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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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살리라

0 개 2,555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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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사람들은 흙을 멀리하고 자꾸 하늘로만 치솟으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The tower of Babel) 이야기는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천국에 오르겠다고 어리석은 짓을 하자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공사는 중단되고 사람들은 흩어져 살게 되었으며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해서 의사소통이 어렵게 만들어졌다. 바벨(Babel)은 히브리어로 ‘혼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무모한 도전에 대한 하느님의 응징 조치였다. 

21세기 벽두에 일어난 9.11 테러 사건은 전 세계인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110층짜리 세계 무역센터 쌍 동이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일이 발생한 것인데 그리고 바로 몇 년 전에 일어난 재앙이었다. 그런데 인간들은 지금도 세계 각처에서 고층 빌딩을 짓는 경쟁을 벌리고 있다. 대체 땅위로부터 몇 미터 위까지 인간 구축물을 올리겠다는 건가? 고층 빌딩은 단위 면적당 건축비가 턱없이 많이 들고 고층 빌딩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합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집합하게 되다 보니 각종 사고 위험은 층이 높을수록 커져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제2 롯데월드 빌딩이 완공되기도 전에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삼성동 한전 자리에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끔직한 건물을 지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인간은 땅을 딛고 생명을 유지하며 살게 되어 있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먹는 음식은 땅으로부터 생산되어 나온다. 흙은 암석이나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風化)를 거쳐 생성된 물질로 모든 생물들의 생명의 근원이다. ‘사람이 흙에서 나왔으니 땅을 갈아 농사를 지어라’ 창세기 3장 19절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또한 창세기 1장 28절에는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 하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흙으로 돌아가 유기농 농사를 짓고 흙집을 지어 창세기에 나오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수년 동안 문제가 되어오고 있는 비새는 주택만 해도 그렇다. 재래식 공법으로 지은 흙집도 냉난방에 문제가 없고 내구성도 좋은데 현대식 공법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플라스터 보드(Plaster board) 집은 왜 지은 지 몇 년 만에 비가 새고 붕괴 위험에 직면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연 순환 법칙을 따르면서 자연식 식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사람은 건강하게 살다가 흙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명 순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현대식 구조물, 각종 편의 시설에서 편의 식품을 먹고 살면서도 왜 질병은 창궐하고 각종 사고에 비명횡사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기계적 물질문명에 매몰된 현대문명의 어느 인간상을 떠올려 본다. ‘나라는 인생의 싹은 엄마와 아빠가 무슨 호텔 3739호실에서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10개월 후 어느 산부인과 병동 1768호실에서 태어났고 며칠 후 퇴원하여 신 개발 지역의 무슨 아파트 26단지 807동 2734호로 옮겨져 세상살이를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는 모든 시설들이 집중되어 있어 상가 빌딩 807호에서 유치부 학원을 수료하고 단지 안의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 후로 고등학교까지 아파트 단지 안의 빌딩 같은 교정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그동안 학교 수업 외에 개인 교습 및 학원 수강 과목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피아노 레슨, 컴퓨터학원, 웅변학원, 미술학원, 속셈학원, 태권도장, 글짓기 학원, 영어회화 학원, 수영교습, 체육관, 기타 여러 종류의 입시학원 등, 내가 몇 달 혹은 몇 년 씩 참여했던 기관들이다.

대학에 들어가니 605호, 397호, 35동 24관, 279동 16관 등 강의실을 쫓아다니기에 바빴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도 단순하지가 않았다. 17-1번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 지하철 9호선으로 갈아타고 중간에 내려 다시 23-6번 버스를 갈아타고 학교에 이를 수가 있었다. 군대에서 제대한 후 어느 재벌 회사에 취직해서 경리부서에 배치된 나는 사무실 안에서의 생활이 거의 전부였다. 빌딩이 크기 때문에 바깥 세계와는 많이 단절되어 있었고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역 지하도로 근무하는 빌딩에 도착해서 바로 엘리베이터로 사무실로 직행하기에 날씨 변화나 세상물정에도 둔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직장 생활 30여 년 동안에 사무실을 옮겨 다닌 기억도 없다. 사무실 번호는 3638호였다. 

퇴직 후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 어느 종합병원 2943호실에 입원했다. 급성 간염으로 판명된 나의 병세는 호전되지 못하고 어느 강추위가 몰아치던 밤 11시 44분에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내 시신은 그 병원 영안실 444호로 옮겨졌다. 그리고 화장 후 어느 납골당 42열 49호에 안치되었다. 내가 생존 시에 흙을 밟고 걸었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나의 일생은 10개의 아라비아 숫자에 의해서 끈질기게 통제되었다. 도대체 무엇 하러 태어나서 무얼 하다가 죽었는지 나도 헷갈리게 된다.’ 

뉴질랜드 이민 생활이 신의 뜻에 부합하는 삶에 가까이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사람이 흙의 기운을 받고 살아야 하는데 보통 3층 건물까지는 흙의 기운이 미친다고 한다. 그러나 살림집마저 고층 아파트에 위치해 있다면 큰 문제인데 뉴질랜드에는 3층 이상 거주 공간에서 살 일도 없다. 매일 같이 흙을 밟으며 흙에서 생명을 가꾸고 가꾼 음식을 즐기며 자연의 순환 법칙을 따르며 살다가 흙으로 다시 돌아 갈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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