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94번 국도 변의 트랙들(Ⅲ)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아름다운 94번 국도 변의 트랙들(Ⅲ)

0 개 1,881 김태훈
***** 마리안 호수 트랙 (Lake Marian Track·왕복 3시간 소요) *****
트랙 입구에 차량을 세워 둔 후 작은 배낭에 라면과 김치, 찬밥과 계란을 넣고 올라간다. 주차장을 거쳐 트랙이 시작하자마자 출렁이는 구름다리가 나온다. 다리 밑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 물이 너무나 맑고 차가워서 물고기는커녕 물속에 이끼조차 보이지 않는다. 계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갑고 맑은 공기가 기도를 따라 들어가니 아침의 나른함이 단번에 떨쳐진다.
  
구름다리 밑으로 내려가 물을 채우고 세수를 하자 몸속에서부터 에너지가 차오르는 듯하다. 포도캅 나무 밑에는 작은 양치류 식물이 잔뜩 자라고 있는데, 잎 표면이 깨끗한 녹색으로 빛나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든 수백 다발의 조화를 심어 놓은 듯하다. 저 앞에서 쏴아 하는 소리로 시작된 물소리가 조금 더 가까이 가니 우당탕탕 하는 큰 소리로 들린다. 조금 앞으로 나가자 서늘한 기운이 덮쳐 온다. 속 시원히 뚫린 계곡 사이로 내려온 물줄기가 흰 포말을 뿜어대며 괴성을 지른다.
  
이곳에서 계곡을 올라가는 길을 만들 수 없어서 바위의 오버행 아래에 나무판을 깔아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축축하게 젖어 있어 미끄럽다. 길옆에서 삐죽이 나온 나뭇가지들이 얼굴을 스쳐 대는데, 그중에는 발톱같이 휜 가시가 돋은 넝쿨이 목을 긁어 피가 난다.
  
길은 끝없이 오르막이 계속되는데, 거목들이 길에 쓰러져 있는 곳이 많아 조심해서 나무를 넘어가야 했다. 계곡의 물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깊은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짧은 트랙은 그 기대치도 짧아져 힘들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에 벌써 힘이 든다.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배낭을 내린 등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사과를 몇 입 베어 물고는 다시 출발.
  
트랙은 직선길이 거의 없이 매우 꼬불꼬불한데, 몇몇 장소는 나무뿌리를 잡고 올라가야 할 만큼 경사가 심하다. 우리가 시작한 계곡 밑에서 호수가 위치한 산등성이까지 오르는 길이라 평지 한 번 없이 계속된 오르막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경사가 심해서인지 계속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다. 마침 햇살이 떠오르자 주위의 나무이끼에 젖어 있던 수분들이 김이 되어 올라가 안개가 덮인 것처럼 사방이 뿌옇다.
  
갑자기 밝아져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거대한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산사태가 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 돌무더기들은 아직 이끼도 없이 깨끗하다. 길이 끊겨 한참을 찾아보니 너덜지대 건너편에 작은 오렌지색 화살표가 있어서 가보니 사람들이 밟아 맨질해진 나무뿌리가 보인다. 이곳부터는 나무들의 크기가 작아지고 밀도도 옅어져 좀더 밝은 느낌이 든다. 어느 정도 고도에 올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머리를 들어 보니 좌우에 위압적으로 선 크리스티나 산과 라이틀 산이 내려다보인다. 나무뿌리에 앉아 과자 몇 개와 물을 마신다. 이제 목표까지는 약 20분 정도 남은 것 같다.
  
주변엔 이곳 남부에서 볼 수 있는 꼬리가 긴 팬테일과 로빈, 톰팃 등의 호기심 많은 새들이 주위에 앉는다. 이 새들은 모두 친근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산행 도중 만나게 되면 작은 즐거움을 준다. 오늘도 로빈 한 마리가 바로 옆까지 와서 쳐다보고 있다.
  
오늘 도착지인 마리안 호수에 드디어 도달했다. 이렇게 넓고 확 트인 공간이 이런 산중에 있을 줄은 도착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왼쪽은 크리스티나 산(2,474m), 중간에는 크로스컷 산(2,263m), 그리고 오른쪽에 라이틀 산(1,989m)이 시야에 가득 차고 이 세 산에서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이 폭포를 이루며 내려와 마리안 호수를 이룬다. 겨울 동안은 강설량이 훨씬 많지만, 온도가 낮아 눈이 녹지 않기 때문에 호수의 수면이 매우 낮다. 호수가의 바위에 있는 자국을 보니 수면이 약 20m 가량 내려간 듯이 보인다.




www.campervan.co.kr 제공

뉴질랜드에 대한 더 많은 여행정보를 보시려면
(주)  INL에서 제공한 아래와 같은 재미난 정보와 동영상이 있습니다.

1. ‘허영만과 뉴질랜드 28일 여행기
http://blog.paran.com/hym

2. KBS 1 , 일요 다큐 ‘산’ 4 회
통가리로 국립공원, 타라나키 국립공원 (2006년 5월 말 방영)
마운트 쿡 볼 파스 (2006년 4월 9일 방영)
험프리지 트랙 (2006년 4월 16일 방영)
http://www.kbs.co.kr/1tv/sisa/docu_mountain/vod/index.html

3. DMB Channel : U1 (공중파 DMB)
“캠퍼밴 타고 익스트림 뉴질랜드 여행” 12 편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53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54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55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56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57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58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59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60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61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62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63
http://vod.naver.com/detail.do?contentId=CP0170000002&subMenu=null&contentNo=64
        
4. 혹은 네이버에서 '김태훈, 뉴질랜드 캠퍼밴'을 찾아 보세요.
이상 입니다. 리플 많이 달아 주세요 ^^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1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