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3월 28일의 보궐선거를 통해 Northland 지역구를 거뜬히 탈환한 NZ First당 윈스턴 피터스 당수가 4월 1일 지역구 의원 “금뱃지”를 달고 웰링톤 국회의사당으로 당당히 귀환했다.
타우랑아에서만 장장 21년간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장수한 피터스 당수는 지난 2005년 국민당의 신예 봅 클락슨 의원에게 근소한 차로 패한 후, 당수가 격에 맞지 않게 전국구 의원으로 근근히 연명하며 정치생명이 다하는가 싶더니 국민당의 아성인 노스랜드 지역구의 보궐선거에서 돌연 입후보를 선언, 결국 4천여표차로 국민당 후보를 가볍게 물리치고 승리, 마침내 ‘돌아 온 불사조’로서 정치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멋있게 장식할 계기를 스스로 마련했다.
20년전에도 “반 아시안 이민” 캠페인으로 영어 못하는 유색인종에 대한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며 뉴질랜드 정계에서 일정한 정치적 지분확보에 성공한 바 있는 그는, 이번에도 지역경제의 침체와 개발 낙후로 “(국민당 정부로부터) 무시된(neglected) 지역”이라는 이 지역주민의 자존심을 긁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건 선거 캠페인으로 톡톡히 재미 본‘피터스 효과’로 존 키 총리의 제3기 집권 국민당(National)이 큰 타격을 입었다.
피터스 당수가 지난 30년간 뉴질랜드 정치계에서 살아 남은 이유는 뉴질랜드 장년과 노년 보수층의 ‘아시안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라는 시대적 이슈와 이번 노스랜드 지역구 승리에서 보여줬던 바와 같이 ‘경제 침체와 개발 낙후’라는 민감한 지역 이슈를 터치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남보다 재빠르게 이슈를 선점하고 그의 탁월한 정치감각에 있었다.
이번 보궐선거 승리를 계기로 NZ First당은 주요 정당인 국민당 연립과 노동당-녹색당 연립사이에서 세력균형의 ‘의미 있는’ 변수로 자리잡게 됐다.
반면, 집권 국민당은 오랫동안 국민당의 지지기반으로 굳혀 온 노스랜드 지역구가 이번 피터스 당수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한 수에 의해 어이없이 뚫림으로써 이 효과가 일파만파로 전국의 경제침체와 개발 낙후지역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당 우려지역으로는 기스본, 혹스베이, 이스턴 베이 오브 플랜티, 황가누이, 웨스트 코스트 지역구들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당 후보를 당선시키고도 당선자 개인의 불미스런 자충수로 의원직을 스스로 내 놓음으로써 초래된 이번 보궐선거의 패배로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격”인 국민당은 존 키 총리의 지도력에 흠집을 입고 아직 그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아쉽게도 원내의석 과반수(61석) 확보에 실패한 국민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과반수 확보를 위해 단 한 표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의 보궐선거 실패로 오히려 또 한 석을 상실함으로써 국민당 연립정부 파트너인 ACT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데이비드 세이뮤어와 역시 United Future당의 홀로 국회의원인 피터 던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피터스 당수의 재기로 NZ First당이 가장 활기를 되찾고 있는 반면, 데이비드 컨리프 전 당수의 사퇴 이후 앤드류 리틀 당수를 중심으로 새 지도부를 차린 노동당은 여전히 제 자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제1 야당으로서 녹색당과 NZ First당과 연대를 모색해 ‘공동의 적’인 국민당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의 선두에 나서 확실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함에도 녹색당과의 연합전선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고, 당수 자신도 이번 보궐선거에서 제대로 된 독전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피터스 당수의 기세에 밀려 제 풀에 주저앉고 마는 등, 제1야당의 당수로서 결단력과 비젼면에서 아직 제대로 된 선명성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