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0 개 1,474 한얼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교하면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유독 많다. 더 분방하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일까. 특히 여름날에 길거리를 걷다 보면 문신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다.

자해하는 게 아니라면야 자신의 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문신도 헤어스타일이나 매니큐어와 마찬가지로 미용이나 자기 표현의 일환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침범하거나 비난할 이유는 다른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월권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문신한 사람을 보는 게 불쾌하다면, 글쎄. 문제는 그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라, 불쾌하다고 여기는 당사자에게 있는 게 아닐까.

거의 십 년 가까이 외종 사촌 언니를 만났을 때, 언니의 몸 곳곳에 문신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랐던 것 같다. 물론 눈에 띄는 위치에는 없었다. 발의 복사뼈나 귀 뒤, 그리고 어깨와 골반 정도였달까. 그 신중하리만치 작은 문신들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혹시 아플까 싶어 - 물론 그럴 리는 없지만 - 손끝으로 꾹꾹 눌러보고 뭐라고 쓰여진 건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물어보았다.

“이건 뭐라고 쓰여진 거야?”
“라틴어야. 유명한 명언이래.”
“그럼 이건 왜 새겼어?”
“그냥.”

몸에 그림을 그려 넣는 데엔 딱히 이유가 없어도 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약간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내 수긍했다. 아무렴, 이건 내 몸인데.

내가 본 중에 가장 흔한 문신은 색채가 들어간 ‘전통적인’ 문신이었다. 대개 꽃이 들어가 있고,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무늬가 테두리 없는 바탕을 메운다. 더러는 - 남자들의 경우 - 해골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보통은 팔--이두근에서 팔꿈치 안쪽까지 살을 메우고 있고, 손목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심심찮다. 마치 소매처럼. 어쩌다가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빤히 응시하게 된다.

나도 문신을 새기고 싶다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보통 문신은 지극히 개인적인 뜻과 중요성을 가진 것들이 많으니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직 정확히 어떤 모양을, 또는 문구를 새기고 싶은진 모르겠지만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을 생의 메멘토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내게 소중한 것, 또는 특별한 상징. 비록 살면서 그런 걸 정해놓지는 않았어도.

내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문신은 어떤 젊은 여성의 몸에 새겨진 것이었다. 더운 여름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매가 없거나 짧은 옷을 입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던 중 내가 본 그 라틴계 여성의 문신은 바로 날개였다. 흔하다면 흔한 문신 유형이지만, 그녀의 ‘날개’ 한 쌍은 늘씬한 어깨와 날갯죽지 전체에 걸쳐 그려져 있었다. 딱히 색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섬세하게 검정색 잉크로 그려진 날개는 진짜 새의 날개처럼 목 바로 아래, 등의 한가운데서부터 시작해 어깨와 이두근까지 깃털을 펼치고 있었다. 소매나 줄 없는 하얀 홀터넥 상의를 입고 있어서 더더욱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내가 본 것들 중 그 어떤 것보다도 노골적이고 파격적인 자유에의 갈망이라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내 부모님은 내 몸에 펜촉을 갖다 대는 것조차 결사반대를 하시니, 대신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 등에게 문신을 주어 대리만족을 하곤 한다. 그들이 지나온 길과 하지 않는 이야기의 역사를.

문신은 그런 뜻에서 새기는 것이니까. 사람들이 문신을 꺼려 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1,645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 보지 않을 거라면, 아예 영영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물론 껄끄러운… 더보기

시간 - 지켜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637 | 2016.08.10
시간을 지키는 것에 예민하다. 무척이나. 다른 사람들은 과민 반응이라고 할 정도로.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손에 축축하게 식은땀이 배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 더보기

즐거운 노동

댓글 0 | 조회 1,625 | 2013.11.26
집에 혼자 있는데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곤 한다. 그것도 아주 자주. 이럴 땐 무척 당혹스럽다. 게다가 성미상 미루는 것에도 매우 소질이 없는지라 거의 사나흘에… 더보기

머리카락 -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댓글 0 | 조회 1,601 | 2013.08.14
한국에 와서 한 달이 지난 후, 머리를 잘랐다. 2년만이었다. 목까지 오지도 않도록, 귀 아래에서 찰랑거리도록 단칼(가위?)에 싹둑. 내 잘린 머리를 두고 많은 …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1,588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삼는 카페가 흔히 나온다.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도, 혹은 그냥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 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 더보기

정원 - 꽃과 나무와 책임

댓글 0 | 조회 1,569 | 2015.02.25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정원일은 매우 피곤하다. 특히 정원이나 원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꾸거나 키우는 것은 싫어하고, 과수원에 … 더보기

예쁜 것과 아픈 것

댓글 0 | 조회 1,567 | 2013.09.11
모든 여자들은 원하는 만큼 근사한 신발들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성들의 자유로운 신발 소유권(?) 및 선택의 폭을… 더보기

고양이 - 도도한 애교쟁이

댓글 0 | 조회 1,562 | 2015.08.13
고양이를 키울까 고민 중이다. 얼마 전부터. 실은, 몇 년째. 작고 귀엽고 깜찍한 동물도 좋아하지만 그보단 좀 더 커다란 쪽이 취향인 탓에 고양이도 큰 대형묘를 … 더보기

주말 - 혼자만의 여유

댓글 0 | 조회 1,560 | 2015.03.10
주말은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조용하게, 그리고 혼자서. 거기에 딱히 하는 일도 없는 것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가끔은 친구들과 만나거나 놀러 나가는… 더보기

겨울 - 춥지만 믿지는 않은

댓글 0 | 조회 1,557 | 2016.12.07
한국에는 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러운 연락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벌써? 아직 11월인데! 하지만 날씨는, 그리고 기온은 그런 틀에 박힌 시간 관념 따위엔 전혀 … 더보기

부산여행 - 上

댓글 0 | 조회 1,525 | 2014.08.26
부산은 3년만이었다. 아니, 2년만이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오랜만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비록 가는 길은 입석이었지만, 그래서 다섯 시간 반 내내 딱딱한 바… 더보기

혼자라는 것

댓글 0 | 조회 1,520 | 2015.07.14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한다. 정확히는, 혼자라는 것에 대해서. 다소 포괄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생각이긴 하지만 기본 개요는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보기

완벽과 자기 만족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482 | 2012.09.11
나는 그다지 여성스러운 편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학교에 츄리닝을 입고 가거나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화장도 … 더보기

화장 - 복잡한 신비로움

댓글 0 | 조회 1,475 | 2013.10.08
회사에 다니면서부터 나는 사회인이 되었고, 사회인이 되면서부터 시작한 것이 있다. 화장이다. 나는 그것에, 마치 낯설고 어려운 동물을 대하듯 다가가고 있다. 조심… 더보기

현재 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댓글 0 | 조회 1,475 | 2015.05.26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교하면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유독 많다. 더 분방하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일까. 특히 여름날에 길거리를 걷다 보면 문신이 있는 사람보다… 더보기

꿈 - 항상 졸리게 만드는 것

댓글 0 | 조회 1,463 | 2014.11.26
꿈을 자주 꾼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원래 인간들은 대체로 거의 매일 꿈을 꾸고, 기억을 못 하는 것뿐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일 것이… 더보기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댓글 0 | 조회 1,451 | 2016.11.09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적부터 벽에 뭔가를 붙이는 것을 좋아했다. 붙이거나, 걸거나.대개는 엄마가 손수 만든 예쁘장한 섀도우 박스(Shadow bo… 더보기

시- 작고 즐거운 조각들

댓글 0 | 조회 1,438 | 2015.05.13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소소한 방법들 중엔 시 외우기가 있다. 물론 많이는 아니고, 그저 아주 좋아하는, 항상 기억하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시 한두 개 정도. 로버트… 더보기

떠난다는 것과 머무는 것

댓글 0 | 조회 1,410 | 2013.07.09
6월의 끝자락에 도착한 한국은 매우 후덥지근하고 더웠다.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가방을 찾기 위해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그것이었다. 생각보다 더 덥네.… 더보기

체육관-운동과 친숙함의 관계

댓글 0 | 조회 1,394 | 2015.03.25
언제 가도 체육관은 똑같다. 같은 조명에 같은 배경, 같은 음악. 그렇기에 마치 제 2의 집 같은 느낌도 든다. 심지어 늘 느껴지는 냄새마저도 똑같으니, 정겹지 … 더보기

Sweater Weather

댓글 0 | 조회 1,377 | 2015.04.29
시간은 가을이지만 계절은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 되는 과도기가 다시 찾아왔다. 이른바 스웨터의 계절(sweater weather)인 것이다. ‘스웨터의 계절’. 정… 더보기

가장 짧지만 긴 그 순간

댓글 0 | 조회 1,363 | 2015.08.27
길을 걷다가, 또는 슈퍼마켓에 갔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매번 반갑다기보다는 당혹스럽다. 마주치는 그 한 순간만큼은 인생에서 제일 거북한 … 더보기

음악에 관한 (아마도)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327 | 2013.06.12
없인 살 수 없는 몇 가지 중에 음악이 있다. 물론 누구나 음악을 듣고 즐기긴 하겠지만, 내 경우엔 음악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음악은 마치 산소처… 더보기

어느 해 겨울, 등교길

댓글 0 | 조회 1,321 | 2013.02.27
겨울의 등교길은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매일매일의 시작이 똑같기에 한 덩어리로 엉겨 거대한 공이 되어 버린 식으로, 겨울 아침들은 그렇게 일체화되어 구분할 … 더보기

기계, 우리들의(아직은 불완전한) 동반자

댓글 0 | 조회 1,313 | 2013.09.24
얼마 전부터 노트북이 말썽이다. 또. 포맷한지 얼마나 됐다고 말썽인지, 마치 혼나도 혼나도 말썽을 피우는 꼬마 같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화를 내고, 투덜거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