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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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메아리

0 개 2,377 오소영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보트피플.’ 보트피플(boat people)은 1975년. 월남이 패망하고 공산화가 된 ‘베트남’을 보트로 탈출하던 난민들을 이르는 말이다. 그 당시 자주 들어온 우리들 세대는 낯설지가 않다.
    
인접국의 입국 거부와 강제 송환으로 국제적인 문제가 되기도 해서 나라잃은 설움의 뼈저림을 많이 실감하기도 했었다.

1985년. 11월 14일 오후 5시경.   
1년 동안의 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참치 원양어선 ‘광명 87호’가 남중국해를 지날 무렵이었다.   
인근에서 SOS를 부르짓는 작은 난파선을 발견한 ‘전 재용 선장’.

바다 한 가운데서 표류하는 국제미아 보트피플을 만난 전 선장은 마음이 몹씨 불편했다. ‘관여치 말라’는 회사의 지침을 떠올리며 인간적인 양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차츰 멀어져 가는 ‘광명호’를 보고 죽음을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던 보트피플. 그동안 25번의 외면을 당했고 26번째로 광명호를 발견 구조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 ‘전 재용’ 선장은 구조를 결심하고 뱃머리를 돌린다.

파도에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작은 보트 안에서 사흘을 굶어 엉겨붙어있는 96명의 ‘베트남’인을 끌어 올렸다. (모든 책임은 선장인 내가진다)는 각오로 회사에 96인 구조 소식을 알리고 열흘을 부산까지 버티기로 한다.

여성과 아이들은 선원실을 내주고 노인과 환자는 선장실에 모셔 치료와 극진한 보살핌을 한 전 선장과 한국 선원들.

그 모든걸 지켜본 보트피플의 대표 ‘피터누엔’이 ‘전 재용’ 선장과 보낸 열흘은 평생 잊지 못하는 눈물겨움이었다.

선원 25명의 식량과 생수로 96명의 베트남인과 나눠먹고 식량이 떨어지자, 배엔 잡은 참치가 많이 있다며 그들을 안심 시켰다.

‘피터누엔’이 가족 생각에 슬퍼할 때마다 극진히 위로도 했던 전 선장.

그들은 그렇게 무사히 부산에 도착했고 1년 반을 난민소에서 지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가 된 보트피플의 대표 ‘피터누엔’.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 온 가족들과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누린다. 

그 때부터 평생의 은인인 ‘전 재용’씨를 찾기로 한다.

무려 17년 동안을 수소문 한 끝에 연락이 된 두 사람.

그러나 ‘전 재용’씨의 편지 내용은 ‘피터누엔’의 마음을 몹씨 아프게 했다.

부산항에 도착 즉시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으며 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그 후로는 당연히 어디에도 취업이 되질 않았다. 보트피플을 구조할 때 그런 희생이 따르리라는걸 이미 각오했기에 모든걸 포기하고 고향인 ‘통영’에 내려가 멍게 양식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전 선장의 소식은 ‘피터누엔’에겐 크나큰 충격이었다.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훌륭한 일을 해 놓고도 칭찬은커녕 죄인이 되어 설움을 받아야했던 시대적인 배경이 안타까웠다.

자기들 96명의 생명과 맞바꾼 전 재용 선장의 희생이 너무나 커서 위로할 말조차 전할 수가 없었던 그들. 

2004년 8월 8일 미국 엘 에이 (LA) 공항. 보도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 재용’씨와 ‘피터누엔’이 서로를 얼싸 안았다. 19년만의 감격적인 상봉이었다.  
 
“사랑합니다”  

“미국까지 오셔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9년, 19년만이에요”  

두 남자의 뜨거운 포옹을 보면서 어느새 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옷자락을 적신다.  

서로 국적은 달라도 사람다운 사람이기를 고집한 ‘베트남’인 ‘피터누엔’도 참 훌륭한 사람이었다. 

인간 승리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진정으로 사람냄새 풍기며 사는 사람들.

“나 아니라도 누군가가 해 냈을 일”이라고 소감을 말하는 전 재용씨. 그러나 25번을 외면 당했는데 26번째의 그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모두 죽었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영혼의 소유자인 두 사람.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같이 감동하고파 거의 원문 그대로 이 글을 싣는다.

감동없는 살벌한 이 세상에 그들의 따뜻한 온기와 모처럼 참 인간의 향기를 마냥 퍼뜨리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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