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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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아름다움

0 개 1,837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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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사원 시절에 성질이 따발총 콩 튀기 듯 하던 과장 밑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무슨 업무 처리 문제로 따발총이 콩 튀기 시작했는데 나한테 불호령이 떨어졌다. 나는 그걸 빨리 해결해야 될 형편이어서 현관문을 뛰쳐나가는데 얼마나 급했던지 출입문 옆 통유리를 뚫고 나가다 무릎에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만일 머리로 뚫었더라면 생명에도 위험이 있었을 사고였다. 

대로변 건널목 표지판에 섬뜩한 경고 문구도 생각이 난다. ‘50초 먼저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육교를 건널 시간이 급해 도로를 가로질러 가려다 사고 당하기가 십상이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도 건널목 표시가 있는 곳은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이지만 이 역시 성질 급한 운전사가 깜박하고 달려들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빨리빨리’는 한국인의 생활 방식을 대변해주는 키워드(Key word)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의지대로 일정 계획을 세울 수 없고 미리 약속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기회가 오면 최대한도로 빨리빨리 서둘러서 남보다 앞서가는 수밖에 없다. 홍수 때나 피난길에 서두르지 않으면 죽음 길이다. 보따리 싸고 튀는 데는 이골이 나야 살 수 있다. 

1970년대부터 한국 경제가 급성장 물결을 타면서 너도나도 바삐 뛰었다. 빨리 서두는 만큼 성장도 빨랐다.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뛰고 지하철 계단을 뛰어오르기를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심지어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에서도 뛰었다. 한국이 패스트 푸드(Fast food)의 천국이 된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고, 고속 철도와 초고속 인터넷 없는 한국사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 사람이 인터넷을 시작 한 후 클릭 시 기다리는 반응 시간은 약 3초라는 어떤 조사결과도 있다. 외국인은 평균 20초라니 얼마나 성질이 급한지 급하다 못해 숨 넘어 갈 지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슬로우 시티(Slow city)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지금까지 정신없이 물질문명의 톱니바퀴에 매달려 살아왔던 생활 방식을 바꿔보는 것이다. 느림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 성장에서 성숙, 삶의 양에서 삶의 질로, 속도 위주에서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행동 철학으로의 변환이다. 느림의 기술(Software)은 느림(Slow), 작음(Small), 지속성(Sustainable)에 둔다. 한국은 빨리빨리 정신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했고 물질적인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슬로시티 운동은 과거로 돌아가 후진성을 맛보자는 것이 아니라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Local)과 글로벌(Global),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 삶의 리듬을 지키자는 것이다. 바로 달콤한 인생(La dolce)과 정보 시대의 역동성을 조화시키고 중도(中道)를 찾기 위한 처방인 것이다.

1999년 이탈리아의 지방 도시 몇몇 시장들이 모여 슬로우 푸드(Slow food) 먹기와 느리게 살기 운동(Slow movement)으로 시작하여 2013년 현재 27개국에 174개 도시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인간 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오래 갈 미래(Ancient future)를 위한 두 가지는 자연(Nature)을 보호하고 전통문화(Culture)를 보존하면서 경제를 살려가며 사람이 사는 따뜻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슬로우 푸드 먹기 운동은 웰빙(Well-being)이라는 개념과도 맞물려 확산되고 있는데 유기농 야채,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식품재료, 그 지역의 식재료를 먹으며 패스트 푸드를 멀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의 생활 전반에서는 잘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자는 ‘웰빙’, 식생활에서는 깨끗하고 좋은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자는 ‘슬로우 푸드’, 공동체 문화에서는 다함께 좋은 환경을 만들어 좋은 환경 체험을 하자는 ‘슬로우 시티’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슬로우 시티인 이탈리아의 그레베(Greve in Chianti)시에서는 패스트 푸드점이나 대형 할인매장, 백화점등은 물론 청량 음료수나 인스턴트 식품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마을 어디를 가든 자그마한 상점에서 신선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그 마을만의 따뜻한 온정어린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적인 방식과 뉴질랜드적인 것에는 여러 가지로 차이가 많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사람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면서도 돈에 쫓길 수가 있고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권력에 굶주릴 수도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막대한 부(富)를 축적할 수도 없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기회도 없다고 판단해야 맞다. 우리가 이민 올 때 마음먹었던 삶의 질을 추구하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왔다면 이곳에서 슬로시티 철학을 실천하고 살기에 적합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뉴질랜드식의 생활방식을 익혀 삶의 여유를 즐기면서 살아갈까를 재 점검해볼 필요도 있겠다. 느릿느릿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것 같은 이곳의 제도나 풍습이다. 그러나 잘 활용해보면 역시 합리적이고 편안한 사회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여유’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빨리빨리에서 여유로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는 어쩌면 이민 생활의 성공 자체를 결정하는 근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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