는데 이 부자가 사람 오는 것을 꺼리고 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