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ater Weather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Sweater Weather

0 개 1,373 한얼
시간은 가을이지만 계절은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 되는 과도기가 다시 찾아왔다. 이른바 스웨터의 계절(sweater weather)인 것이다. ‘스웨터의 계절’. 정말 적당한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스웨터의 계절은 말 그대로 티셔츠를 입기엔 좀 쌀쌀하고, 코트를 걸치기엔 너무 따뜻하니 스웨터를 입기 적절한 때를 부르는 말이다. 그리고 모든 과도기가 그러하듯 어중간하니 미적지근한 이 시기는 어딘가 느슨하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비성수기랄까, 모두가 조금은 넋을 놓고 있고, 쉬이 피로해한다.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 거실에 앉아 비 오는 창 밖을 내다보며 따뜻한 차나 한 잔 하고 싶어지는, 여유를 불러오는 시기.

정작 나는 스웨터의 그, 털실 특유의 따가움이 싫어서 스웨터를 거의 입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도 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스웨터 대신 담요라도 상관 없다. 담요든 이불이든 둘둘 말고, 전기 장판을 켜놓은 따끈한 침대 안이나 오래 누워 있어 뜨뜻해진 소파라면 안성맞춤이다.

뉴질랜드의 스웨터의 계절은, 사실 스웨터보단 우산이 더 잘 어울리는 기간이기도 하다. 겨울의 폭풍을 예고하듯 비가 마구마구 오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만 오면 또 모를까, 바람도 휘몰아치고 심한 경우엔 이른 폭풍우까지 쏟아지니 그야말로 재앙이 따로 없다. 거기에 잠깐 태양이 나왔나 싶으면 또 금방 비가 내려버리고, 결과적으론 기껏 조금 말려놓은 빨래들을 다 적셔버리게 된다.

......굳이 우산의 계절이 아니라 눅눅한 빨래의 계절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영미권에선 우스갯소리로 스웨터의 계절은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계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몸을 가릴 수 있는 두터운 스웨터는 확실히 자기 몸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타협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쪽으로 보기보단, 난 스웨터의 계절엔 좀 더 로맨틱한 구석이 있다고 여긴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더 네이버후드(The Neighbourhood)란 밴드의 동명의 곡이 한 몫 했다.

이 노래, ‘스웨터의 계절(Sweater Weather)’의 후렴구는 이렇다.
[왜냐면 여긴, 지금은 ‘Cause it’s too cold
네게는 너무 추우니까 For you here and now
그러니 네 손을 잡아줄게 So let me hold
내 스웨터의 구멍에 네 두 손을 Both your hands in the holes of my sweater]

흔히들 ‘늑대 코트’니 ‘여우 목도리’니 하는 옛 농담들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색다르고, 십대의 풋풋한 느낌이 진하게 풍기는 표현은 처음이었다.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지만 혼자일 땐 좀 쌀쌀하게 느껴지는 바람을 피하는 - 또는 외면하는 -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사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어떤 문제든 피하거나 외면할 수 있게 도와주긴 하겠지만, 적어도 고독은 완전히 해결될 테니까.

뉴질랜드의 스웨터의 계절은 아직 한 달 가량 남은 것 같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나는 스웨터 대신 담요와 (별로 낭만적이진 않아도) 내복을 껴입는다. 그렇지만 이제 곧 그마저도 부족해지고 코트 없인 버티지 못할 계절이 또 오리라. 코트와 목도리, 장갑으로 중무장해도 파고들 바람은 모조리 파고들어 밖에 나가기 더더욱 싫어지는 시간이.

별로 고대하고 있진 않다. 비도, 비바람도, 올해도 분명 찾아올 폭풍도. 그렇지만 뭐든지 올 것은 오는 법이고, 버텨야 하는 것은 버텨야 하는 법이니.

내년에도 같은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 생각하니, 그래도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다.

장신구 - 사랑(받는 여자)의 표식

댓글 0 | 조회 1,788 | 2015.10.29
보석은 사랑 받은 여자의 일생을 상징한다. 그런 말을 읽은 것이 에쿠니 가오리였던가, 아니면 다른 작가의 책이었던가. 출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인상에 깊게… 더보기

추석 -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

댓글 0 | 조회 1,932 | 2015.10.15
한민족의 대명절 중 하나는 추석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해당되는 사항이 별로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는 아무래도 너무 차가웠… 더보기

요리 - 피할 수 없는 사소함

댓글 0 | 조회 1,264 | 2015.09.24
먹고 살기 위해 필수적인 것 하나: 요리. 요리를 잘 하냐고 묻느냐면 그저 그렇다고 답한다.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굳이 소질이 있지는 않아… 더보기

감기 - 불쾌한 잠복 동거

댓글 0 | 조회 1,777 | 2015.09.10
매년 거쳐가는 연례 행사로는 감기가 있다.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일 년에 두 번쯤 와버리는 불청객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더보기

가장 짧지만 긴 그 순간

댓글 0 | 조회 1,353 | 2015.08.27
길을 걷다가, 또는 슈퍼마켓에 갔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매번 반갑다기보다는 당혹스럽다. 마주치는 그 한 순간만큼은 인생에서 제일 거북한 … 더보기

고양이 - 도도한 애교쟁이

댓글 0 | 조회 1,554 | 2015.08.13
고양이를 키울까 고민 중이다. 얼마 전부터. 실은, 몇 년째. 작고 귀엽고 깜찍한 동물도 좋아하지만 그보단 좀 더 커다란 쪽이 취향인 탓에 고양이도 큰 대형묘를 … 더보기

장례식 - 안녕, 그리고 고마웠어요

댓글 0 | 조회 1,640 | 2015.07.28
살면서 장례식에 가본 적은 딱 두 번이었다. 하나는 아주 오래 전, 하나는 비교적 최근. 처음으로 갔던 장례식은, 사실 누구의 죽음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보기

혼자라는 것

댓글 0 | 조회 1,510 | 2015.07.14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한다. 정확히는, 혼자라는 것에 대해서. 다소 포괄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생각이긴 하지만 기본 개요는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보기

일터 - 두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147 | 2015.06.24
전 연재분의 마지막을 손님 이야기를 하며 마쳤으니, 이번에도 손님들 이야기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가장 대하기 어려운 류의 손님이랄까, 제일 꺼리는 방문객… 더보기

일터 - 첫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09 | 2015.06.10
내가 일하는 곳은 만물상이다. 적당한 크기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 있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나이든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찾… 더보기

문신-지극히 개인적인 암호

댓글 0 | 조회 1,468 | 2015.05.26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교하면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유독 많다. 더 분방하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일까. 특히 여름날에 길거리를 걷다 보면 문신이 있는 사람보다… 더보기

시- 작고 즐거운 조각들

댓글 0 | 조회 1,430 | 2015.05.13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소소한 방법들 중엔 시 외우기가 있다. 물론 많이는 아니고, 그저 아주 좋아하는, 항상 기억하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시 한두 개 정도. 로버트… 더보기

현재 Sweater Weather

댓글 0 | 조회 1,374 | 2015.04.29
시간은 가을이지만 계절은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 되는 과도기가 다시 찾아왔다. 이른바 스웨터의 계절(sweater weather)인 것이다. ‘스웨터의 계절’. 정… 더보기

생일 - 이정표, 기념일, 생존기

댓글 0 | 조회 1,288 | 2015.04.15
생일이 지났다. 해가 갈 수록 나이를 먹는 것이 점점 빠르게 체감되어 안타까웠다. 어렸을 적엔 생일이 아주 즐겁고, 매년 손꼽아 기다리곤 하는 연중 하이라이트였는… 더보기

체육관-운동과 친숙함의 관계

댓글 0 | 조회 1,387 | 2015.03.25
언제 가도 체육관은 똑같다. 같은 조명에 같은 배경, 같은 음악. 그렇기에 마치 제 2의 집 같은 느낌도 든다. 심지어 늘 느껴지는 냄새마저도 똑같으니, 정겹지 … 더보기

주말 - 혼자만의 여유

댓글 0 | 조회 1,555 | 2015.03.10
주말은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조용하게, 그리고 혼자서. 거기에 딱히 하는 일도 없는 것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가끔은 친구들과 만나거나 놀러 나가는… 더보기

정원 - 꽃과 나무와 책임

댓글 0 | 조회 1,566 | 2015.02.25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정원일은 매우 피곤하다. 특히 정원이나 원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꾸거나 키우는 것은 싫어하고, 과수원에 … 더보기

건망증 - 잊어도 되는 것과 잊으면 안 되는 것

댓글 0 | 조회 2,120 | 2015.02.10
건망증이 심한 편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조금만 산만해지면 뭐든지 간에 금방 잊어버려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무얼 하든, 무슨 말을 듣건… 더보기

운동 -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댓글 0 | 조회 2,013 | 2015.01.29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한 후의 기분은 매우 좋아한다. 끈적하거나 덥다거나 하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성취감. 뭔가를 해냈다는 그 고양감. 그 묘한… 더보기

조용한 크리스마스

댓글 0 | 조회 998 | 2015.01.14
크리스마스는 새해와 함께 별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다행스럽게도. 행사들을 싫어하는 편이고, 기념일은 매번 잊어버리는 유형의 사람인지라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 더보기

이사-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782 | 2014.12.10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좀 더 길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거처를 옮기게 된 것이다. 살고 있던 집에서 할머니 댁으로, 그리고 이곳에… 더보기

꿈 - 항상 졸리게 만드는 것

댓글 0 | 조회 1,458 | 2014.11.26
꿈을 자주 꾼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정도. 원래 인간들은 대체로 거의 매일 꿈을 꾸고, 기억을 못 하는 것뿐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일 것이… 더보기

양양 - 서프라이즈 바다 여행

댓글 0 | 조회 2,507 | 2014.11.12
바닷가에 다녀왔다. 일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집을 떠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 침대가 아닌 곳에선 잠을 이루지도 못하거니와, 낯선 분위기에 적… 더보기

인형 - 익숙함과 편안함

댓글 0 | 조회 1,982 | 2014.10.29
인형을 좋아한다. 이 사실 때문에 들은 수많은 지탄들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로.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동물 인형에서부터 바비까지 모두 좋아한다. 피에로… 더보기

여행-그리하여 돌아올 따뜻한 익숙함

댓글 0 | 조회 1,653 | 2014.10.15
여행. 이 단어를 보면 사람들은 대개 뭘 떠올릴까. 나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차라리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한다. 이리 뒹굴, 저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