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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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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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로의 한국인 이민 물결이 한창 상승세를 이룰 무렵 1995년 5월에는 하나은행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영어교실 멤버들의 야유회가 열렸다. 남서울대공원에서 열린 야유회에는 백여 명이 참석했는데 성인 남녀뿐만 아니라 어린 유아들은 물론 뱃속의 아기까지 어우러진 행사였다. 당시는 캐나다와 뉴질랜드로의 이민이 대세를 이루는 시기였으므로 참석자 역시 캐나다와 뉴질랜드로의 이민예정자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생활수준이 날로 상승해가던 1990년대에 무엇을 바라고자 고국을 떠나 살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공동묘지에 가서 죽은 이유들을 물어보면 각자 사연들이 있어 그 곳에 모였듯이 이민을 선택해야 되었던 이유들도 각양각색으로 표현될 것이다. 

1992년에 뉴질랜드 정부에서 실시한 점수제 일반 이민 제도는 학력, 경력, 나이, 재산 점수를 합쳐 요구하는 점수에 합격하면 영주권을 주었다. 학력은 뉴질랜드 정부에서 인정하는 대학 졸업인데 국립대학과 전통 있는 사립대학의 본교 캠퍼스, 주간 학생으로 학력을 마친 경우에 점수가 부여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엘리트라고 지칭되는 자가 해당되었으며 경력도 해당 전공 분야와 관련된 경력만 인정되었다. 이에 따라 해당되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경력을 쌓아온 젊은 30-40십대 엘리트들이 이민 대열에 합류하였다. 55세 이상은 아예 심사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먼 바다 건너 행복이 있다기에’ 미래에 대한 환상적인 꿈을 품고 고국에서 쌓아 온 삶의 기반을 뿌리치고 뉴질랜드로 이주했던가? 어느 나라로 이민을 가든 마찬가지이지만 지상 천국이라고 알고 왔던 뉴질랜드도 한국인이 와서 터를 잡기에 만만한 곳이 못되었다. 한국에서의 능력이 이곳에서는 통용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떤 사유가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도록 했을까? 더군다나 아직 철도 들지 않은 어린 자녀들, 심지어 젖먹이 아기까지 데리고 꼭 이민을 가야만 했던 불가피한 사정이라도 있었던가?

“가느냐마느냐, 엎치락뒤치락하기를 몇 번씩 하면서 회유 반, 공갈 반인 남편의 설득에 떠나게 된 이민 길……. 지금까지 외국 한번 나가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어린 것들을 데리고 산 설고 물 설은,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타향살이를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가? 김포공항 출국 장소에는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였던 친척, 친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다. 아빠와 철모르는 세 살짜리 아이는 벌써 저만큼 들어가서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하는데 늙으신 어머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여인은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만다. ‘나는 못 간다, 나는 못 간다.’ 품속에 안긴 6개월짜리 아기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1995년 이민 당시 젖먹이는 지금 대학생이 되었고 초등학교 때 데리고 온 아이들은 이미 사회인이 되어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은 소득이지만 이 나라 실정에 맞게 규모 있는 살림을 차려왔다. 혜택이 많은 이 나라 교육 시스템에 따라 이민의 주된 동기였던 자식의 교육문제는 해결이 되고 있다. 자식이 독립해 나갈 무렵 두 부부는 뉴질랜드 연금을 지급 받게 되고 노후를 자기 시간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행복 찾아 뉴질랜드까지 왔다면 끝까지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을 즐길 일이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행복과 비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다른 사람의 평가에 좌우될 필요도 없다. 이민을 후회하고 한국 생활을 부러워한들 스스로 불행만 자초할 뿐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든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어떤 삶의 환경이든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좋은 점을 십분 활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면 행복 지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를 탔는데 어디로 갈지, 언제 도착할지도 모른 채 예정 없는 비행기를 탄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뉴질랜드로 제2의 인생을 향해 이민 온 우리는 나름대로 뚜렷한 목적과 실행 목표를 갖고 왔다고 본다. 뉴질랜드에서도 정을 못 붙이고 한국을 왔다 갔다 한다면 허송세월만 보낼 수도 있다. 잠시 한국에 들를 때 반갑게 만나는 친구들이 역 이민으로 들어갔을 때도 동지가 되어 살갑게 지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해외 출신에 대한 은근한 따돌림 정서도 있을뿐더러 경제력에 따라 끼리끼리 어울리는 문화가 한국 사회에 번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친지들도 나름대로 빠듯한 스케줄과 경제 사정으로 정신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베풀면서 살아갈 능력이 없이는 홀대받기 십상이다. 역이민에 적응 못하고 다시 이민국으로 돌아올 때의 패배감은 어쩌랴. 

뉴질랜드 이민 이후 행복에 대한 기준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물질지향에서 자연지향/감성지향으로, 시간적/공간적으로 여유 있는 삶, 취미 생활의 여유, 가족과의 단란한 생활 등에서 행복을 추구해야 뉴질랜드에 맞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민 보따리를 싸 가지고 뉴질랜드로 떠나올 때의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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