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0 개 2,312 오소영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뙤약볕이 불화로처럼 뜨거운 7월 어느 날. 꼬박 하루 반 나절을 뱃길로 달려 도착한 멀고 낯선 섬. ‘백령도’.

군용 비행기 (민항이 있을리 없는) 활주로로 쓴다는 단단한 모랫벌에 첫 발을 내려놓았을 때다. 뿌우옇게 해무(海霧)에 가려졌던 궁금한 세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지친 나그네를 반겨주던 섬 마을 풍경. 해풍에 실려 오는 비릿한 갯 내음이 이국의 낯설음처럼 멀미에 지친 속을 또 한번 휘저어 놓았다. 출렁이는 물살에 흔들리는듯한 현깃증을 참아내며 억지로 받은 처음 밥상에서 무엇인지? 독특한 맛의 나물 무침이 짭쪼름하고 칼칼해서 의외로 쉽게 속을 갈아앉혀 주었다. 얼마나 놀랍고 다행스러웠는지...

지금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품화되어 김치 담는데 필수품이 된 ‘까나리’ 액젓이었다. 집집마다 큰 독에 몇년씩 묵힌 까나리 액젓을 간장으로 쓰는 이 곳. 그 간장으로 만든 음식이 뱃길에 지친 육지의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북 가까운 곳. 귀향하지 못한 실향민들이 정착해 고향 땅 바라보며 파도를 벗 삼아 그리움을 사는 섬 마을.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가 주워 온 바지락에 노오랗게 계란묻혀 전 붙혀주던 내 고향‘마포’아줌마의 정성도 특별했지만. 반나절 지게 바소고리에 지고 온 살아서 꼬물락거리는 꽃게찜의 그 달짝지근한 맛을 어찌 잊을까? 바다에서 금방 잡은 꽃게의 맛은 서울에서 사 먹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온 집안에 배릿한 비린내를 풍기며 살을 발라 먹느라 정신없던 외지의 사람들.

섬 사람들은 푸근하고 친절해서 금방 정이 들어갔다. 그 분위기에 취해서였을까? 그 여행길에서 뜻밖에도 나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었다. 인연이란 정말로 우연한 곳에서 맺어지는 것 일까? 정신 못 차리게 흔들리던 밤 배. 잠 들어야 잊을 수 있는 심한 멀미에 든든한 어깨를 빌려주어 잠들도록 해 준. 아저씨같이 믿어운 남자였다. 밤 바람에 불빛 더위를 식히며 두 사람 나란히 바닷가에 앉으면 정적을 깨는 파도 소리가 마치 묘한 노래처럼 들려 혼곤히 취해버리곤 했다. 까만 하늘을 수놓은 찬란한 별빛들의 속삭임 만큼이나 많은 대화의 향연속에 풀벌레가 합창으로 한 쌍의 젊은이를 축복해 주는가. 막연하게 문학을 동경하던 뜨거운 가슴에 그 사람 또한 현실적으로 맞닥드린 열정에 공감하면서 왜 그리 가슴이 뛰던지.... 스물 넷 청춘이 꽃피는 시절. 누군가를 사랑하고픈 그리움에 그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서서히 느껴갔다.

저 바다 건너 아련히 북의 불빛이 손짓 해 부르는. 두고 온 고향 산천을 축축한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외로운 한 남자를 따뜻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운명의 사명감처럼 그렇게....    

타인으로 갔던 두 사람이 돌아올 때는 인생의 미래를 약속하고. 그게 어떤 목적에 버금가는 ‘행운의 티켓’이라고 모든 것 던지고 손잡고 돌아 온 우리들의 그 곳. 북녘에서 ‘사상’과 ‘이념’이 달라 군번없는 유격대로 싸우다 살아 내려 온 삼팔 따라지. 학연도 지연도 끊긴 외톨이에게 딸을 맡길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우여곡절 끝에 허락을 받아내고 우리는 11월의 신랑 신부가 되었다. 그의 오직 착한 품성 하나 믿어준 우리 부모님들.

섬에서 돌아 올 때. 배 안에 큰 망에 갇혀 실린 검은 돼지를 보고 ‘돈까스’를 뇌까리던 그 사람을 위해 참 많이도 그것을 튀겨냈다. 생일에도 미역국 대신 ‘돈까스’를 먹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같은 사람. 어머니 치마끝에 매달리는 개구장이처럼. 어느 때는 예쁘게 귀염성있는 동생이기를 바라는 오빠같이. 때로는 푸근한 눈빛으로 다독이는 누나이기를. 아내 한 여인으로는 부족한 여성의 모든 역활을 원하는 그는 평생을 ‘홈 시크’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항상 좋아하는 팥밥에도 기름진 고향땅 그것과는 다르다고 투정하고. 들어 본 적도 없는 범벅을 졸라서 그가 이르는대로 따라 만들어도 보았다. 명절만 돌아오면 가슴속이 갈갈이 찢기운 상처로 아파하면서 사는 사람인 것을 금방 알아버리게 여린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참 빨리도 서둘러 떠나갔다. 동고동락 함께 한 세월이 사 반세기. 그가 떠난 세월이 살아 온 세월보다 한참 더 길다. 훌훌히 다 잊고. 혼자이기에 허용되는 나만의 시간을 잘 관리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문득문득 그 때가 떠 오르건 웬일일까? 그 사람을 처음 만나서 가슴 두근거렸던. 그런 세월이 있었다는게 믿어지지도 않을만큼 오래된 일이이었는데 말이다. 이쯤와서 그 때를 기억하는건 아마도 이제 귀소(歸巢)를 서두르는 한마리 새의 본능을 닮아서일 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쯤에 머물고 있을까? 육신없는 영혼에게 이념따위 따질사람 없으니 그리던 고향산천 내려다 보며 거기에 있겠지. 한 줌 재가되어 북향 산자락에 뿌려진 그는 훨훨 바람타고 날아 잘도 갔을 것이다. 그리움을 마감하고 부모님들도 만났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들을 떠 올리며 인생의 허무함을 눈물 반. 웃음 반으로 허허실실 할 때. 어디선가 나풀나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무 그늘에 앉은 내 발등에 사뿐 날아와 앉더니 날아 갈 줄을 몰랐다. 아주 오래도록... 그가 한 마리 고운 나비가 되어 나를 위로 하는게 아닐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었던 그 날. 지금도 나풀나풀 내 주위를 날으는 나비만 보면 나는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해서 깜짝 깜짝 놀래면서도 괜스레 반갑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 거리고...”

그 섬에서의 명물 . 뽀뿌라 할머니의 노랫소리도 잊혀지지 않는 멋진 추억거리다. 육척 장신의 남자같던 거인 할머니. 생김은 그랬어도 노래 하나만은 일품이어서 짖꿎은 남자들이 막걸리 한 잔에 취한척 치마로 장막을 만들어 가리우고 노래만 들었다나. 우리는 삶이 지루하고 시들 할 때마다 뽀뿌라 할머니 이야기를 했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활력소로 그만한 약이 없었기에... 할머니의 십 팔번 ‘목포의 눈물’을 되세기며 옛 꿈을 쫓아 그 섬으로 달려간다. 내 첫사랑을 꽃 피우던 아득한 북쪽 그 섬으로 .

나의 7월은 꽃다운 나이 스물 네 살에 인생시계가 멈춰있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58 | 15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29 | 15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43 | 16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3 | 16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8 | 16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3 | 16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1 | 22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2 | 22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6 | 22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8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2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1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4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9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0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8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5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9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4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8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8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2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6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0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