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버린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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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버린 두꺼비

0 개 2,480 한일수
두꺼비.jpg

두꺼비는 예로부터 복(福)과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민간 전설 ‘두꺼비와 지네’에서는 자기를 키워준 소녀를 위하여 침입한 지네와 싸워 함께 죽고 소녀를 살려낸 보은의 상징 동물로 두꺼비를 묘사하고 있다. 흑갈색 또는 황갈색 바탕에 짙은 얼룩무늬가 있는 두꺼비는 수 십 년 동안 우리 한민족과 친숙하게 지내왔다. 몸통 등에는 많은 피부 융기가 있고 짧은 네다리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두꺼비에 왜 친근감을 느끼는 것일까?

소주는 곡식이나 고구마를 원료로 발효시킨 술을 증류하여 이슬처럼 받아낸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 성미에도 맞는다. 원래 페르시아에서 발단되었는데 몽고인이 이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원나라로부터 전해져 성행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막걸리는 배부르고 양주는 너무 비싸다. 반면 싼값에 고기 몇 점이면 쉽게 취할 수 있는 소주는 서민의 벗이 되어왔다.

60년대 초 진로소주의 CM 송(Song)은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여 히트를 하게 되었다. 진로 또한 소주의 대명사로 확고한 기반을 잡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21세기에 접어든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서민들의 애환을 용해시켜온 국민주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에든 진로소주가 유통되고 있으며 뉴질랜드 리쿼숍(Liquor shop)에서도 눈에 띈다. 소주 이름이 진로(眞露)이니‘참이슬’즉 불순물이 없는 수증기가 물방울로 된 것이다. 소주의 성질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상표의 상징으로서 두꺼비를 모신 것도 일리가 있다. 무논이나 늪 등에서 생활하며 이슬을 받아먹는 두꺼비와 소주, 진로가 동일한 이미지로 연상되고 있다. 

진로는 초대 장학엽 회장이 1924년에 창업하였으니 91년 전의 일이다. 1985년에 창업주의 둘째 아들 장진호 측에서 당시 표현으로 경영 쿠테타(Coup detat)를 일으켜 2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젊은 혈기로 사세를 확장해나가는 듯 했다. 주류산업에서 유통, 건설, 백화점 등 비 전문분야에까지 마구 확장하다보니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고 이를 충족하기위해 과도한 차입금을 끌어드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계열사 살리기에 수혈하다보니 알토란 모기업 진로소주 마저 경영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드디어 1997년 외환 위기를 해쳐나가지 못하고 그룹은 해체되어 버렸고 진로소주는 하이트 맥주에 넘겨졌다. 

진로그룹 장진호 전 회장이 분식회계, 횡령 등 죄목으로 법적인 처분을 받고 외국으로 나가 국적도 상실한 채 캄보디아와 중국으로 떠돌아다녔다. 얼마 전에 그 장 회장이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지나친 자신감, 무리한 확장욕구와 과도한 차입경영, 조급함이 70년 이상 이어온 기업의 생명줄을 끊어 놓은 결과이다. 그동안 명멸했던 율산, 제세, 삼익, 삼미, 대농, 쌍용 등 그룹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재계 3위로 신화를 창조했던 대우그룹의 해체도 그렇다. 

조급하면 패한다. 기회는 해변의 파도처럼 다시 오기 마련인데 왜 그리 서두는지? 경영주는 추진력과 절제력이 필요한데 최고 경영자가 절제력을 잃을 때는 아무도 그를 말릴 수가 없다. 총수의 말에 토를 달았다간 그 밑의 경영층들은 자리를 보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풍선을 계속 불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인데…….

뉴질랜드의 한인 사회에도 이민 연륜이 쌓임에 따라 뿌리 깊은 기업들이 퍼져나가야 될 일이다. 그러나 현지사회에 내 놓을 만한 한인 기업을 손가락으로 헤아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 때는 녹용 사업으로 크라이스트처치를 중심으로 여러 기업들이 역할을 많이 했지만 현재는 많이 축소되어 있는 형편이다. 오클랜드에서 부동산 재벌로 기대되던 J씨도 과도한 부동산 구입과 그에 따른 차입금 누적으로 손을 들고 만 사례도 있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번 돈으로 기업을 일구고 성장을 거듭하여 뿌리를 내리고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돈을 사기당하거나, 검증 없이 사업체를 벌렸다가 손해만 보고 처분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뉴질랜드로의 이민물결이 피크를 이룰 무렵인 1996년 3월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종합유통, 식품, 레스토랑 사업 군을 일구며 일반 교민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던 업주 O씨가 하루아침에 부도를 내고 도주하는 바람에 교민 사회에 막대한 상처를 입힌 사례가 있다. 또한 1993년에는 오클랜드 시내 번화가에서 대형 뷔페(Buffet) 레스토랑을 개업했다가 몇 달을 못 버티고 적자에 허덕이던 경영주가 한강 다리에서 투신한 사례도 있다. 

우리 한인들의 인력을 수용할 관공서, 대기업, 전문직을 위한 자리가 한정되어 있는 뉴질랜드 이민 사회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인들 각자가 비즈니스 노하우(Know-how)를 축적하고 이를 키워서 우리가 설 자리를 마련해야된다는 결론이다. 동시에 자본과 기술을 모아서 통합된 힘으로 한민족 공동체의 사업단위를 구성하는 일도 지금의 과업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한인 사회 자체 내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민 올 때 유입한 자금이종자돈이 되어 계속 번창해야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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