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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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신해철

0 개 1,956 박지원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시리즈 아닌 시리즈물을 쓰다보니 어렵다. 분량조절에 실패한 탓에 자꾸 사골처럼 우려먹는 기분이다. 사골은 그래도 오래 우린 맛이라도 있는데, <강>과 <작업기> 이 두 가지 사골은 어째 프림을 넣은 것처럼 텁텁하기만 하다.

어차피 돈도 안 받고-안 주는 건지 못 주는 건지- 제로에 가까운 사명감과 99%에 가까운 뜻 모를 의무감에 주욱 적어나가고 있으니 또 다시 오늘은 멋대로 주제를 바꾸어서 하고 싶은 말이나 해볼까한다.

그러니까, 내가 오늘 이 지면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은 논객이 실종된 한국사회이다. 논객의 사전적 의미는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이다. 2002년 말,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고, 노무현은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노무현은 토론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사람이 되어가기 시작할 무렵의 짐승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인적 체감으로는 참 많은 논객들이 그 후로 몇 년간 쏟아져 나온 듯하다. 그러나 이 논객들은 좌파와 우파라는 한국 특유의 실체없는 정치적 분류법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피상적으로 그리 폭 넓은 가치를 지니지는 못하였다. 그저 <100분 토론> 같은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그 때의 이슈거리 등에 대해 토론하는 “당연하고” “말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변희재, 전원책, 진중권, 유시민 등은 각자의 진영(?)에서 비교적 높은 가치와 캐릭터성을 부여받고 활동하는 이른바 “스타논객”이었다. 그 중 내가 주목했던 인물은 신해철이 었다. 당시 대중적 어휘와 핵심을 짚어가는 논리로 보기 드문 설득력을 지녔던 논객이었다. 그는 음악적 기반으로 인해서인지 주도면밀하게 감정적인 듯도 하고, 정열적으로 이성적인 듯하게 그의 생각을 가감없이 내뱉었다. 토론에서 못했던 말은 음악으로, 음악에서 못했던 말은 토론에서 풀었던, “옳고 그름을 화려하게 잘 논하는 사람” 이자 “말 많은 사람”이었다.

어찌되었든 신해철을 비롯한 여러 논객들의 의견들이 당시에는 분명 와 닿았었고, 감동한 적도, 속시원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

지금의 한국 TV를 보게 되면 그들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오로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을 지도하고, 그것이 그르다고 말하면 친북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현재 북한과 남한의 적대적 공생관계란 마치 우는 아가에게 “너 울면 무서운 아저씨가 이 놈! 한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아기는 슬프면 울어야 하는데, 현재의 한국은 울 때도 숨죽여 울어야 한다. 당당한 울음소리는 사이버 불링 혹은 통제의 표적으로 치환되어버리는 불행하고 불량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놈!

현재의 논객들은 트위터, 팟캐스트 등 그야말로 지하세계에서 소수의 지지를 받으며 언젠가는 바위가 깨지겠지 하는 계란의 심정처럼 옳고 그름을 면밀히 파괴하고 조립하고 또 재조립 하고 있다. 캐릭터성이 있는 스타논객들은 그나마 TV에 나오지만, 이제는 청춘을 위로한답시고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할 뿐이다.

논객은 한국이라는 전장을 휘졌던 장군들이었다. 특히 결과주의와 성과주의로만 대변되어 비정상적인 성장을 이루었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있어서- 끊임없이 사건과 이슈를 탐구하고 논하며 대중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던져주었었던 “논객”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앞만 보고 달리는 한국 사회라는 기차에서 옆의 풍경을 듣고 말하는 논객과 논객. 이 화자와 청자의 역할극이 대중들에게 조금 더 정착되고 체화되어 현란한 컬러가 사회에 채색되었었다면, 조금 느리게 진행되었을지언정 문화의 발전과 성숙한 사회를 우리는 분명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참 촌스럽다. 한국의 미디어 및 보도매체는 나트륨을 과다로 섭취한 것처럼 자극적이기 그지없고 오로지 표면만을 보여주는 심하게 왜곡된 거울과도 같다. 분명 실체는 있지만 만질 수 없고,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진실은 없다. 진정성 어린 진실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옳고 그름의 시각들은 그저 ㅋㅋㅋㅋ로 변질되고, 혹자는 우매한 대중들을 현혹하고 선동하는 짓이라 한다. 지리멸렬한 일이다. 세련되지 못한일인 것이다.

수많은 논객들의 확성기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서서히 막혀버렸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 신해철이 그리워진다. 어쩌면 갑작스럽고 황망한 죽음이 빚은 이유없는 위대함 혹은 의미없는 기대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해철 그 사람이었다면, 당당하게 다른 것은 다르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외치지 않았을까. 지금의 한국은 호불호를 떠나 그런 호기롭고 화려한 칼춤의 광대 혹은 장수가 절실하다.

뭐, 나 같은, 어찌보면, 도피자가, 할 말이 있으려나. 그저 시치미 뚝 떼고 씨-불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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