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봄의 전령사

0 개 1,764 김지향
하얀 은방울이 조롱조롱 달린 것 같은 예쁜 꽃이 수줍은 소녀처럼 고개를 숙이며 우리 집 정원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렸습니다. 실 목련도 뒤질세라 하얗게 웃으며 봄맞이에 한창입니다. 그들을 보는 내 눈에도 봄은 찾아 왔습니다.

이제부터 주말 이틀만 제외하고, 하루에 10시간 이내로 렌즈를 착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렌즈를 끼는 시간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더 이상의 유령실핏줄은 생기지 않게 된답니다. 이미 생겨버린 유령실핏줄이야 어쩔 수 없이 함께 공존해야만 하지만, 눈 안에 산소가 부족하지 않게 관리를 한다면 실명의 위험에서 벗어난다고 했습니다. 6개월 동안 렌즈 착용시간을 잘 지키면서 지내다가 다시 검사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 이상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생활을 해보니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던데, 그 생활로부터 탈피할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나에게도 봄의 전령사가 도착한 것 같군요. 봄의 생명력이 온 몸을 휘감는 듯합니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노란 수선화가 무리를 지어 피어 있고, 탐스러운 목련꽃 아래로 어미 오리 뒤를 줄지어 따라가는 아기 오리들의 앙증맞은 모습이 보이며,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들의 향연 속에 뛰어다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더불어 젊은 부모들의 행복한 미소가 스케치가 되어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거센 비가 창문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지만, 빗소리마저도 봄을 알리는 종소리로 들려왔습니다. 봄이 온다고 특별히 계획을 한 것도 없지만, 그저 봄날의 향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산책을 하고 웃고 즐길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서 그랬나 봅니다. 

봄처녀도 아니건만 봄이 가까워지기만 하면 이렇듯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번 봄은 유별나게 더 즐거운 기대를 갖게 합니다. 걱정스러웠던 일이 잘 풀려서 그런 가 봅니다.

내일 겨울비가 기승을 부릴 것만 같은데, 남편은 꽈배기를 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 또한 듬직하고 아름답군요. 이래도 기분 좋고 저래도 기분 좋은 걸 보면 지금 나는 봄의 마법에 걸려 봄 향기에 잔뜩 취해있는 게 분명합니다.

달콤하고 따스하고 아늑하고 보드라운 봄의 담요에 푹 싸여 단꿈을 꾸는 아기 같아요. 새로 태어난 느낌이랄까요? 차가운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드디어 땅을 뚫고 나와 빛을 보게 된 새싹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게 느껴져서 옷을 겹겹으로 껴입고 있었습니다. 난방비가 많이 들어도 따스한 겨울을 나고 싶었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게 추위를 더 탔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난방비처럼 아까운 것도 없더라고요. 결국 평소 습관대로 난방비를 아끼게 되었고, 그 대신 든든하게 옷을 껴입고 따스한 물을 자주 먹으면서 지냈습니다. 혹여 독감에 걸릴까봐 독감백신도 맞아 두고요.

든든하게 겨울채비를 해두고 시력검사를 하러 갔었다가 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5주 이상을 겨울잠 자는 곰처럼 집안에서만 지냈었는데, 봄의 전령사를 만났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습니다.

지금 비가 거세게 내립니다. 겨울의 마지막 심술일 것으로 보이네요. 곧이어 꽃샘추위도 기승을 부리겠죠. 하지만 봄은 이미 와 있기에 거센 겨울비도 꽃샘추위도 어느덧 지나가버릴 것입니다. 
이미 봄이 와 있다니 마음이 들뜹니다. 하늘이 맑고 햇볕이 따스한 날에 예쁜 모자 눌러 쓰고 공원에 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서 깔깔거리면서 수다를 떨 것입니다. 도시락도 싸야겠어요. 오리에게 줄 빵도 넉넉하게 준비하고요. 

네잎 클로버도 찾아봐야겠군요. 아픈 친구에게 행운을 전달하게요. 미니기차도 타볼까요? 레일을 따라 달리는 작은 기차에 앉아서 사람들에게 크게 손을 흔들어주고 싶거든요. 행복한 미소를 잔뜩 머금고요. 

봄의 전령사 덕분에 소박하고 자잘한 행복이 줄줄이 사탕이 되어 내 목에 걸쳐지네요. 달콤한 행복사탕을 하나씩 야금야금 꺼내 먹으면서 달콤한 봄을 마냥 즐길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외모지상주의의 초상

댓글 0 | 조회 1,841 | 2014.06.24
한국에 와서 이상한 광경을 자주 봅니다. 얼굴에 가면을 쓰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여자들이 그 중 제일 이상하게 보이더라고요. 가면이라고 말하기엔 좀 섬뜩… 더보기

살어리 살어리랐다

댓글 0 | 조회 1,820 | 2016.08.10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요 청산별곡의 앞부분이다.뉴질랜드에 이민 온 많은 사람들은… 더보기

부활절의 나비

댓글 0 | 조회 1,817 | 2017.04.26
집에서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서 보내 준 생강청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세상이 돌고 돈다지만 지금 우리 부부는 서로 바뀐 삶을 살고 있다.젊… 더보기

풍요와 사랑이 넘치는 나날들

댓글 0 | 조회 1,787 | 2015.01.29
여름이 오기만 하면 마음이 붕붕 하늘을 나는 듯합니다. 가벼운 옷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눌러 쓰고 바람을 가르면서 운전을 하는 즐거움이 크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 더보기

사랑만이 살 길이다

댓글 0 | 조회 1,781 | 2014.07.09
어제, 동생과 함께 대학로에 크로스오버 앙상블인 새바밴드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새바밴드와 인연이 된 지는 8년째인데, 밴드 구성한지 10년을 넘긴 여력이 그대… 더보기

땜빵 인생

댓글 0 | 조회 1,774 | 2016.05.26
겨울은 햇볕에 대한 감사가 한층 커지는 계절이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요즘의 나는 창문을 통해 들어 오는 햇볕 쬐기를 즐기고 있다. 때로는 파란 하늘을 바라 보면… 더보기

현재 봄의 전령사

댓글 0 | 조회 1,765 | 2015.08.12
하얀 은방울이 조롱조롱 달린 것 같은 예쁜 꽃이 수줍은 소녀처럼 고개를 숙이며 우리 집 정원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렸습니다. 실 목련도 뒤질세라 하얗게 웃으며 봄… 더보기

나 자신을 만나는 날

댓글 0 | 조회 1,760 | 2017.03.22
왕가누이 매장에서 일하다 파미 매장으로 옮긴 지도 벌써 2주째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내다가 모처럼만에 집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니, 익숙했었… 더보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댓글 0 | 조회 1,746 | 2015.05.13
다윗 왕이 궁중의 세공인에게 전쟁에 크게 이겨도 교만함에 빠지지 않고, 절망으로부터도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긴 반지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합니… 더보기

삶의 조각보

댓글 0 | 조회 1,745 | 2014.08.12
오일히터를 의자 옆에 놓고 그 위에 담요를 올려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를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담요를 덮고 있으면서 시린 손을 가끔 담요 안에 넣어 녹… 더보기

거꾸로 된 습관

댓글 0 | 조회 1,741 | 2016.01.28
어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었던 내 습관 중 몇 가지가 정 반대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부러 바꾸려 한 것이 아니었는데, 몸이 스스로 내 습관을 바꿔 나… 더보기

사랑이라는 이름

댓글 0 | 조회 1,740 | 2017.05.09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맑은 하늘의 따가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해 역시 짧아져서 빨리 어둠이 다가온다.요즘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온… 더보기

108번의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

댓글 0 | 조회 1,738 | 2015.08.27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절은 심신양면으로 건강하게 해주는 좋은 습관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108번… 더보기

말을 잘해야 잘 살겠지

댓글 0 | 조회 1,731 | 2016.02.25
방송인 전현무가 자신의 말실수를 돌아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실수 때문에 겪었던 고초가 심했었나 보다. 말재주가 … 더보기

귀가 열린 어머니

댓글 0 | 조회 1,725 | 2016.07.14
80초반의 어머니께서 몇 년 전부터 소리를 잘 못 들으셨다. 그러시다가 얼마 전에 아예 귀가 들리지 않으셨던 것이다.어머니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어머니를… 더보기

생각과 행동

댓글 0 | 조회 1,707 | 2015.03.24
신중함이 지나친 남편과 달리 나는 행동을 먼저 해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직감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때로는 착각을 직감으로 오인하여 일… 더보기

철 없는 자식

댓글 0 | 조회 1,694 | 2017.02.09
세상을 달리 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식들한테 많은 것을 남기셨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더욱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셨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 더보기

꿈 꾸는 세상

댓글 0 | 조회 1,693 | 2016.12.07
왕가누이 강을 끼고 길게 누워 있는 언덕 위로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서 있는 도시, 왕가누이 매장에 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꿈처럼 지나간 일주일이지만, 그동… 더보기

덕의 창고

댓글 0 | 조회 1,661 | 2016.05.12
내 안에 덕의 창고가 있다면 그 안에 덕이 얼마나 쌓여 있을까? 쌀 가마니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덕이지만, 덕이 있고 없음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더보기

풍요로운 2015년을 기원하면서

댓글 0 | 조회 1,650 | 2015.01.13
밝은 새해를 예견하듯 요즘의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렇듯 화창한 오늘 아침에 둘째가 갓 구워 놓은 빵을 먹었습니다. 사흘 전부터 이스트를 배양하기 시작하… 더보기

귀여운 어머니

댓글 0 | 조회 1,647 | 2015.10.15
한국에 계신 친정어머니와 어제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내 동생이 이곳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 어머니께 보낸 선물을 잘 받으셨다는 전갈이었습니다. 팔순을 훌쩍 넘… 더보기

우리 모두 다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1,624 | 2014.11.11
일요일이면 늘 그렇듯 우리 집은 오픈 홈(Open Home)을 합니다. 오늘도 오픈 홈을 하였는데, 집을 사려는 임자가 아직까지 나타나지를 않았네요. 오픈 홈을 … 더보기

메시지

댓글 0 | 조회 1,616 | 2015.02.25
한국에서 손님이 일주일 동안 지내다가 갔습니다. 8년 전에 영어 공부를 위해 파미에 와서 1년 동안 학교에 다녔던 학생인데 어느덧 청년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밀… 더보기

착각의 의무

댓글 0 | 조회 1,613 | 2014.11.26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여 현미밥을 먹고 있는데,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을 위해 항상 콩을 섞어 밥을 짓습니다. 고기를 즐기지 않는 가족의 식성을 위한 … 더보기

돈키호테의 착각

댓글 0 | 조회 1,590 | 2017.09.26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요즘 바빠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젊어서 컴퓨터를 배울 땐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환갑을 넘긴 나이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